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비춤]이호중 좋은농협 운동본부 사무국장 인터뷰

하동농협, 화개농협, 남창원농협, 함양농협. 경남지역 농협들의 수난사입니다. 올 초부터 최근까지 경남에선 직원 횡령이나 조합장 구속 등으로 농협 안팎이 시끄럽습니다. 이 같은 일은 농협에 대한 신뢰 추락으로 이어지지만, 조합원 역시 내부 농협 직원들을 믿지 못하면서 협동조합 정신마저 깨지는 현상이 되고 있습니다. 농협 근간이 흔들리는 꼴입니다. 이 때문에 내부 역량 강화와 협동조합 정신 회복이 유사한 사고를 막을 대책이라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좋은농협만들기 국민운동본부 이호중 사무국장(지역재단 농협연구교육센터장)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농협중앙회와 지역 검사국 감사에서 왜 횡령이나 손실 등을 미리 못 잡아낸다고 보나.

"농협은 협동조합이지 않나. 감사도, 경영을 맡는 이사도 모두 조합원에서 배출된다. 조합원이 자체 감사를 통해 직원을 견제해줘야 하는데, 역량이 낮은 게 현실이다. 지난 3월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에서도 조합장 권한이 과대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조합장이 행정부라면, 이사와 감사가 입법부와 사법부 역할을 해줘야 한다.

직원들은 협동조합의 직원이다. 이윤을 추구하는 사조직의 직원이 아니다. 조합원을 위해 복무하는 조직의 일원으로서 사람을 뽑을 때부터 협동조합 정신과 가치를 함양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잘 안 되고 있다. 그래서 농협이 정체성을 잃고 돈 장사나 하는 곳으로 비판받는 것이다. 농협의 주인인 조합원은 관심이 없거나 역량이 부족하고, 직원 교육은 제대로 안 되고 있다. 주인이 없는 조직에서 사익만 추구하다 보니 횡령과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고 본다."

올 초부터 최근까지 경남에선 직원 횡령이나 조합장 구속 등으로 농협 안팎이 시끄럽다. 함양농협 직원이 공금 26억여 원을 횡령해 주식 투자로 탕진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고, 남창원농협(사진) 조합장이 대출 금리를 조작해 구속되는 등 농협 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감사 시스템은 어떻게 개선해야 하나.

"우선 농협 회계가 너무 어렵다. 경제사업(판매 등)과 신용사업(금융)을 함께 벌이는 종합 회계다. 조합원 역량을 키우면서 근본적으로 회계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조합에 상임감사를 두자는 의견은 어떻게 생각하나.

"조합 자체적으로 역량과 규모가 된다면 괜찮을 듯하다. 하지만 상임감사 인건비 등 비용 문제가 발생하기에 일반화는 어려울 것이다."

-외부 감사는 대안이 될까.

"다른 기관 등에서 조합을 감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자체 감사가 중요하고 감사를 강화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런데 조합 상황을 모르는 외부 사람이 들어와서 하는 감사는 서류상으로 이뤄지는 한계가 있다. 서류 조작을 잡아낼 수 있다고 해도 재고 조사와 물량 확인 등을 한꺼번에 해내기는 벅차다. 결국, 이 문제는 자체 감사에서 확인해야 한다. 자체 역량을 키우면서 문제의 근원부터 해결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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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법과 규정 개정은 필요 없을까.

"제도 문제라기보다 주인은 온데간데없이 조합이 사익을 추구하게 된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본다. 조합 자체 역량과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는 게 더 중요하다."

-비리 등이 계속 터지다 보니 농협 직원들이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되거나 심지어 조합원도 직원을 불신한다.

"지금 농협이 직원 중심의 조합이니 그렇다. 조합원이 주인답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조합원 교육과 투명한 경영, 보기 어려운 재무제표를 쉽게 작성하는 일도 이뤄내야 한다. 조합원만 탓할 수는 없다. 직원들도 협동조합 직원임을 인식하고, 그런 자세를 계속 지닐 수 있도록 교육이 진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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