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각지대 해법은 없나] (5) 경남과 반대로 가는 성남

진주의료원을 폐원한 경남과 반대로 경기도 성남시는 지역거점 공공병원을 새로 짓고 있다. 2003년 구도심에 있던 성남병원과 인하병원이 폐원하면서 의료 공백이 발생했다. 주민들은 성남시립병원설립 범시민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설립 운동을 벌이며 조례 제정을 발의했다.

이후 10년간 성남에서는 의료원 설립을 두고 논쟁이 거듭됐다. 우여곡절 끝에 2011년 조례가 개정되고 예산 일부를 확보했다. 그리고 2017년 12월 준공과 개원을 목표로 2013년 11월 의료원 건립 공사가 시작된다.

성남시의료원은 수정구 태평동 옛 시청사 부지 2만 4000여㎡에 건축면적 1만 900여㎡, 연면적 8만 3000여㎡, 지하 4층~지상 9층 규모로 공사가 진행 중이다. 의료원은 종합의료시설로 517병상을 둔다. 예산은 시설공사비 등을 포함해 1931억 원. 진료과목은 23개 과, 47개 진료실이다.

이재명 성남시장. /최환석 기자

눈에 띄는 것은 특성화 과목이다. 의료원에는 심혈관센터·관절센터·소화기센터·응급의료센터·호스피스 병동 등이 들어선다. 특히 메르스 사태 때 자주 언급된 음압병실도 들어온다. 시 의료원 정책 관계자는 "최소한의 것을 갖추고 성남시 의료 질환 분석으로 필요한 부분을 충원하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즉 성남시민 건강상태 등을 묻고, 시민이 가장 필요한 의료 시설은 무엇인지 판단해 특성화 과목으로 선정한 것이다.

성남시는 시립의료원이 취약계층 진료라는 기본적인 역할 이외에 적극적인 치료가 가능한 병원으로서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민간병원과 공공병원은 '한 쪽이 옳고 다른 쪽은 틀렸다'가 아니라 각자 영역에서 나름의 역할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 얻은 교훈 중 하나가 공공의료 중요성 재인식"이라며 "공공의료 비중이 세계 최저 수주인 9%에 불과해 국가 존립을 위협하는 역병이 돌아도 민간병원에 의지하며 제대로 대응도 못 하는 것이 우리 공공의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 시장은 기존 지방의료원 개념을 벗고 공공병원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공공의료원이라면 낡은 시설, 부족한 전문의를 먼저 떠올리게 된다"며 "이런 인식 때문에 공공의료가 더 죽어간다. 부정적 인식 반복으로 공공의료는 싸구려, 불친절, 더러운 곳이라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수한 의료진과 최첨단 병원설비를 갖추고 기존 병실을 4인실로 하는 쾌적한 병실 구성 등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수익만 좇는 의료행위가 아닌 시민 건강을 지키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시장은 공공의료가 지역사회에 뿌리를 내리고 그 기능을 잃지 않으려면 시민사회단체, 지역주민과의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경남도를 겨냥해 "지자체 장의 정치적 판단과 성향에 공공병원 존폐가 흔들리고 이러한 독단적 결정을 견제하지 못하는 의회로 말미암아 진주의료원 폐원이라는 극단적 결과가 나타났다"며 "공공의료 존립 전반에 걸쳐 사회적 논의구조가 매우 취약하다는 것을 드러낸다"고 꼬집었다.

그래서 그는 "법적·사회적 제도가 갖춰지고 시민이 참여하는 민주적 절차에 따라 공공병원이 운영된다면 지속 문제와 더불어 책임과 관리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이 시장은 공공병원 적자 운영과 관련한 자신의 생각도 드러냈다.

"적자 때문에 공공병원 문을 닫는다는 것은 다른 의도가 있어서 그런 것입니다. 우리가 건강을 지키려고 체육시설을 많이 만들죠. 문화예술에 투자도 하고요. 한데 수십만 시민이 이용할 공공병원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은 적자라고 하죠. '재정투자'와 '적자'는 사실 같은 말입니다. 이건 철학 차이입니다. 복지를 비롯한 모든 사회서비스는 시민이 내는 '세금'을 '행정'이라는 수단을 통해 환원하는 겁니다. 공공병원 적자를 걱정하는 것은 행정을 하지 않겠다는 거죠. 시민 건강을 지키고자 투입하는 예산은 충분히 감내하고 또 그래야만 합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아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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