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각지대 해법은 없나] (4) 건강한 적자

진주의료원 폐원 결정 당시 보건노조는 '수익성을 잣대로 한 공공병원 죽이기'라고 반박했다. 보건노조는 진주의료원 백서에서 "경남은 진주의료원 폐업 결정이유를 300억 원에 가까운 부채와 매년 40억~60억 원 적자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적자를 이유로 지역거점 공공병원을 폐업한 사례는 진주의료원이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공공병원이 역할을 수행하면 적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건강보험 수가는 급여 항목과 비급여 항목 간 원가보전율 격차가 크다. 일반 의료기관은 급여 항목에선 과잉진료를 하고, 비급여 항목 진료율을 높여야만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양질의 적정진료는 결국 공공병원이 떠안아야 하는데 공공병원도 그렇게 되면 적자 운영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된다. 지방의료원들은 수익과는 거리가 먼, 적정공급이 안 되는 필수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2013년 5월 진주의료원 앞에 붙은 폐업 안내문. /경남도민일보 DB

이러한 상황에서 진주의료원은 한 차례 신축이전했다. 천안의료원, 충주의료원도 이동이 있었다. 경상대 의대 정백근 교수는 지방의료원 재정 문제와 해결 방안을 다룬 글에서 이들 의료원은 환자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으로 옮겨졌다는 데 공통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환자 접근성 저하로 지역거점 공공병원 역할 수행에 차질이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주기적으로 외래의료 이용을 해야 하는 만성질환자 의료이용이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며 "결론적으로 지방의료원 의료수익을 감소시켜 재정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밖에도 △낙후한 시설과 장비 △우수한 의료인력 부족 등을 원인으로 지역주민으로부터 급이 떨어지는 병원으로 평가받게 되는데, 이는 곧 재정상태 악화 요인이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공병원 적자는 적정진료가 원인인 '건강한 적자'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만약 건강한 적자와 건강하지 않은 적자를 구분하지 않고 공공병원 적자만을 문제 삼게 되면 공공병원은 민간의료기관처럼 수익이 나는 진료를 하거나 인력을 줄이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지방의료원 재정 문제를 개선할 방안은 없을까. 정 교수는 △건강한 적자 인정과 예산 지원 △공공의료 재원 확충을 위한 공공의료기금 신설 △지방의료원 운영에 중앙정부와 지역주민 참여 강화 등을 꼽았다.

'건강한 적자'를 인정하기에 앞서 해결해야 할 문제도 있다. 서울의대 이진석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의료서비스 질적 낙후성으로 말미암은 환자 감소와 수익 하락은 그냥 적자이지 '건강한 적자'가 아니다. 내부 비효율과 운영능력·투명성 부족으로 말미암은 적자 역시 '건강한 적자'는 아니다. 오히려 이런 '건강하지 않은 적자'는 적자액 과소에 상관없이 더욱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런 것이 전제되지 않으면 '건강한 적자'에 대한 지원 역시 사회적으로 수용되기 어렵다."

※이 기획은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아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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