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사람]교복 입고 전국 누비며 합창 11년 경력 걸그룹 '여고시절'
옛 동요로 추억·활력 전파 "마음 즐거우니 신체도 건강"

교복을 입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함께 노래를 부르는 김미경(74), 박길자(70), 박춘자(72), 김길자(72), 김명희(77), 정정화(70) 씨. 이들은 벌써 11년째 '여고시절'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이 오늘에 이르기까지 고승하 작곡가의 도움이 컸다. "2005년에 고 선생님이 철부지라는 그룹으로 공연을 하는 모습을 보고 몇 명이 따라다녔죠. 노래 배우고 싶다고. 우리가 별로 신통치 않다고 생각하셨는지 처음엔 무섭게 거절하시더라고요. 그래도 그냥 따라다니면서 동요도 부르고…정이 들면서 세월이 흐른 거죠." 여고시절의 맏언니 김명희 씨의 설명이다. 구성원이 적을 땐 4명, 많을 때는 12명이었다가 자연스럽게 지금의 6명만 남았다.

매주 연습을 하고 전국으로 공연을 하러 다니는 게 부담될 법도 한데 이들에게 그런 기색은 없었다. "지금 이 나이엔 집에서도 별볼일없어요. (웃음) 젊었을 땐 열심히 일하고 자식들 키우고 그랬지만 지금은 인생 황혼기에 노래 부르면서 행복 누리고 사는 거죠." 김미경 씨 이야기다.

'여고시절'. (왼쪽부터) 박길자·정정화·김길자·김명희·김미경·박춘자 씨.

그룹 활동하며 각자 변화도 생겼다. "나이가 들면 여기 아프다, 저기 아프다 그런 말만 하고 살잖아요. 그런데 여고시절 활동하면서 그런 말도 안 하게 됐죠. 마음이 즐거우니까 신체도 건강해지고요." "매주 여기 와서 두 시간 정도 목청 높여 노래를 부르면 스트레스도 확 풀려서 좋아요." "관객 중에 나중에 나이 들면 우리처럼 살고 싶다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그런 말 들으면 기분 좋죠." "집이 연습하는 곳과 멀어서 오며 가는 게 만만치 않아요. 그런데도 어쩌다 한 번 연습을 쉰다고 하면 그게 얼마나 서운한지 몰라요." "저희가 주로 옛 동요를 부르는데 그래서 그런가 젊어지는 기분이 들어요. 그리고 사회복지시설, 병원 등에서 노래를 부르면서 느끼는 보람도 있고요." 여고시절 활동이 모두에게 삶의 활력소 된 거다.

전국으로 공연하러 다니니 기억에 남는 일도 많다. 골수암 투병 중이던 단 한 사람을 위해 통영 비진도를 찾아 공연을 한 일은 잊을 수 없을 정도로 감동적이었다. 유명 가수 이은미 씨와 함께 공연을 한 적도 있다. "이은미 씨가 여고시절의 공연 모습을 봤고 마음에 들었나 봐요. 그래서 팀을 짜서 10번 정도 함께 무대에 올랐어요. 고마웠고 정말 좋은 경험이 됐어요."

여고시절은 그동안 함께 겪은 일을 떠올리며 울고 웃었다. 김미경 씨는 "큰언니가 정말 잘 이끌어 줘요. 언니의 리더십으로 여기까지 왔어요"라며 김명희 씨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그 이야기를 웃으며 듣던 고승하 작곡가가 말을 이었다. "우린 이제 가족이나 다름없는 사이가 아니고 그냥 정말 가족이 됐어요."

인터뷰를 마친 뒤 고 작곡가의 지휘에 맞춰 여고시절이 노래를 불렀다. 오랜 시간 함께 공들여 갈고 닦은, 그래서 더욱 아름다운 하모니가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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