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된 밀양 한 마을상수도 비소 기준치 14배 넘게 검출

밀양강 줄기에서 이어진 단장천을 따라 펜션이 들어서 있는 밀양 한 마을. 여름이면 피서객들로 붐비는 곳이지만 가을로 접어든 이맘때는 여느 마을과 다를 것 없이 한산했다.

조용한 시골 마을이 최근 마을 상수도 문제로 들썩였다. 지난 8월 3일 급수를 시작한 마을 상수도에서 두 달이 지난 시점에 1급 발암물질인 '비소'가 기준치를 한참 넘어섰다는 분석 결과가 나와서다. 

마을 상수도는 계곡물이나 지하수를 염소소독 처리해 먹는 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수도시설이다. 이곳 상수도도 마을 어귀 산 중턱에서 물을 뽑아 내고 있었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이 분석한 자료를 보면, 이 마을 상수도에서 나온 물 비소 농도는 0.144㎎/ℓ였다. 먹는 물 비소 농도 상한선은 0.01㎎/ℓ이다. 기준치 14배가 넘는 물을 이곳 사람들은 식수로 사용한 터였다.

하지만 이 문제로 시끌시끌했던 건 오히려 마을 밖이었다. 언론과 환경단체가 비소에 오염된 마을 상수도를 두고 경남도와 지자체 대응이 미흡했다며 질타하는 동안 이곳 사람들은 자신들이 마시는 물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까맣게 몰랐다.

밀양 단장천 옆 한 마을 전경. 최근 이 마을 상수도에서 기준치 14배가 넘는 '비소'가 검출됐다. 하지만 마을 주민들은 이 사실을 대부분 모르고 있었다. /최환석 기자

어떤 이는 마을 상수도를 설치한 후 오히려 물이 더 좋아졌다고 반겼다. 권문자(가명·65) 씨는 자녀를 모두 외지로 보내고 혼자 이곳에 남아있는 사람 중 한 명이다.

"예전엔 물살이 안 좋았어. 마을 상수도? 새로 하니까 이젠 잘 나와. 비소? 그게 뭐여? 그게 물에 나왔다고? 그런 말 들어본 적도 없어. 물 못 먹는다는 말도 못 들었고. 이 물로 약도 먹고 밥도 짓고 다 하는데 뭐."

이 마을은 자체 마을 상수도를 놓기 전 물이 부족했다. 다른 마을과 공동으로 상수도를 쓰다 보니 더욱 그랬다. 마을 상수도는 그렇게 주민 필요에 의해 세워졌고 지난 5월 준공검사를 무사히 통과했다. 주민들은 물살이 세진 것을 반겼다.

비소 문제가 터지자 3일간 급수가 중단됐다. 기존에 쓰던 다른 상수도에 임시로 연결해 물을 공급했다. 면사무소 관계자는 "지금은 비소저감장치를 설치했고, 수질검사에서 비소 농도가 기준치 이하라는 결과가 나와 다시 물을 공급하고 있다"며 안전하다는 설명을 했다.

이런 사실을 이곳 주민 대부분은 모르는 눈치였다. 비소가 나왔는지도, 마을 상수도에 비소 제거기를 설치했는지도 전혀 알지 못했다. 마을 이장이 방송으로 알린 게 전부였다. 한 주민은 언론 보도를 보고 그제야 알았다고 했다.

경남도는 지난 27일 소규모 수도시설 비소 검출 사안 대책을 밝히는 자리에서 비소 검출 원인으로 마을 대표 인식 부족을 꼽았다. 반면 도와 지자체에서 적극적으로 나서 주민들에게 비소 심각성을 알리지 않은 것이 더 큰 원인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의지' 문제라는 지적이다. 도는 뒤늦게 마을 상수도 비소 검출 공지 의무화 등을 정부에 촉구할 예정이라고 대답했다.

지난 6월 함안 마을 상수도 5곳에서도 비소 농도가 기준치를 초과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 마을에서는 초등학생 40여 명이 마을 상수도에서 공급되는 물을 먹고 있었다.

함안군은 현재 예비비 1억 8000만 원을 들여 비소에 오염된 물을 마신 주민을 대상으로 건강 역학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최종 결과는 오는 12월께 나올 예정이다. 지난 9월 역학조사 관계자와 해당 주민이 참석한 자리에서 역학조사 중간 설명회가 있었다. 비소 노출 지역 주민 소변에서 나온 무기염소(5가·3가 비소)와 모발 비소 농도가 대조군보다 유의미하게 높았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밀양 마을에도 초등학생 50여 명이 다니는 학교가 있다. 이 아이들도 비소에 오염된 물을 두 달간 식수로 사용했다. 도는 비소 제거기를 달고 수질검사를 강화한다며 수습에 나섰지만, 이미 비소에 오염된 물을 마신 주민을 대상으로 한 건강조사 대책은 여전히 내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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