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 미만 인터넷언론 등록 제한…표현·언론의 자유 훼손 우려

이달 초 언론비평 전문지 〈미디어오늘〉이 5인 미만 인터넷 언론 등록을 제한하는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는 내용을 단독보도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현 인터넷 언론 중 85%가 사라질 위기라고 합니다. 일부 인터넷 언론의 선정성도 문제이긴 하지만, 이번 개정안이 여론 다양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최진봉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기고를 살펴보시죠. 또 하나 대다수 국민은 인터넷 포털도 '언론매체'라고 인식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그동안 포털은 자신들을 '뉴스 유통 매체'라고 주장해 왔습니다만 국민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군요. /편집자주

◇기자가 5명이면 언론사, 4명이면 '사이비'? = 문화체육관광부(아래 문체부)가 지난 8월 21일 입법예고한 인터넷 언론의 등록요건 강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 일명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이 지난 3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시행령은 국무회의를 통과 후, 대통령의 재가를 받으면 바로 시행될 수 있기 때문에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은 이번 달 안에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언론·시민단체들은 국가가 언론을 통제하려는 시도라며 강력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하지만, 정부는 이러한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을 일방적으로 강행 처리했다.

대구지역 시민단체와 인터넷언론사들은 지난 10월 28일 오전 새누리당 대구시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인터넷신문 둥록제 강화 개정안'에 대해 반대하고 나섰다.

◇'신문법 시행령'은 언론의 자유 훼손 = 이번에 국무회의를 통과한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은 기존의 인터넷 언론 등록 요건이었던 취재 및 편집 인원 숫자를 3명에서 5명으로 늘리고, 현재 인터넷 언론사로 등록되어 활동하고 있는 언론사에도 소급해서 적용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신문법시행령 개정안이 공포되면 향후 등록하는 인터넷 언론사는 물론 기존의 인터넷 언론사도 취재 및 편집 인력을 5명 이상 상시 고용해야 언론사를 운영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인터넷 언론사들은 5명 이상의 취재 및 편집 인원 상시고용을 증명하기 위해 문체부에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등의 가입내역확인서'를 함께 제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취재 및 편집 인원 5명 이상을 고용할 수 없는 사람과 단체는 인터넷 언론사 설립이 불가능하게 된다. 결국 경영이 어려운 지역 인터넷 언론사나 1인 미디어 등은 인터넷 언론사로 등록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일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이 시행령이 공포되면 현재 전국에서 운영되고 있는 인터넷 언론사 5900여 개 중 약 85%의 인터넷 언론사가 문을 닫을 것으로 예측된다.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달 24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체육관광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이처럼 인터넷 언론사 대부분의 문을 닫게 만드는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은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 언론과 표현의 자유는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주어진 헌법적 가치인데, 일정한 경제적 기반을 갖춘 개인이나 조직에게만 언론사를 운영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매우 불공정한 것이다.

특히 정부기관인 문체부가 신고 조건의 강화를 통해 인터넷 언론사의 등록을 사실상 제한하는 것은 신고제로 운영되고 있는 인터넷 언론사 등록을 사실상 허가제로 바꾸는 것과 다르지 않은 것으로 신고제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드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과 표현의 자유에는 누구나 언론사를 자유롭게 설립할 수 있는 자유도 포함되어 있다고 봐야 한다. 왜냐하면 언론사를 자유롭게 설립할 수 없다면 언론의 자유는 보장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언론사 설립과 등록을 규제하려는 문체부의 시도는 헌법에 보장된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고, 여론의 다양성과 국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축시킬 수 있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어뷰징하는 대형 닷컴 언론사는 안 잡고… = 한편, 문체부는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로 '어뷰징과 유사언론행위 해소'를 제시하고 있는데, 이 주장 역시 설득력이 떨어진다. 왜냐하면 어뷰징(abusing) 문제를 발생시켜온 주범은 취재 및 편집 인원 3명 이하의 소규모 언론사가 아닌 중대형 언론사들이 운영하는 '닷컴'들이기 때문이다. 한국광고주협회가 유사언론 매체로 선정해 발표한 명단에도 5명 미만의 취재 및 편집 인원을 두고 있는 인터넷 언론사는 없었다. 기사 어뷰징과 유사언론행위, 그리고 인터넷언론의 취재 및 편집 인원 숫자와는 하등 관련이 없다.

결국, 신문법시행령 개정은 6000여 개에 달하는 인터넷 언론사의 정리를 통해 인터넷 언론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려는 정치권과 재계, 그리고 정해진 광고시장에서 자신의 몫을 늘리려는 주류언론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서 만들어진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일부 인터넷 언론사들이 공공기관이나 기업들을 대상으로 보도를 무기로 하여 광고영업활동을 하거나 촌지를 요구하는 등 사이비언론 행태를 보여 온 부분이 있다. 그런데 이러한 일부 인터넷 언론사들의 사이비 언론행태를 막기 위한 수단으로 취재 및 편집 인력이 몇 명이냐를 기준으로 사용하는 것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 취재 및 편집 인원이 5명이면 사이비 언론행위를 하지 않게 되고, 4명이면 사이비 언론행위를 할 것이라는 발상 자체가 코미디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인터넷 언론은 사회적 약자인 소수그룹들의 목소리를 사회에 전달하는 통로였고,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의제들에 대한 다양한 관점과 의견들이 논의되는 온라인 공론장의 역할을 해 왔다. 그런데 정부는 신문법시행령을 통해 정부정책에 비판적인 소규모 인터넷 언론사들을 퇴출시키고, 인터넷 언론사들에 대한 통제를 쉽게 하기 위해 온라인 공론장을 파괴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시도는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여론의 다양성을 말살하는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행위인 만큼,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은 당장 폐기되어야 한다.

/글·사진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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