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문 차단기 안 올라가자 멱살 잡고 폭언…입주민 "먼저 말 놓아 욱"

창원에서도 아파트 경비원에 대한 입주민의 '갑질' 논란이 불거졌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한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는 ㄱ(59) 씨는 지난 11일 입주민 ㄴ 씨로부터 폭언과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마산중부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ㄱ 씨에 따르면 지난 9일 아파트 후문 경비초소에서 근무하던 중 낮 12시께 한 고급차량이 차단기 앞에서 지속적으로 경적을 울렸다. 입주민이라면 자동으로 차단기가 올라가는 시스템이라 입주민인지 확인하고자 출입카드 소지 여부를 묻는 과정에서 ㄴ 씨가 욕설과 함께 "입주민인데 빨리 문 안 올리나"라고 고함치며 멱살을 잡았다.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고 홀로 이 상황을 마주해야 했던 ㄱ 씨는 당시를 떠올리며 "생전 처음으로 겪어보는 충격적인 두려움과 공포감이었다"고 말했다. ㄱ 씨는 멱살이 잡힌 채 이리저리 끌려다니다 "CCTV로 촬영 중이니 이러지 마라"고 하자 ㄴ 씨가 카메라가 찍지 못하는 구석으로 데려가서는 "너 하나 때려죽여도 나는 징역 살면 된다"는 협박과 함께 폭언을 이어갔다고 주장했다. 상황은 계속됐고 ㄱ 씨 연락을 받은 경비반장과 관리소장, 관리소 직원이 달려왔지만 폭언은 수분간 계속됐다고 ㄱ 씨는 전했다.

ㄱ 씨는 통화에서 "나이는 많지만 손자들 용돈이라도 주려고 겨우 찾은 직장인데 힘없고 돈 없는 경비직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폭언과 폭행을 당해야 했다"며 "이 사회에 아직도 남아 있는 갑질이 근절될 수 있도록 엄중한 처벌을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입주민 ㄴ 씨는 ㄱ 씨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그는 "새 차가 등록되어 있지 않아 차단기가 올라가기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경비원이 찾아와 먼저 말을 놓고 기분 상하게 했다"며 "욱하는 마음에 멱살을 잡은 것은 사실이지만 직접적인 폭행은 없었고, 사과하고자 관리소장을 통해 몇 차례 연락했고 전복도 전해 주려 했지만 만나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이런 상황이 발생했다고 언론사로 제보한 것은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며 "고급 외제차를 타고 온 것을 보고 합의금을 뜯어낼 모양인데 한 푼도 줄 수 없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12일 ㄱ 씨 조사와 함께 해당 아파트 관리사무소를 찾아 CCTV를 확인했으며 ㄴ 씨에 대한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ㄴ 씨는 폭행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폭행 여부와 상관 없이 갑 위치에 있는 입주민이 을 위치에 있는 경비원 멱살을 잡고 폭언을 한 것만으로도 사회적인 질타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 3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진이 논란이 됐다. 나이 지긋한 부산 한 아파트의 경비원이 학생에게 90도로 인사하는 모습인데, 게시자에 따르면 입주민들이 "우리 아파트 경비는 왜 인사를 안 하느냐"며 인사를 강요했기 때문이다. 또 지난달 30일에는 경기도 시흥에서 입주민 대표와 갈등을 겪던 경비원이 "그럴 거면 사표를 써라"는 말에 그동안 쌓인 감정을 못 이기고 흉기로 살해한 사건도 있었다. 최근 사건 모두 지난해 서울 압구정동 한 아파트 경비원이 입주민 폭언과 멸시에 괴로워하다 분신사망한 지 1년 되는 때 발생한 일이라 그동안 나아진 것 없는 경비원 처우에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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