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돋보기] 맛있게 익어가는 명품 함양 곶감

요즘 지리산 자락 함양에 가면 집집이 곶감 작업이 한창이다. 곳곳의 곶감 건조장에 주렁주렁 매달린 함양곶감이 초겨울 소비자에게 선보이려고 곱게 익어가고 있다. 호랑이도 무서워 도망간다던 그 곶감, '꼬치에서 곶감 빼먹듯'이라는 속담처럼 곶감은 자연과 시간과 조상의 지혜가 어우러진 친숙한 먹을거리다. 그 옛날 임금님께도 진상됐다던 명품 함양곶감이 어떻게 준비되고 있는지 들여다봤다.

◇곶감의 조건 = 곶감은 10월 중·하순에 원료 감을 수확, 품질 좋은 것을 선별해 껍질을 벗겨 내고 반건시와 건시형태로 만든다. 반건시는 수분함량이 45~55% 정도로 30~45일간 말린 것, 수분함량이 35% 내외인 건시는 약 2개월(55~65일)간 건조한 것이다. 이렇게 말린 후 하루 이틀 정도 더 잠재우기를 하면 쫄깃쫄깃 달콤한 곶감이 된다.

◇명품 중 명품 함양곶감 = 함양에서 생산된 곶감은 곶감 중에서도 명품으로 꼽힌다. 천혜의 자연환경 덕분이다. 농부들은 늦가을 낙엽이 지고 첫 서리가 내릴 때쯤 잘 익은 감을 깎아 청정 지역인 지리산의 맑고 깨끗한 공기와 차가운 기후, 그리고 적당한 햇볕으로 건조한다. 지리산 계곡의 높은 일교차로 60여 일 동안 얼었다 녹기를 반복하면서 여러 날 기온의 변화 속에 숙성되기 때문에 천연 당도가 한층 더해져 부드럽고 쫄깃하다.

함양곶감이 유명하다는 것은 이미 600년 전인 1400년대 당시 함양군수였던 김종직(1431~1492)의 문집인 <점필재집> 9권과 11권에 수록된 시 '감'과 '의탄촌'에 잘 나타나 있다. 시에는 함양곶감의 맛을 '팔릉의 진미'에 비유했고, 가지마다 매달린 감을 '새끼용의 알(卵)'에 비유했다. 군은 함양곶감의 역사성을 기리고자 점필재집 9권의 '감' 시비를 2009년 7월 마천면 강청리에 건립했다.

'등구 마천 큰 애기는 곶감 깎으러 다 나가 지리산에 줄 박달은 처녀 손길에 다 녹는다'라는 노랫가락과 지리산 호랑이와 곶감의 설화도 전한다. 마천 고종시 곶감과 지곡 두리곶감 명성은 조선시대 전국적으로 알려진 진상품으로 각광을 받은 명품으로 유명했다. 조선시대 인문지리지 <동국여지승람>에도 함양군이 곶감을 진상한 기록이 전한다.

초겨울 소비자를 찾을 함양곶감이 곱게 익어가고 있다. /함양군

◇함양군, 곶감에 행정력 집중 = 군민소득 3만 달러 달성을 기치로 내건 함양군이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는 부분이 바로 전략농 육성이다. 그 전략농 육성의 정점에 함양곶감이 있다.

함양 곶감생산 농가는 줄잡아 800여 가구. 지난해 농가당 평균 생산액은 3억 2000여만 원에 이르렀다. 곶감 생산력은 10년 전 30억 원 정도이던 것이 이제는 300억 원 수준에 이르렀을 정도로 괄목할 성장세를 보인 것이다. 이런 추세라면 군민소득 3만 달러 달성목표 연도인 2018년께에는 전략작목인 곶감 500억 원 소득달성은 무난하리라는 전망이다.

군이 함양곶감 고품질화와 감 말랭이 생산 확대, 수출다변화를 위해 과학적이고 위생적인 시설을 대폭 지원한 덕분이다. 군은 곶감 건조·저장시설 150개소 지원 등 생산기반을 조성하고 명품화 사업을 연차적으로 진행해왔다. 올해만 19억 원을 투입했다.

생산력 향상엔 시설보완 외에도 생산농가를 대상으로 꾸준히 교육해온 숨은 노력도 한몫했다. 먼저 고품질의 원료 감을 얻기 위해 전읍면 감 재배농가를 대상으로 감나무 정지·전정교육을 하고, 농업대학과 귀농·귀촌 교육에서도 감나무 재배와 곶감반을 개설해 운영했다.

잘나가는 곶감생산 선도 농가와 기술습득을 원하는 농가를 연결하는 멘토링 사업도 추진했다. 소비자들이 믿고 살 수 있도록 고종시를 지리적 표시제 39호로 등록했고 '임금님이 드셨다'라는 홍보문구가 삽입된 산뜻한 디자인의 포장재를 500여 농가에 보급했다. 이처럼 군이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자 자발적 모임도 구성됐다. 함양곶감연구회에서는 분기별로 기술과 정보를 교류하고 함양곶감의 품질향상과 명품화 노력을 기울인다.

◇겨울의 꽃 '곶감축제' = 함양군은 임금님께 진상하던 쫄깃쫄깃 맛좋고 영양 만점인 함양곶감을 전국 소비자에게 선보이고자 매년 1월 곶감 주산지에서 첫 함양곶감축제를 개최한다. 지난해부터는 1월 서울 청계천에서 도시소비자를 찾아가는 곶감축제를 열었다. 첫나들이 치고는 반응이 대단했다. 사흘간 판매장에 몰린 인원만 1만여 명, 1억 3000만 원어치가 팔렸다. 축제 후에도 곶감주문은 계속 이어졌고, 결국 26만 접(접당 곶감 100개)이 완판돼 총 260억 원의 농가 소득을 올렸다.

지난 9월 곶감법인 읍면 작목반장 등 30여 명은 또다시 '일'을 저질렀다. 내년 1월 서울 청계광장에서 여는 곶감축제 외에도 800여 전 농가가 참여하는 곶감축제를 별도로 개최키로 한 것이다. 추진위원회도 꾸렸다. 이제는 시간만 남았다. 바람 좋고 볕 좋은 지리산 정기를 잘 받은 곶감이 만들어지고 있다. 함양곶감은 오는 12월 초매식을 시작으로 소비자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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