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봅시다]고무밴드 감은 채 심은 가로수

나무를 옮겨심는 과정에서 뿌리 부분은 흙덩이로 감싼다. 이 흙덩이를 '뿌리분'이라고 한다. 뿌리분은 이동 중에 나무가 죽지 않게 하고 심고 나서 뿌리가 쉽게 자리 잡게 한다. 이 뿌리분이 떨어지지 않도록 이동 중에는 고무밴드로 감아서 묶어둔다. 문제는 나무를 심을 때다. 당연히 뿌리 성장에 방해가 될 듯한 고무밴드를 제거하고 심어야 할 것 같은데 실정은 그렇지 않다. 창원시 의창구 북면 무동 신시가지에 사는 ㄱ 씨가 의문을 품은 점이다.

ㄱ 씨는 최근 신시가지 주변 가로수가 몇 그루씩 인도 위에 눕혀진 것을 봤다. 가로수가 말라 죽어 새 가로수로 교체하고자 갖다놓은 것이었다. 그런데 ㄱ 씨 눈에 나무뿌리에 촘촘하게 감긴 고무밴드가 들어왔다. 뿌리분이 떨어지지 말라고 묶은 것이었다. ㄱ 씨가 보기에는 촘촘하게 감긴 고무밴드가 나무를 말라죽게 한 원인이었다.

그는 "촘촘하게 묶인 고무밴드 때문에 나무뿌리가 제대로 내리지 못해 말라 죽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ㄱ씨가 더욱 놀란 것은 새로 가져온 가로수도 고무밴드를 제거하지 않고 심는 모습이었다.

뿌리분이 고무밴드에 감긴 채 고사한 가로수. /제보자

그는 "작업하는 분에게 고무밴드를 제거하고 심느냐고 물었더니 오히려 왜 제거하느냐는 반응이었다"며 "다른 작업자도 뿌리분을 감싼 고무밴드를 전혀 제거하지 않고 그대로 나무를 심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왜 고무밴드를 제거하지 않느냐고 따지니 위쪽(나무목) 고무 밴드만 자르면 된다며 나무분을 감싼 고무밴드 위쪽만 형식적으로 끊었다"고 덧붙였다.

ㄱ씨는 고무밴드를 제대로 제거하지 않아 나무가 말라죽고 다시 나무를 심는 과정을 되풀이하면서 세금 낭비로 이어진다고 주장했다.

뿌리분 고무밴드는 조경업계에서도 제법 논란이 잦은 문제다. 먼저 고무밴드와 관련한 공통 견해는 몇 가지 있다. 일단 나무분을 감싼 고무밴드 위쪽은 반드시 끊어야 한다. 이를 끊지 않은 채 나무를 심으면 성장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모두 인정한다. 하지만 아래쪽 뿌리분을 감싸는 고무밴드까지 반드시 제거해야 하는지는 명확한 결론이 없다.

업계 전문가는 "고무밴드가 가로수 고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확정할 수 없다"며 "최근 2~3년 사이 이 문제로 조경업체 책임을 묻는 재판에서 업체에 책임이 없다는 판결도 있었다"고 말했다.

학계에서도 고무밴드가 가로수 고사 원인은 아니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지난 2012년 박현 박사는 대학원 학위 논문으로 '조경수목 이식 시 고무밴드 결속재가 활착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를 제출해 학위를 받았다. 그는 석사 학위도 '조경수목 이식 시 고무밴드가 활착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논문으로 받았다. 모두 고무밴드가 나무 생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그가 내놓은 연구 결과를 모든 나무에 적용하기는 어렵다. 실험 대상이 소나무·잣나무 정도로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창원시 의창구 공원산림과 관계자는 "민원을 확인하고 필요한 조치를 업체에 지시했다"며 "고무밴드를 끊지 않고 심었다면 문제가 있고 제거하지 않은 부분은 업계에서 이견이 있으나 민원인 의견을 반영해 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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