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한화갑 최고위원은 7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안기부사건 등 정치 현안과 경제·민생, 대북정책 및 교육·여성 등 국정 전반을 짚고 그에 대한 대책을 제시했다.

특히 한 최고위원은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방북 주선과 정쟁중단으로 요약되는 `화합의 정치' 부분에 초점을 맞췄으며, 이는 남북관계에 있어선 초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그의 정치철학이 반영됐다는 게 측근들의 얘기다.

모두 35쪽에 달하는 연설문은 이낙연 제1정조위원장을 팀장으로 정세균 기조위원장 등이 참여한 연설문 작성 소위에서 초안을 작성했으며, 이후 한 최고위원은 문희상·조성준 의원 등과 수차례 독회를 갖고 문안을 확정했다는 후문이다.

김중권 대표는 직접 독회에 참여하지는 않고 연설문 초안을 보고받고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대표연설은 크게 △`국민의 정부' 3년에 대한 평가와 자성 △경제 및 민생문제 △남북관계 및 지역화합·3대 개혁입법 △`강한 여당론'으로 구성됐다.

한 최고위원은 먼저 “지금은 제 2의 경제도약을 통해 일류국가로 거듭 태어날 수 있느냐, 아니면 제 2의 경제위기를 맞아 삼류국가로 추락하고 마느냐를 가름하는 역사적 분기점”이라는 말로 연설을 풀어나갔다.

특히 그는 “집권당과 정부의 잘못된 점도 자성하고자 한다” “더 이상 집권 경험이 없어서였다고 말할 수만은 없다”고 정부여당의 국정운영에 대한 자성론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

이어 한 최고위원은 정쟁중단과 한나라당 이 총재의 방북 주선 등 대북관계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그는 이 총재의 방북 주선 용의를 밝히는 대목에서 원고에 없던 “남북의 지도자가 자주 만나 국가적 과제와 민족문제를 토의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내용을 포함시키기도 했다.

`정쟁중단'과 관련해 그는 “올해는 개혁과 구조조정을 마무리해야 하는데다가 전국 규모의 선거가 없는 만큼 올 한해만이라도 정쟁중단을 선언할 것을 제의한다”고 `화합정치'를 제안했다.

그러나 민감한 정치쟁점으로 전날 이회창 총재가 거론한 언론사 세무조사에 대해선 `정치쟁점화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따라 언급을 하지 않기로 결론을 내렸다는 후문이다.

한 최고위원은 이날 연설에서 “어느 정부와 여당이 실업자를 양산해 국민들에게 고통을 주고 싶어하겠습니까”라는 등 반어법을 자주 사용했는데, 이는 한 최고위원의 평소 연설 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연설 말미에 한 최고위원이 안기부 예산횡령사건을 거론하자 야당 의원들은 “그만하라” “무슨 횡령이냐” “DJ 비자금부터 수사하라”고 고함을 쳐 여당측과 설전이 벌어졌으며, 한 최고위원도 “조용히 하고 들어보라”며 연설을 계속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김영환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교섭단체 대표연설 도중 상대당 소속의원들이 야유를 퍼붓고 연설중단을 요구한 것은 헌정사상 전례가 없었던 일”이라면서 한나라당측의 사과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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