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따라 내맘대로 여행] (68) 경기 안성 팜랜드

깊어가는 가을만큼이나 짙어지던 미세먼지를 보며 덩달아 한숨 끝도 길던 차였다. 잠깐의 비로 세상이 개었다. 오래간만에 만난 높고 맑은 가을 하늘이 그저 고맙다.

안성의 가을은 푸르다. 광활하게 펼쳐진 그림 같은 초원은 청량한 가을의 향기를 가득 담고 있다.

경기도 안성시에 자리한 안성팜랜드(안성시 공도읍 대신두길 28). 안성팜랜드는 1969년 10월 11일 한독낙농시범목장(안성목장)으로 시작됐다. 당시 독일 차관으로 젖소 200마리를 들여와 독일 기술자들이 우유를 생산했다. 1971년 농협이 운영권을 넘겨받았다. 2012년에 안성팜랜드로 바꾸고 체험 목장으로 변신해 지금에 이르렀다.

입장료는 제법 비싸다.(기본 어른 1만 원, 어린이 8000원) 들어서는 순간 작은 놀이동산을 만난 기분이다. 아이들은 들떠있고 자유로이 뛰어다닌다. 염소와 다람쥐, 타조와 토끼 등 동물 먹이 주는 체험이나 아기자기한 놀이기구 체험은 여느 놀이 공원과 다를 바 없다.

이것저것 만들어 볼 수 있는 체험 행사도 눈에 띈다. 연 만들기, 동물 탈 만들기, 소원바람개비 만들기 등은 간단하면서도 아이들이 직접 해볼 수 있는 것들이다. 미니케이크 만들기와 아이스크림 만들기 등 예약제로 운영되는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 현장에서 바로 체험해볼 수 있다. 체험비용은 1000원에서 8000원까지 다양하다.

부산한 도심을 벗어나 진짜 저 푸른 초원 위 그림 같은 풍경 속에서 여유를 찾고 싶다면 발걸음을 옮겨보자.

풀을 뜯는 소들과 이들 곁에서 무리 지어 먹이를 찾는 새들은 가끔 하늘로 올라 장관으로 만든다. 이들을 지나쳐 바람개비 언덕길을 지나면 진짜 가을이 펼쳐진다. 초록 물결이 일렁이고 맑은 하늘이 끝 간 데 없이 펼쳐진다. 잿빛 세상에 잔뜩 움츠렸던 가슴을 활짝 열고 호흡을 길게 내뱉는다. 숨통이 트인다.

어린 단풍 잎 같은 손 하나가 실을 늘어뜨려 하늘에 편지를 띄운다. 사각의 연이 바람 부는 대로 떠다닌다. 연줄을 잡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아이. 그런 아이를 바라보는 부부에게선 여유가 고스란히 전해온다. 마음이 푸근하다.

말 방목장

그저 걷는다. 흙길이 반갑고 초원 길은 폭신하다. 은빛의 억새가 바람에 흩날린다. 아무 곳에나 자리를 펴고 앉아 햇살을 받는다. 굳이 무엇을 하지 않아도 좋다. 아무렇게나 핀 들꽃에 시선을 두고, 바람에 '쏴∼' 소리를 내는 억새에 귀를 맡긴다.

트랙터 마차를 타고 한 바퀴 돌아도 좋다. 4인 가족이 함께 타는 자전거도 빌려 초지자전거 길을 달려도 된다.

산책 중간마다 드라마 <신사의 품격>, <구가의 서>, <마의>, 영화 <용의자> 등을 촬영한 장소를 만날 수 있다.

128만 7000㎡(39만 평) 광활한 대지에 60여 가지에 이르는 테마가 있으니 팸플릿을 챙겨 동선을 정해 움직이는 것이 좋다. http://www.nhasfarmland.com

활쏘기 체험장
드라마 <신사의 품격> 촬영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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