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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렇게 결혼했어요]이수연·김준성 부부

영화 주고 받으며 알게 돼 새벽바다 보며 마음 확인…주례 없이 셀프 촬영하며 자유롭고 소박하게 결혼

이서후 기자 who@idomin.com 2015년 11월 09일 월요일

진주에 사는 이수연(33)·김준성(32) 부부. 처음에는 이 부부가 신기해보였다. 둘 다 아주 개성이 강하고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이들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끼리 어떻게 결혼을 했을까 싶은데, 가만히 보면 이 두 사람, 부부로서 꽤 잘 어울린다.

◇둘이 언제 처음 만난 거예요?

"저희요? 2009년에 처음 만났어요. 그때 제가 간디학교 교사였고, 준성 씨는 진주 미디어센터에서 일하고 있었어요. 준성 씨는 저를 처음 본 게 그해 여름 제가 미디어센터에 점심을 먹었던 때래요. 그때 제가 막 여행을 갔다 와서 피부도 시커멓고 머리도 노랗고 그랬거든요. 진주에 저런 '똘아이'가 있네 싶었다고 해요."

◇수연 씨는 준성 씨를 언제 봤어요?

"2009년에 한참 영화 <워낭소리>가 유명했어요. 미디어센터에서 경남지역에 <워낭소리>를 배급했었거든요. 학교에서 공동체 상영 신청을 했는데 준성 씨가 담당자로 학교에 왔어요. 첫인상은 사람이 너무 말도 없고 어두워 보이더라고요. 그러고 나서 그해 학교에서 여름 캠프를 열었는데 제가 영화 담당자였거든요. 영화 추천을 미디어센터에 부탁했는데, 센터에서 준성 씨를 연결해 주더라고요. 그래서 또 미디어센터로 만나러 갔죠. 영화 DVD 빌리러. 그런데 그때는 또 아주 친절하게 설명해주더라고요. 느낌이 나쁘지 않았어요."

◇아하, 그런 다음에는?

"그러고 빌린 DVD 갖다준다며 그렇게 연락을 또 하게 된 거죠. 아무튼 갈 때 커피나 한잔해요, 그렇게 이야기를 했죠. 그랬더니 DVD 갖다주고 정말로 커피를 한 잔 했어요. 그게 첫 만남이었죠. 2009년 여름, 8월이었던 거 같아요. 커피를 한 잔 하는데 괜찮더라고요. 생각보다 안 까칠하고, 말이 잘 통하겠다고 생각했죠. 또 준성 씨는 참 재미있는 사람이에요. 그리고 되게 자상해요. 어떻게 보면 우리 엄마 같을 정도로."

◇본격적으로 연애를 시작한 건 언제에요?

"첫 만남 이후로 얘기를 좀 더 해보고 싶었어요. 자꾸 생각이 나니까 밤에 연락을 하곤 했죠. 그러다 보니 밤에 만나는 일이 잦아졌어요. 어느 날 밤에 뜬금없이 바다가 보고 싶다고 가자고 했죠. 사천에 있는 실안해안도로에 가서 맥주 한 캔씩 마시면서 새벽 바다를 봤어요. 그때 약간 이 사람이 나한테 관심이 있다는 걸 알게 됐죠. 그때 먹던 맥주 캔 뚜껑을 기념으로 하나씩 열쇠고리에 달고 다녔어요. 그래도 사귀자고 직접 이야기는 안 했어요. 그리고 다시 어느 날 저녁을 같이 먹고 나오는데 준성 씨가 자기 이어폰을 제 귀에 꽂으면서 음악을 들려주더라고요. 'fall in love'인가 뭐 그런 노래였는데, 그 노래가 자기 마음이라고 말하더군요. 그러고 손을 잡고 간 그날부터 우리가 확실히 사귄다고 인식한 거 같아요."

◇그러면 결혼은 언제 결심했어요?

"둘 다 결혼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던 거 같아요. 준성 씨는 결혼에 대해 조금 부정적이었어요. 같이 있을 수만 있다면 결혼이 아니라 어떤 형식이든 상관없다고 생각했었죠. 사실 결혼은 출산, 육아 등 너무 책임져야 할 게 많다고 생각한 것 같기도 해서 저도 자신이 없더라고요. 어쨌든 결혼을 한다는 건 둘 다 메인다는 거니까 그런 부분을 둘 다 좋아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제가 맏이인데요, 여동생이 결혼을 하게 된 거에요. 우리 집이 조금 보수적이에요. 부모님이 제가 결혼 안 하면 동생 결혼도 안 시키겠다고 선포를 한 거지. 동생도 저한테 서운한 기색이고. 준성 씨는 안 내켜 하다가 결국 결혼을 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던 거 같아요. 나도 해보자고 마음을 먹었고, 하지만, 결혼을 한다면 우리만의 축제처럼 재밌게 하자고 했었죠. 하지만 결혼을 하자고 결론을 낸 순간 결혼이 우리 것이 아니더라고요. 시부모님은 형식이든 내용이든 우리가 원하는 대로 하라고 하시고, 친정 부모님은 안된다 그러시고."

◇두 분 같으면 결혼식을 재밌게 했을 것 같은데요?

"결혼식도 우리 맘대로 하고 싶었는데 잘 안됐어요. 예식장은 식상하니까 주변에 소극장, 대학 소강당도 알아보고, 야외결혼식도 알아보고 그랬어요. 그랬는데 친정아버지가 예식장을 그냥 잡아버렸어요. 어쩌겠어요. 그러면 진행이랑 웨딩 촬영은 우리가 마음대로 하자. 그래서 결혼식은 주례 없이 하기로 하고, 촬영도 우리가 준비해서 다 찍었어요. 근데 그게 생각보다 힘들더라고요. 그렇게 결혼은 그냥 예식장에서 조촐하게 했어요."

◇결혼식은 어땠어요?

"결혼식이 2012년 대선이 있고 나흘 뒤, 12월 23일이었어요.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이 와서 밥을 다 못 먹을 정도였죠. 한 절반은 결혼식 진행하는 걸 보지도 못했어요. 인상적인 건 결혼식 날 아버지가 엄청나게 우셨다는 거. 주변 사람들이 더 당황했어요. 평소엔 보수적이고 무서운 사람이었는데 알고 보면 되게 감성적인 분이었던 거에요."

◇이제 3년이 다 돼가네요. 어때요, 결혼생활?

"연애할 때랑 크게 다른 건 없어요. 결혼이 좋은 거는 안정감을 주는 거. 단점이랄까 그런 것은, 연애할 때는 둘만 신경 쓰면 되는데 이제는 상대방 가족들도 챙겨야 한다는 거. 사실 결혼 전까지는 저나 준성 씨나 집에도 잘 안가고 가족들한테 거의 신경을 안 쓰고 살았거든요. 그렇게 좀 더 어른이 되어 버린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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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후 기자

    • 이서후 기자
  • 문화체육부에서 문학/영화/연극/출판 등을 맡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