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아리랑〉 공동체상영회서 박배일 감독 제작 의지 밝혀 "할매들 탈핵운동 담을 계획"

밀양 765㎸ 송전탑 건설을 막으려는 밀양 할매들을 담은 다큐멘터리 <밀양전>(2013년), <밀양아리랑>(2015년)을 발표한 박배일(34) 감독이 밀양 할매 시리즈 세 번째 작품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 감독은 지난 5일 창원 창동도시재생어울림센터에서 열린 공동체상영회에서 경남 도민과 만나 <밀양전>과 <밀양아리랑>을 만든 목적이 달랐다고 말했다. 이날 상영회는 경남녹색당과 지역 단체들이 마련한 자리였다.

<밀양전>은 밀양투쟁을 알리는 데 중점을 둔 다큐멘터리다. 박 감독이 2012년부터 밀양에서 할매들과 지내며 이들이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며 싸워온 지난 10년간 투쟁을 담아냈다. 어떻게든 관객의 감정을 휘어잡아 연대를 이끌어내야겠다고 만든 영화다.

<밀양아리랑>은 박 감독이 밀양이라는 곳에서 시작된 송전탑 싸움을 제대로 보여주자고 카메라를 잡았다. 이들이 처음부터 싸움꾼이 아니었듯 밀양도 투쟁 현장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농민들의 평온한 터전이었음을 알린다.

지난 5일 박배일 감독이 창원 창동도시재생어울림센터에서 열린 공동체상영회에서 <밀양아리랑>에 대해 관객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미지 기자

그래서 영화는 <밀양전>보다 거칠지 않다. 오히려 코믹할 수 없는 현실을 유머와 유쾌함으로 버무린다.

밀양 할매 가운데 영자 씨가 큰 감동을 준다. 곡식을 좋아해 자연의 숭고함을 늘 생각하는 영자 씨는 말라버린 고추를 돌볼 여력이 없다. '765kV 송전탑 건설 반대 대책위원회' 총무를 맡아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누구보다 큰소리로 송전탑 건설의 부당함을 알린다. 또 호탕한 성격 덕에 주민들에게 큰 위로가 되는 그녀다.

영자 씨는 말한다. "내 논에서 곡식을 가꿀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소중해요. 그래서 더 이곳을 지키고 싶은지 모르지요"라고.

사실상 2014년 6월 11일 행정대집행으로 송전탑 공사는 막을 수 없게 된다.

하지만 보름 후 할매들은 다시 시작이라고 말한다. 농성장 대신 사랑방을 만들고 협동조합을 꾸려 농민들이 다시 힘을 내고 있다.

<밀양아리랑> 마지막 장면은 치열한 현장 소리를 뒤로 한 채 할매들과 연대자들이 함께 밥을 먹고 있다.

박 감독은 "내가 바라본 밀양의 힘은 밥심이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만 생각하는 것이다. 과거를 돌아보고 내일을 걱정한다면 이 싸움은 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사실 <밀양아리랑>은 패배의 기록이다. 그러나 <밀양전>은 승리의 기록이었다. 이길 수 있다고 봤다. 그래서 할매들이 웃으면서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영화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102분짜리 영화 상영을 마치고 한 시민은 박 감독에게 왜 아름다운 영화를 만들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박 감독은 "아름답고 좋다고 생각하는 영화는 다른 사람들이 만들고 있다. 이미 많은 카메라가 즐거운 곳에 가 있다. 나까지 굳이 같이 갈 필요 없다. 그리고 세상은 아름답고 즐겁지만은 않다. 나는 다큐로 투쟁하는 사람"이라고 답했다.

그는 <밀양전>, <밀양아리랑>을 이은 시즌 3을 내년부터 준비할 계획이다. 밀양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카메라로 말한다.

박 감독은 말했다.

"우리는 밀양 주민들에게 큰 빚을 지고 있다. 이들의 희생이 아니었다면 고리 1호기는 수명연장으로 10년 이상 재가동 되었을 것이다. 밀양 투쟁으로 핵 마피아를 비롯한 에너지 마피아의 실체를 알게 되었고 에너지민주주의를 위한 첫걸음을 겨우 뗐다. 언론이 밀양을 왜곡하고 외면해 밀양 싸움이 끝났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주민들은 지난해 6월 11일 지옥 같은 행정대집행을 겪고도 탈송전탑, 탈핵을 위해 전국을 누비고 있다. 밀양 할매들이 땅을 딛고 일어서는 힘을 카메라에 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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