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잇슈]통영 '통굴가'

통영 하면 떠오르는 먹을거리 중 해산물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겨울철 우유빛깔 굴은 대표적이다. 신선한 햇굴이 한창 나오는 시기다. 통영 곳곳에 제철 굴 요리를 내세운 가게가 즐비하다. 통영 현지인에게 크게 알려지지 않은 숨겨진 맛집을 추천받았다. '통굴가'다. 통영 굴 가게라는 이름 그대로, 굴 전문점이다. 지난 2011년 5월 문을 열었다는 이곳은 점심때를 훌쩍 비켜간 시간에 찾았지만, 손님들로 가득했다.

가게 한쪽에 요리사 모자와 옷을 입은 한 남자가 바닷가에서 활짝 웃고 있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사진 옆에는 굴이 얼마나 몸에 좋은지에 대한 설명이 빼곡하다. 자세히 보니 음식을 나르는 김동근(57) 사장이다. 왜 저렇게 사진을 찍었는지 물었더니 "자신 있게 굴 요리를 대접하고자 만들었다. '파이팅'을 외치는 모습으로 찍었다"고 설명했다.

메뉴판을 들여다봤다. 굴 코스요리, 굴탕수, 굴가스, 굴국밥 등 굴을 주재료로 한 요리가 나열돼 있다. 굴 코스요리는 여름철, 겨울철 메뉴가 달랐다. 여름철에는 굴물회, 굴치즈 등의 요리가 포함됐고, 겨울철에는 햇굴이 나오니 생굴회가 코스요리에 들어 있었다.

굴비빔밥.

A, B, C 3단계로 나뉘어 있는 코스요리는 단계에 따라서 요리 가짓수가 차이가 났다. 생굴회, 굴무침, 굴전, 식사, 국이 코스 요리의 공통이고, A코스에는 굴샐러드, 굴간장, 굴가스, 굴구이, B코스에는 굴탕수, 굴구이가 추가됐다.

김동근 사장은 굴간장, 굴탕수 요리가 '통굴가'만의 특별 요리로 추천할 만하다고 소개했지만, 안타깝게도 혼자 먹을 수는 없었다. 코스 요리 중 공통 요리인 C코스만 1인 식사가 가능하다고 했다. 겨울철 꽃게회에 나오는 간장 소스와 유사하다는 굴간장은 다음 기회에 맛봐야 했다.

C코스요리를 주문했다. 생굴회가 먼저 나왔다. 통통하고 부드러운 생굴이 애피타이저 역할을 했다. 굴을 찍어 먹을 수 있게 초장이 나왔지만, 초장 없이 굴만 먹어도 충분했다. 이어서 나온 굴무침은 매콤달콤하게 채소와 굴이 버무려졌다. 굴전에는 굴이 통째로 들어 있지 않고, 채소와 함께 다져서 들어 있었다.

식사는 멍게비빔밥과 굴비빔밥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었다. 제철 맞은 굴비빔밥을 골랐다. 공깃밥 한 그릇과 콩나물, 부추, 김, 새싹채소 위에 다진 굴이 담겨 나왔다.

밥을 넣고 비비려고 하자 사장이 직접 와서 밥을 비벼줬다. 부드럽게 밥과 굴이 적절히 섞일 수 있게 했다. 테이블마다 사장이 가서 맛있게 먹을 수 있게 밥을 비볐다.

굴 비빔밥은 참기름과 굴이 더해지면서 더 고소했다. 간장이나 다른 소스를 더하지 않고 참 맛을 느끼면서 먹으려고 했다.

굴무침, 생굴회, 굴전.

요리를 담당하는 김동근 사장의 부인 김영숙(53) 씨는 굴비비밥이 다른 집에서 잘 볼 수 없는 요리라고 설명했다. 생굴을 다져서 파프리카, 양파, 당근 등의 채소, 찹쌀가루와 볶아서 만드는 굴비빔밥은 알이 굵은 굴을 좋아하지 않는 아이나 어르신들도 거부감 없이 잘 먹을 수 있는 요리라고 했다. 전복죽처럼 영양식으로도 먹을 수 있다는 것. 김 씨는 "우리 집에 셰프들이 와서 굴비빔밥을 맛보고 요리법을 꼼꼼하게 메모해갔다"고 했다.

김동근·김영숙 씨 부부는 '통영 하면 굴이니까' 굴 요리 전문점을 하게 됐다고 했다. 김영숙 씨는 분식, 레스토랑, 실내 포장마차, 물회집 등 다양한 요식업을 거치면서 요리를 해왔다고 했다.

20대부터 30년 넘게 요리를 해왔기에 다채로운 응용 요리도 가능하다는 것. 이들은 통영만의 요리, '통굴가'만의 요리를 하나하나 만들어가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메뉴 및 위치>

◇메뉴: △굴 코스요리 A코스 2만 원, B코스 1만 7000원, C코스 1만 3000원 △굴가스(식사) 1만 원 △굴국밥 1만 원 △굴탕수 2만 원.

◇위치: 통영시 항남1길 28.

◇전화: 055-645-20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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