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향 '조총련계' 박태영 상임지휘자 선임 왜?

최근 문화예술계가 뒤숭숭하다. 국립국악원이 자신들이 기획한 프로그램에 박정희 전 대통령 풍자 요소가 담긴 연극 연출 전력을 이유로 해당 연출가 하차를 요구하고, 연극에 세월호를 연상케 하는 단어와 소품이 나온다는 이유로 국립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산하 공연예술센터 직원이 연극 공연을 방해하는 등 '정치 검열'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정치적 성향과 출신 성분 등을 이유로 작품에 대한 검열이 공공연히 일어나는 문화예술계 구태 속에 그 한 축을 담당할 사람을 인선하는 일에는 더욱 정치적이고 복잡미묘한 관계망이 작동하기 마련이다. 한데 이 '구태 문화예술계' 테두리 안에서 창원시가 박태영 수원대 교수를 창원시립교향악단 신임 상임지휘자로 선임한 배경을 바라보면 자못 흥미로운 일이다.

이는 박 지휘자가 지닌 독특한 이력에 기인한다. 일본에서 태어난 박 지휘자는 아버지가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고위 간부를 지냈다.

도쿄예술대학에서 작곡을 전공하던 그는 아버지 권유로 통신교육과 현지연수 형식을 빌려 평양에 유학해 평양음악무용대학(현 김원균평양음악대학)에서 지휘를 배웠다. 이후 1991년 러시아로 유학을 떠나 모스크바 차이콥스키 음악원에서 일랴 무신과 레오니드 니콜라예프 등 밑에서 수학하기도 했다.

박태영 창원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 /창원시

이 같은 박 지휘자 이력을 '구태의 눈'으로 보면 박 지휘자와 그를 인선한 안상수 시장 간 화학적 결합은 다소 성립하기 어려운 지점이 있다.

새누리당 대표 최고위원을 지낼 정도면 '보수의 아이콘'으로도 불릴 만한 안 시장이 조총련계로 북한에서 공부한 음악가를 상임지휘자로 맞은 건 다소 의외다. 예부터 재일한국인 중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은 남한을, 조총련계는 북한과 우호·협력관계를 맺어온 사실에 비추면 더욱 그러하다.

창원시는 이런 구태가 이번 인선에서 성립하지 않았음을 강조한다. 장재석 창원시립예술단 사무국장은 "안 시장께서는 정치적인 고려도 안면도 없이 오로지 연주 실력과 교향악단을 이끌 능력만을 보고 이번 인선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 박 지휘자는 일본과 북한, 러시아 최고 음악 과정을 두루 거쳤다. 1996년 상트페테르부르크 교향악단을 지휘하면서 지휘자로 본격적으로 활동했고 이듬해 러시아에서 외국인으로서 처음으로 러시아 국립 교향악단 부지휘자로 발탁됐다. 실력만큼은 인정받은 셈이다.

장 사무국장은 "안 시장이 지난 4월 성산아트홀에서 박 지휘자 지휘로 이뤄진 연주회를 끝까지 경청하고 감흥을 얻지 않았나 싶다"면서 "'음악도시 창원, 지역 문화자산을 활용한 관광'을 역점 추진 중인 점에서 일본과 러시아, 북한과도 연결되는 박 지휘자의 확장성도 눈여겨본 거 같다"고 말했다.

박 지휘자 인선은 이 밖에 지역 문화자산과 연계에도 염두에 둔 결정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박 지휘자는 1999년 9월 11일 '윤이상 음악회'에서 윤이상 작품 중 최대 난곡으로 손꼽히는 '교착적 음향' 등 곡을 한국 초연해 호평을 받았다. 북한에서 지휘 공부를 한 만큼 윤이상 음악에 조예도 깊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이 덕분에 윤이상 음악 정신을 계승한 통영국제음악제 프로그램에도 가끔 선을 보였다. 윤이상 선생은 마산고에서 음악교사를 지낸 바 있다. 마산고 교가도 직접 곡을 지어 붙였다. 마산고는 안 시장 모교이기도 하다.

장 사무국장은 "이 부분도 약간 반영됐으리라 추측된다"며 "이렇듯 이번 인선은 음악도시 창원, 문화예술을 활용한 관광, 문화예술을 활용한 국제 교류 등 지역문화 활성화라는 한 가지 주제에 맞춰진 인사로 보인다"고 평했다. '문화예술계 구태'를 넘어 '지역문화 자산을 활용한 관광, 음악도시 창원 구축'이라는 대명제에 기반을 둔 선택이 창원 문화예술을 어떻게 융성하게 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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