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이장님]김해 장유1동 하손마을 최동율 2통장

김해 장유1동 하손마을 최동율(56) 2통장. 그는 여느 통장들과 다소 다른 면을 지녔다.

"역사는 기록이 말해 준다"며 장유의 오랜 역사를 기록물로 후대에 남긴 점과 현 장유신도시가 발전하는 데 '물꼬'를 트게 한 '민간 첨병'으로서 주도적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가 통장을 맡은 하손마을(300여 가구)은 자연마을로는 김해에서 가장 오래됐다.

1960년대에 여느 마을과 달리 풍차를 돌려 물을 길어 올려 사용한 이른바 '풍차 마을'로 유명한 곳이다.

당시 마을 주민들의 식수를 풍차로 끌어올려 공급했다는 점은 예사롭지 않다. 마을을 방문한 선교사가 마을에 식수를 공급하고자 풍차를 설치한 덕분이다.

그는 "마을이 간직한 이런 역사적 유래를 후손들에게 남겨야 한다"며 당시 장유면지 편찬위원회 부회장으로서 직접 장유면지를 발간하는 데 참여해 기록으로 남겼다.

그가 아니었다면 이런 마을의 자랑거리는 기억 속에서 사라질뻔했다.

그는 "장유면 시절부터 2013년 동으로 전환한 현재까지 10년째 이장(면 단위)과 통장(동 단위)을 맡으면서 고민도 많았다"고 했다.

분동 과정에서 당시 면민들은 동 전환을 놓고 찬반으로 엇갈려 민심이 요동쳤다. 당연히 '이장의 역할론'도 도마 위에 올랐다.

그는 당시 장유면 120여 명의 이장협의회 회장으로서 마을 이장들과 머리를 맞대 분동 문제를 슬기롭게 풀어야 할 처지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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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동율 통장은 장유의 역사를 기록물로 남기고 장유신도시가 발전하는 데 기여하는 등 민간 첨병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박석곤 기자

그는 처음에는 동 전환을 반대했다. 문화 복지시설이나 도시기반시설이 전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동으로 전환하는 건 맞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주민편의시설을 어느 정도 갖추려면 최소 2년은 더 걸려야 하는 만큼 2년 후쯤 가서 동으로 전환하자는 쪽에 의견을 냈다"고 했다.

하지만 장유는 인구 10만 명을 훌쩍 넘었고, 면 체제로는 전국에서 유일했다. 여기다 장유신도시 특성상 갈수록 인구가 급증해 행정서비스가 뒤따르지 못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도시는 날로 팽창하는데 행정체제는 농촌의 면 체제를 유지한 탓이다. 인구 증가보다 공무원 수가 턱없이 부족하니 민원 수요는 날로 폭증했다.

행정이 민원수요에 제대로 대체하지 못하니 주민불만은 높아만 갔다. 이런 실상을 지켜본 그는 "이 상태로는 장유의 미래발전을 기대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주민이 겪는 행정 불편을 생각하면 마냥 동 전환을 반대하는 것도 맞지 않다는 생각에서 시의 동 전환을 수용하게 됐다는 것이다.

동으로 전환되면서 장유면 시절 동고동락했던 마을 이장들을 장유 2동과 3동으로 모두 시집 장가를 보내야 했던 심적 아픔도 겪었다.

장유 분동은 당시 이장협의회 회장으로서 그가 '가르마'를 타지 않았다면 동 전환은 몇 년 더 지연됐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당시 이장협의회 회장이었던 그가 장유의 미래 발전이란 큰 역사적 흐름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면 현 장유신도시의 눈부신 발전은 기대하기 어려웠던 셈이다.

그는 한우 100마리와 4만여 평의 논농사도 짓는다.

소와 농사를 동시에 쳐내야 하는 바쁜 처지인데도 그는 통장으로서 마을 어르신들 챙기는 일에는 더 열정적이다. 마을에 어르신들이 쉴 공간이 없어 불편을 겪자 그는 마을 주변에 있던 자신의 땅을 헐값에 흔쾌히 내놨다.

태생적으로 올곧고 급한 성격 탓에 금전적으로는 다소 손해를 봤지만 그의 땅 희사로 현재 이곳에는 공원이 조성돼 마을 주민들의 휴식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는 "자꾸만 속도를 더해가는 개인주의화 세태에 유난히 불만이 많다"고 했다. 한국의 최고 자랑거리인 '경로효친사상'이 점점 퇴색해가는 현실이 안타까워서다.

"경로효친사상은 후손들에 꼭 전수해야 한다"며 그는 지금까지 36년간 노인 경로잔치를 마을 청년회와 함께 주관해오고 있다.

통장으로서 마을 대소사에도 '급행급'이다.

마을 들어가는 진입로가 좁아 주민들이 불편을 겪자 마을 진입로 확·포장사업과 배수로 개선사업도 곧바로 추진했다. 그가 마을의 '숨은 보석'이라는 말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최 통장은 "장유복합문화센터와 노인복지관 등 상당수 편의시설 등이 장유 3동에 집중된 바람에 장유1동은 장유에서 가장 낙후된 곳으로 전락했다.5만여 장유1동 주민을 위해 유하공원을 조성하고, 체육시설을 포함한 다양한 주민 편의시설을 장유1동에도 하루빨리 조성해 달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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