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각지대 해법은 없나] (1) 아이 낳을 곳이 없어요

2013년 진주의료원 폐원 결정 이후 서부경남 의료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의료 사각지대 문제를 해결하고자 경남도는 도비를 들여 보건의료 시책을 세우고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공백을 모두 메우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의료 공백 문제를 해결할 근본적인 해법은 없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한 이번 기획은 총 8회에 걸쳐 문제를 살펴보고 국내외 사례를 들어 해결 실마리를 모색해 봅니다.

평균 수명 증가, 저출산 등으로 총 인구 중 고령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점차 늘어나는 시대. 고령화 흐름을 피하려는 지자체들은 저마다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노인 인구 비율이 전체의 34.4%인 합천군은 최근 옛 군 제2청사 건물에 육아종합지원센터를 열었다. 육아지원 거점기관 운영으로 저출산을 해결하겠다는 계산이다.

모순적이게도 합천에는 분만이 가능한 산부인과가 없다. 합천은 2013년 보건복지부 지원사업에 선정됐다. 분만 의료 취약지라는 이유에서다. 관내 분만율 30% 미만에, 분만 가능 병원을 가려면 1시간 이상 걸리는 인구 비율이 30% 이상인 시·군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지원사업 대상인 합천병원은 분만을 제외한 산부인과 외래지원만 받고 있다. 이 지역 임신부들은 대구나 진주 등 분만이 가능한 산부인과에 '원정출산'을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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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지 못할 일도 벌어졌다. 9월 13일 삼가면에 사는 임신부 ㄱ(39) 씨는 구급차 안에서 아이를 낳았다. 이날 오후 진통을 느낀 ㄱ 씨는 직접 차를 몰고 30여㎞ 떨어진 진주 경상대병원으로 향했다. 중간에 진통이 심해진 ㄱ 씨는 119구급대에 다급히 도움을 요청했다. ㄱ 씨를 구급차에 태운 합천소방서 대원들은 전화로 병원 구급지도의사 지도를 받으며 진주로 내달렸다. 그사이 ㄱ 씨 진통 간격이 짧아지자 구급대원들은 구급차 안에서 응급분만술을 시도해 아이를 받아냈다. 다행히 산모와 아이는 건강한 상태로 병원에 도착했다고 전해졌다.

합천처럼 분만 의료 취약지인 곳은 지난해 보건복지부 자료 기준 전국 46곳이다. 경남에는 하동군이 분만 산부인과 취약지로, 남해군·의령군·합천군·산청군·함양군이 외래 산부인과 취약지로 나타났다.

분만 취약지가 발생하는 데는 산부인과 감소가 결정적인 원인이다. 높은 업무 부담감, 낮은 의료수가 등으로 분만실 운영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의료 사각지대 발생 문제를 해결하려면 의료수가를 높이는 등 실질적인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여기에 더해 종합의료시설을 갖춘 지역거점 공공병원 필요성도 부각된다. 전문가들은 민간 의료시설에 손해를 강제하면서 부담을 줄 수는 없다는 이유로 의료 사각지대를 해소하려면 지역거점 공공병원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정부와 경남도는 정책만으로도 충분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도는 지난 4일 '경남도, 서민 보건의료시책 돋보여'라는 제목으로 보도자료를 냈다. 자료에서 도는 의료취약지역인 서부권 11개 시·군 보건기관 기능보강 사업을 지난해부터 전액 도비로 추진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 사업으로 도는 지난해 합천군에 와리보건진료소를 신설하는 등 지금까지 22개소 시설 개선과 장비 398점을 구축했다고 전했다.

이를 지켜본 한 전문가는 "이전부터 지역거점 공공병원이 있어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지만 도는 오히려 진주의료원 폐원을 결정했다"며 "(보건기관 기능보강)사업은 의료 사각지대 문제를 해결할 근본적 방안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아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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