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위기에 빠진 대우조선해양에 채권단이 4조 2000억 원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함으로써 대우조선해양은 일단 숨을 돌렸다. 29일 발표된 채권단의 대규모 유동성 지원 계획은 28일 노조가 대주주인 산업은행에 쟁의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내용 등 초유의 노사확약서를 제출한 데 대한 화답으로 보인다. 노조의 백기 항복이 채권단 마음을 움직임으로써 대우조선을 기사회생시킨 원동력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문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대우조선에서는 현재 희망퇴직 형식의 인력 감축이 추진되고 있으며 사측은 앞으로도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공언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노조는 노사확약서 제출에 따른 기대 이익을 전혀 거두지 못하는 셈이다. 더욱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주요 채권단은 구조조정을 넘어 궁극적으로 민영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매각에 혈안이 된 채권단이든, 싼값에 기업을 사들이려는 투자자든, 민영화 추진 과정에서 노동자의 고용 승계 문제는 거의 고려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동료 노동자들의 권익을 대변하기는커녕 동료의 목숨줄을 경영진과 채권단에 고스란히 내주는 조직이 노조라면 문제가 심각하다. 아무리 상황이 절박하더라도 최소한의 협상카드는 남겨뒀어야 한다는 점에서 노조의 이번 양보는 지나친 저자세다.

대우조선의 유동성 지원 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는 노동자에게만 출혈이 일방적으로 요구되고 있다는 점이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의 최대 채권은행으로서 부실 경영에 막중한 책임이 있다. 산업은행이 자신의 잘못에 대한 징벌을 받기보다 스스로 망친 조직을 쇄신하는 작업에 참여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옛 경영진도 채권단이 부실경영에 따른 민형사상 처벌과 배상을 청구할 예정이라고 하지만, 생명줄을 놓게 될 처지인 노동자들의 고통 전담 수준에 비할 수는 없다.

대우조선의 인적 구조조정은 최소화되어야 한다. 경남의 대표적인 조선 기업인 대우조선 노동자들의 고용 문제가 지역사회에 일으키는 파급력도 매우 크다. 막대한 공적 자금이 투입된 대우조선이 회생하여 경영이 정상화하더라도, 회사만 살아남고 부실 경영에 아무런 책임이 없는 노동자들만 희생하는 등 민영화의 나쁜 선례가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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