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인·설화·관광명소…지역 품은 극단 자생력 '날개'

함안 극단 아시랑이 국내 대표 극작가 윤조병(76) 선생과 손을 잡고 <아라홍련>을 만들 때 손민규 연출가는 <최참판댁 경사났네> 이야기를 꺼냈다. 바로 지역 고유 문화콘텐츠가 작품성과 대중성, 상품성 삼박자를 갖춘다면 앞으로 내내 일용할 양식이 된다는 것이었다. 이는 곧 지역 극단의 자생력과 브랜드와 연결된다.

◇마당극과 연극으로 재탄생

<최참판댁 경사났네>는 큰들문화예술센터(이하 큰들)가 2010년에 창작한 작품이다. 박경리 소설 <토지> 배경 하동 평사리를 마당극으로 만들었다.

큰들은 지역 문화콘텐츠 개발에서 앞서간다. 이제껏 총 8개 작품을 관객에게 선보였다. 특이한 점은 남해 <이순신>, <낭랑할배전>, 산청 <효자전> 등 지역이 한정되어 있지 않은 것.

이는 극단이 창작 작품을 만드는 배경과 관련이 깊다. 경남문화예술진흥원 '공연장 상주단체 육성지원사업' 영향이 크다. 이 사업은 공연단체가 한 지역 공연장에 머물며 공연장 활성화와 지역 예술단체의 예술활동을 장려하는데 단체는 매년 창작극 1편을 발표해야 한다.

큰들 <이순신> 공연 모습.

큰들은 상주하는 지역마다 창작극을 만들어냈다. 2014·2015년 상주공연장은 하동, <정기룡>과 <역마>가 탄생했다. 진은주 기획실장은 "지역 이야기는 관객이 친근하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통영 극단 벅수골도 관객과 친해지려고 '통영스토리로드텔러'를 기획했다. 제상아 사무국장은 "공연의 무대는 존중하되 배우들이 무대에서 뛰쳐나와 관객과 교감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일상적인 이야기가 떠올랐다. 통영 관객은 통영을 잘 알고 있으니 편안하게 접근할 것 같았다"고 했다.

극단 벅수골은 전혁림 화백의 이야기 <코발트블루>, 통영 가는개 마을 설화 <치마꽃>, 음악가 윤이상과 백석 시인의 이야기를 담은 <통영! 나비의 꿈>, 동피랑 주민을 들여다본 <동피랑>을 선보였다. 작품 제목에서 알 수 있듯 통영 예술인과 유명 설화, 관광명소를 그대로 무대에 옮겼다.

거제 극단 예도도 <거제도>로 주목받았다. 거제도에 미군의 포로수용소가 들어서면서 주권을 잃은 서민들의 삶을 연극으로 풀었다.

이삼우 연출가는 "거제에서 나고 자랐는데 나조차 지역의 아픔을 모르고 있더라. 유배의 땅 거제를 주목해 관객에게 거제도를 얼마나 알고 있는지 묻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작품 판매로 이어졌다"

지역 문화콘텐츠 개발은 상설공연, 전국 순회로 이어진다. 작품 고유성이 커 수요가 증가하는 것이다. 지역 문화계에서는 흔히 말하듯 작품을 팔았다. 큰들 <최참판댁 경사났네>는 2011년부터 2013년까지 하동 평사리 최참판댁에서 연중 상설 공연을 했고 매년 여름 고정 공연이 됐다. <정기룡>은 하동군에서 매년 1회 공연하기로 했다. <이순신>은 '2013년도 전국문화회관연합회 우수상품'으로 선정되어 남해와 통영, 전남도청에서 매년 러브콜을 받고 있다.

<동피랑>은 전국 공연장 상주단체 페스티벌 경남대표로 참가하고 극단 벅스골의 여러 우수사례를 발표할 예정이다. <거제도>는 '2015년 경상남도 문화예술 해외교류사업'에 선정되는 쾌거를 이뤘다. 또 포로수용소에서 상설공연을 계획하고 있다. 

통영 극단 벅수골 <동피랑> 공연 모습.

'우리만 할 수 있는 이야기'예술문화 자산으로

지역 문화콘텐츠 개발은 지원금을 받아야만 공연을 만들 수 있는 단체가 아니라 독특하고 고유한 작품을 지속적으로 재생산·재창작할 수 있는 발판이 된다. 또 지자체는 문화관광상품으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극단 아시랑도 함안말이산고분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맞춰 <아라홍련>을 알리고 함안박물관 상설 공연을 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역 문화콘텐츠 개발은 생활예술이 중요시되는 문화예술계 흐름과 잘 맞아떨어진다. 큰들은 여러 마당극을 만들 때 마을 주민을 배우로 참여시켰다. 극단 벅수골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제작 단계부터 주민과 만나 소통한다.

통영 극단 벅수골 <통영! 나비의 꿈> 공연 모습.

중앙 시각에서 벗어났다는 점도 괄목할 만하다. 제상아 사무국장은 "서울예술대학에 초청받아 연극과와 예술경영과에서 지역 연극·단체 이야기를 했다. 지역의 이야기, 콘텐츠를 발굴하다 보니 오히려 '중앙'에서 관심을 둔다"고 했다. 진은주 기획실장은 "보편성과 대중성, 예술성이 있다면 다른 지역에서도 작품을 지속적으로 공연할 수 있다. 또 각자 개발한 콘텐츠가 극단의 레퍼토리가 될 때 극단의 자생력과 생명력을 키워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하복순 경남문화예술진흥원 사무국장은 "잘 만들어진 콘텐츠는 해당 지자체에서 관심을 두고 주민들은 자신들의 문화로 활용해 생활예술에 접목한다. 결국 지역 자산이 된다"며 "우리만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답이다"고 밝혔다.

'우리 지역 스토리텔링'은 작품 완성, 지자체 관심, 상품으로 개발, 주민 활용·상설공연의 순환적인 구조에 딱 들어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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