[생각해봅시다]창원시 흡연실 설치 조례 논란

금연환경을 조성한다는 행정이 민간에 흡연실 설치를 지원한다? 창원시와 창원시의회가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 식 딜레마에 빠지게 생겼다.

창원시의회가 '창원시 흡연실 설치 지원 조례안'을 입법 예고했다. 김삼모(새정치민주연합, 사파·상남) 의원이 발의한 이 조례안은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이 흡연자로부터 간접흡연 피해를 받지 않도록 하고자 민간이 흡연실을 설치하는 데 있어 그 비용을 시에서 지원하도록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는 '국민건강증진법' 제9조 4항과 '창원시 금연환경 조성 및 간접흡연 피해방지 조례' 제8조에 따른 것이다.

창원대에 설치된 흡연실. /경남도민일보 DB

전자는 금연구역을 알리는 표지와 흡연실 설치 기준을 명확히 하고 있다. 후자는 시장이 지정하는 금연구역 안 시설 소유자, 점유자 또는 관리자가 해당 시설 안에 흡연구역을 설치·운영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흡연구역 설치 시 안내표지판 모양, 크기와 설치 방법, 경계 표시 방법 등을 규칙으로 정하도록 했다.

김 의원은 애초 지난달 임시회 때 '창원시 금연환경 조성 및 간접흡연 피해방지 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을 발의해 흡연실 설치 시 시 지원 관련 내용을 삽입했다.

이때 상임위원회는 격론 끝에 이 안을 심의 보류했다. 전국에 관련 조례가 제정된 유례가 없고 흡연을 조장할 수도 있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김 의원은 그러나 흡연실 설치를 독려하는 것이 흡연자와 비흡연자 모두에게 유익하다는 견해다. 김 의원은 "지금 시내 관공서와 버스정류소, 상가, 전통시장, 대형식당 주변을 보면 흡연자가 내뿜는 담배 연기에 비흡연자들이 피해와 고통을 받는 지경"이라면서 "이는 사실상 비흡연자를 보호하는 목적이 크다"고 제안 이유를 밝혔다.

김 의원은 이어 "예컨대 여러 업소가 밀집해 있고 인도가 인접한 대형상가 입구에 흡연자 여러 명이 몰려 담배를 피우면 그 연기는 누가 다 마시겠느냐" 물으며 "업소마다 지원하자는 게 아니다. 다중 밀집시설에 한두 개 설치해두면 흡연자에게도 비흡연자에게도 서로 좋은 일이 될 수 있다"고 견해를 밝혔다.

김 의원은 또한 "흡연자가 내는 담배소비세가 창원시 재정으로 들어오는 게 올해 707억 원 수준이다"며 "시는 흡연자가 낸 세금으로 재정적 이득을 크게 보고 있음에도 이들이 마음 놓고 담배 피울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근거로 "시가 적어도 예산 타령은 해서는 안 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 조례안이 이달 열리는 정례회 등에서 논의되면 또 한 차례 격론이 예상된다. 이종락 마산보건소장은 지난 상임위 회의에서 "이 조례안은 흡연을 위한 지방자치단체 재정 지원은 정부 금연정책과 배치되고 설치비용 지원에 관한 법규에서 규정된 바 없는데다 국민 건강을 증진하는 상위 법규에도 맞지 않다"며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사항과도 배치돼 적절치 않다"고 반대했다.

최윤근 창원보건소장은 "밀폐되거나 작은 공간에서 여럿이 둘러앉아 담배를 피우면 넓은 공간에서 피우는 것에 비해 몇 배 나쁜 결과를 흡연자들이 갖게 된다"면서 "금연정책은 건강증진법에 따라 흡연자 건강을 보호하고자 이뤄지는 것이지 세금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다. 비흡연자 혜택보다 흡연자를 줄이는 방향의 정책 목표를 따르는 것이 맞다"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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