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중에서 유독 농협비리가 빈발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그 원인을 콕 집어 말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농협이 여수신업무 외에 경제사업이 부가되어있는 속성상 일이 복잡할 뿐만 아니라 번잡하기 때문에 자체검열이 허술해지기 쉽다는 맹점이 있지만 이것이 시원한 해답이 될 수는 없다.

오래된 것까지 다 들추는 수고로움을 들일 필요도 없이 올해에만 도내 지역 농협에서 불거진 비리만 예를 삼는다 해도 피해는 심각하다. 한번 해먹었다 하면 1억∼2억 원도 아닌 수십억 원에 이르고 뒤에 들통나 조사해보면 이미 탕진돼 증발하는 바람에 변상마저 어려운 난처한 국면을 확인하기 일쑤다. 최근 함양농협의 26억 원 횡령사건 역시 주식으로 돈을 날려 그 몫을 고스란히 농협이 져야 할 처지에 놓였는데 최종 피해자는 결국 조합원인 농민이다. 생선가게를 고양이에게 맡긴 꼴과 다름없어졌으니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겠는가.

어느 기관 조직할 것 없이 내부 검열제도가 갖추어져 있거니와 현금을 취급하는 은행은 특별히 조그만 방심이나 틈새도 허용될 수 없는 엄격하고도 치밀한 자체 통제시스템이 요구된다고 할 것이다. 농협 역시 제도적 측면은 완비돼있을 줄 안다. 문제는 운용상의 철저함이다. 근무하는 직원들의 도덕적 양심에만 전적으로 의지했다가는 번번이 대형사고를 당하고 만다는 것은 수없는 전례가 남기는 교훈이다. 그래서 항상 경계하고 의심하라는, 별로 인간적이지 못한 경고음이 설득력이 있는 곳이 은행이다. 일선 농협이 그런 개연성을 모를 리야 없겠지만 유사한 횡령사고와 비리가 끊이지 않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제도적 취약점이 우선된다기보다 소속원 자신들의 기강해이가 부른 화근일 가능성이 더 짙다.

연말을 맞아 농협은 특별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자체 쇄신작업을 범사적 목표로 정해 심기일전하는 자세를 보임이 마땅하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허점이 있기 마련이므로 다시 한 번 살펴서 미비한 곳이 발견되면 보완하고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방법론도 모색해야 한다.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을 강화하고 상벌을 분명하게 함으로써 사고를 사전에 예방해야 한다. 더는 농협이 조합원이나 주민신뢰를 잃는 것을 방임하고 있다는 오해를 불러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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