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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 짓기부터 온몸으로 익힌 뒤에야 마침내"

[청춘은 바로 지금부터] (4) 밀양 산외면 청정표고마실 권용철·안순희 부부

하청일 기자 haha@idomin.com 2015년 11월 16일 월요일

고향인 밀양시 산외면 보라마을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한 부부가 있다. '청정표고마실'이라는 교육농장을 운영하는 권용철(54)·안순희(53) 부부다. 어느새 단풍은 산에서 내려와 남쪽으로 내달렸고, 이미 들판은 가을걷이가 끝났으나 부부의 농장에는 아직도 수확해야 할 작물이 남아 있다.

◇토목공사 현장소장, 귀농 3년 차 초짜로

"직장생활을 하면서 귀농하리라 마음먹고 있었습니다. 집사람이 원하기도 했고요. 문제는 시기였는데 아이 셋 결혼시키고 올 것인가,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농촌서 터전을 잡을 것인가 고민하다 조기 귀농을 결심했죠."

대구에서 건설회사 현장소장으로 근무했던 권용철 씨는 28년이라는 직장생활을 접고 지난 2012년 10월 고향인 보라마을로 귀농했다. 외지에서 공부를 하고 대구에서 터전을 닦은 권 씨는 고향으로 귀농하는데 고민이 많았다고 했다.

3년전 밀양시 산외면 희곡리 보라마을로 귀농해 표고버섯·마 등 농사를 짓고 있는 권용철·안순희 부부./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제가 결혼하고 쭉 생활했던 곳이 위쪽이다 보니 경북에서 귀농대상지를 찾았습니다. 군위, 구미, 칠곡, 의성 등지를 돌아다니며 장소를 물색했죠. 그런데 고향 친구가 이왕이면 아버지가 물려준 땅이 있는 고향으로 오는 게 어떻겠냐고 해 마음을 바꾸었습니다."

아내 안순희 씨도 말을 거든다. "결혼하고 처음부터 어머니를 모시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어머님이 10여 년간 치매를 앓았습니다. 치매 어머니를 10년 넘게 모신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내 몸에도 이상이 왔죠. 갑상선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이미 공부를 마친 두 딸은 모두 취직해 자신들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아직 공부를 마치지 않은 막내아들이 있었지만 안 씨는 건강이 좋지 않은데다 두 딸과 부부가 조금만 노력하면 막내 뒷바라지는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단다. 마침 남편 권 씨도 조기 귀농을 생각하고 있어 남편 생각대로 밀양행을 마음먹었다. 그렇다고 부부는 준비 없이 무작정 귀농한 것은 아니었다.

◇철저한 귀농준비, 실수는 없었다

권 씨가 현장소장으로 근무했던 곳은 경북 김천이었다. 현장 옆에서 대규모로 표고버섯 농사를 짓는 농장이 있었다. 권 씨는 일하는 틈틈이 농장을 찾아 사장과 친분을 쌓았단다.

"하루는 그동안 생각했던 이야기를 끄집어냈죠. 퇴직하면 버섯 재배기술을 가르쳐줄 수 있겠느냐고. 그랬더니 사장님이 흔쾌히 수락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곧장 사표를 내고 농장에서 일을 하게 됐죠."

그러나 농장에서 일하는 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었다. 아침 여섯 시에 일어나 대구에서 김천까지 출퇴근을 했다. 그렇게 한 달을 다니고 나니 기름 값으로 90만 원가량 나오더란다.

"농장 사장이 혹독하게 가르치더라고요. 버섯하우스가 67동이나 됐는데 하우스 짓는 것을 몸으로 배웠죠. 당시 일꾼 한 명이 당뇨가 심해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그 일을 저에게 다 시켰습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이 놈이 진짜 일을 하겠나' 싶어 더 심하게 일을 시켰다고 하더군요. 하루는 사장이 '니 같으면 뭘 해도 먹고살겠다'고 했죠."

3년전 밀양시 산외면 희곡리 보라마을로 귀농해 표고버섯·마 등 농사를 짓고 있는 권용철·안순희 부부./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안 씨가 말을 이었다. "그 일을 8개월 동안 했습니다. 농장이 너무 바빠 사장 부부도 제대로 식사를 못하는 지경이라 제가 반찬을 모두 만들어 보내기도 했고요. 남편이 매일 녹초가 돼 들어오기에 제가 그랬습니다. '아직 회사에서 사표를 수리한 게 아니니 다시 다니면 되지 않겠느냐'고…."

권 씨는 그렇게 온몸으로 버섯 재배기술을 터득하고 마침내 '하산'하게 됐다. '농사는 머리로 배우는 게 아니고 몸으로 배우는 것'이라는 농장 주인의 말과 함께.

◇주종작물 표고버섯·마에서 딴 '청정표고마실'

권 씨 농장은 2100평 규모다. 이 중 1000평가량은 하우스 12동을 지어 표고버섯을 키우고, 둥근 마를 500평 넘게 재배한다. 나머지 땅에는 약용작물을 심었다. 약용작물은 통풍에 좋은 얀빈을 비롯해 인도인삼, 여주, 작두콩, 하수오, 약성이 강한 약도라지, 더덕, 초석잠, 강황, 울금 등 열 가지가 넘는다. 수익의 80%는 표고버섯이며, 마가 15%, 다른 작물이 5% 정도 차지하는데 작년엔 6000만 원의 수익을 올렸단다.

"내년엔 7000만∼8000만 원 정도의 수익을 예상합니다. 표고버섯은 4년을 한 주기로 보는데 매년 3000∼4000개 참나무 둥지를 넣습니다. 이제 초보 농군이 걸음마를 뗀 단계라 배운 대로 오로지 앞만 보고 달려가고 있습니다."

권 씨는 올해 40평 규모 교육장을 새로 지었다. 내년부터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업도 하고, 또 찾아오는 주부들에게 사과식초나 와인 등을 만드는 법을 가르치려는 의도다.

"깨끗한 환경에서 수업하려고 직접 교육장을 지었습니다. 현장 근무 경험을 살렸죠. 자재비만 6000만 원 들었습니다. 남에게 맡겼으면 1억 원은 훨씬 넘게 들었을 겁니다. 집도 황토벽돌을 이중으로 직접 쌓아 만들었는데 아주 마음에 듭니다."

3년전 밀양시 산외면 희곡리 보라마을로 귀농해 표고버섯·마 등 농사를 짓고 있는 권용철·안순희 부부./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머리로 농사지을 순 없어요

초보 농군으로서 귀농귀촌하려는 사람들이 꼭 알아야 할 게 뭐가 있을까? 그랬더니 묵직한 대답이 나온다.

"얼마 전 생태귀농학교에서 40명 정도가 교육농장을 방문했습니다. 한 분이 '한 달에 300만 원 벌이가 될만한 게 뭐가 있느냐'고 묻더군요. 오히려 내가 물었죠. 그런 게 있으면 나에게 가르쳐 달라고. 사람들은 머리로 계산만 먼저 합니다. 이곳 주민들이 깻잎을 재배해 한 동에서 1700만 원 수익을 내기도 한다고 말했죠. 그랬더니 '석 동을 지으면 되겠네'라고 하더라고요. 한 동 농사짓는데 얼마나 많은 노력이 들어가는지 모르고 하는 소리죠. 머리로 농사짓겠다는 발상은 아주 위험합니다."

귀농 전 작물을 정해 긴 시간을 두고 재배기술을 배운 권 씨. 더구나 초기 자본금도 절약할 겸 손수 집까지 지은 이들 부부는 이제 귀농 3년 차인 신출내기지만 여러 가지로 귀농귀촌의 모범이 되고도 남았다.

3년전 밀양시 산외면 희곡리 보라마을로 귀농해 표고버섯·마 등 농사를 짓고 있는 권용철·안순희 부부./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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