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세상]필리핀 결혼이주여성 진키 에이빌라 씨…언어·차별·계절 벽 넘고 영어강사로 활약

안녕하세요. 필리핀에서 온 진키 에이빌라(40·창원시)입니다. 한국인 남편, 11살인 딸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친구 소개로 필리핀에 놀러 온 남편을 만났습니다. 남편은 인상이 좋고 참 착하게 보였습니다. 저는 필리핀의 큰 회사에서 매니저로 일하며 매우 만족스러운 생활을 했습니다. 하지만 남편을 소개받고 보니 저와 종교가 같고 또 착하고 믿음직해 보여서 어쩐지 저의 남편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잘 알지 못하는 나라이지만 한국에 시집을 오려고 결심했습니다.

2003년 한국에 왔지만 그때 당시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한국말 중에 '안녕하세요'와 '감사합니다'라는 말밖에 몰랐습니다. 처음 한국 생활은 고통스러울 정도로 힘들었습니다.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 얼마나 답답한 일인지 느껴서 한국말을 배우고 싶었지만 어디 한 곳 배울 수 있는 곳을 알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국립국어원, 세종학당 등을 찾아서 한국어 공부를 하고 배운 말들은 남편에게 물어보고 어색하지만 많이 사용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다문화 사회에서 가장 큰 문제는 언어 소통이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도 참으로 힘든 장벽이었습니다. 저도 물론 차별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제가 한국말 발음을 잘 못하니까 버스기사가 저의 질문을 못 알아듣고 대답도 안 하고 그냥 내리라면서 화를 내셨죠. 그때는 정말 큰 모욕감이 들었고 당장 필리핀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가난한 나라에서 왔다고, 말이나 글이 서투르다고 그렇게 무시하는 것은 말할 수 없는 상처가 되었습니다. 한국전쟁 직후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고 필리핀이 훨씬 잘 살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그때 우리 필리핀 사람들도 그렇게 한국인들을 비인간적으로 대했을까요? 많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제일 힘들었던 계절은 겨울입니다. 저는 따뜻한 나라에서 태어났기에 적응도 안 되고 춥고 아팠어요. 그때는 제가 아이를 가졌을 때였고 몇 달 후 저는 자궁과 유방 혹 수술을 했습니다. 그때는 너무 힘들었어요. 그때 쏟았던 눈물이 아마 한 양동이는 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힘들고 어렵던 시절도 지나고 나니 다 추억이 되었고 오늘의 행복을 만드는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힘들고 어렵던 시간이 지나고 몇 년 후 생활이 나아졌어요. 다문화센터도 알게 되었고, 친구들도 많이 생겼어요. 그리고 한국말이 조금 늘었어요. 그리고 일도 생겨 기쁨과 보람을 느낍니다. 영어 강사도 하고, 한국 아이들에게 영어와 필리핀 문화를 가르치는 것이 무척 즐겁고 보람되었어요.

필리핀은 빈부격차가 무척 심해서 사람들 사이에 불만이 많습니다. 그러나 한국은 보편적으로 생활수준이 좋은 편이어서 크게 못사는 사람이 없고 정부에서 도움도 많이 줍니다. 그리고 사계절이 뚜렷해서 겨울에 춥지만 눈이 내리는 것이 인상적이었고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전국 어디든 갈 수 있다는 것이 좋았습니다.

지금 우리 가족은 신앙 안에서 서로 사랑하고 열심히 일하고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이 행복을 지키고 더 키워나가도록 더 노력할 것입니다.

※지역민 참여 기획 '지면 갤러리'와 '다문화 세상'은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아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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