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출토 유물들 국립중앙박물관에…뺏어간 지역유산 돌려달라 목소리 내야

서울에는 국립중앙박물관이 있다. 여기에 가야 우리 문화유산 전체를 제대로 누릴 수 있다. 전국 각지 출신 문화유산들이 산더미처럼 모여 있기 때문이다. 전시되는 유물도 많지만 햇볕 한 번 못 본 유물도 많다. 1965년 창녕 술정리동삼층석탑(국보 제34호)을 해체 수리할 때 나온 사리기·사리병 등도 여기 들어갔다. 그런데 2000년대 들어 수장고 어디 있는지 한동안 찾지 못했을 정도였다는 말도 들었다.

2005년 창녕 부곡면 비봉리에서 발굴된 신석기시대 유물도 여기 들어갔다. 통나무배, 멧돼지가 그려진 토기, 망태기 등이다. 8000년 남짓한 세월을 견디고 당대 생활상을 알려주는 것들이다. 특히 통나무배는 돌조각 말고는 연장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속을 파내어 만들었다. 지상에 남아 있는 배 가운데 가장 오래된 유물이라는 평가를 받기까지 했다.

2011년 창녕 말흘리에서는 쇠솥이 하나 출토됐다. 향로·금동판·구슬 등이 500개가량 들어 있었다. 통일신라시대 불교 장식공예품인데 또한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다 가져갔다. 이처럼 고급스러운 물건이 '수도권'(경주)이 아니라 비수도권에서 출토됐다는 점에서 1200년 전 창녕 지역의 독자적 문화 역량을 보여준다는 의미가 작지 않지만, 결국 '수도권'으로 끌려갔다.

의령에도 비슷한 보기가 있다. 연가7년명금동여래입상이다. 1963년 의령 대의면에서 발굴됐고 이듬해 국보 제119호로 지정됐다. 신라·백제가 아닌 고구려 불상으로 그 지배력이 미치지 않았던 한반도 남쪽에서 보기 드물게 출토됐다. 불상을 만든 까닭과 시기가 새겨져 있어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이 또한 국립중앙박물관에 가야 볼 수 있다. 몇 해 전 의령박물관을 찾아갔었는데, 복사용지에 인쇄된 사진이 전시되고 있었다.

창원 봉림사지에 있었던 진경대사탑과 진경대사탑비도 국립중앙박물관에 끌려가 있다. 탑은 보물 제362호, 탑비는 제363호다. 일제강점기 1919년 절터에서 경복궁 조선총독부박물관으로 옮겨졌다. 아마도 일본 '내지'로 빼내갈 심산이 아니었을까. 조선총독부박물관은 지금 국립중앙박물관 전신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이 경복궁에 있을 때는 이 탑과 비가 경내 뜨락에 있었다. 용산으로 옮긴 뒤 2014년에 가서 찾아봤으나 눈에 띄지 않았다.

왜 이리 됐는지도 따져봐야겠지만 이에 앞서 이런 '중앙 집중'을 벗어나 원래 있던 자리로 돌려놓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그래야 문화재도 더 살아난다. 국립중앙박물관이 그동안 지역 문화재들을 챙기고 값어치를 매겨준 측면도 없지 않지만, 전체로 보면 푸대접했다고 할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으로 끌려간 지역 유물들은 모두 해당 지역을 대표하고도 남음이 넉넉한 문화유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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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은 절대 스스로 알아서 내어놓지 않는다. 프랑스를 향해 뺏어간 <직지심체요절>을 돌려달라 소리지를 줄은 알지만, 자기네가 가져간 지역문화유산도 <직지심체요절>과 비슷한 경우임을 인정할 줄은 모른다. 해당 지역들이 나서지 않으면 풀리지 않는 숙제다. 뜻을 모으고 실력을 쌓으면서 한목소리를 내야 하지 않을까.

출판국장 소임을 맡고 있습니다. 도서 제작과 관련된 모든 업무를 관장합니다. 학교와 현장을 찾아 진행하는 문화사업(공연··이벤트 제외)도 담당하고 있습니다. 환경전문기자로서 생태·역사 부문 취재도 합니다. 전화는 010-2926-3543입니다. 고맙습니데이~~~
[출판국에서]아무도 안 했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비춰볼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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