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유실 내 공간 구분 미비 아빠 출입에 여성 불쾌감 '남성 금지'붙은 곳도 있어

수유실은 여자만 출입해야 하고, 여자화장실에만 기저귀 교환대가 있어야 할까.

지난 25일 한 인터넷 카페에서 어머니들 사이에 수유실을 둘러싸고 공방전이 전개됐다. 글쓴이는 최근 김해 장유 소재 아웃렛 수유실에서 겪었던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수유실에 남자가 들어온다는 거 말로만 들었는데 진짜로 봤다. 남성분 출입을 제한한다고 써져 있었지만 아내와 함께 남편이 들어왔다. 가림막 하나 사이로 낯선 남자가 서 있다는 느낌이 불쾌했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대한 반응은 "민망하고 불쾌하다", "남자 출입도 가능하다" 두 갈래로 나뉘었다.

도내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은 유아휴게실을 운영하고 있으며 그 안에는 아이들 휴게실과 수유실, 기저귀실이 있다. 곳에 따라 수유실에 커튼 등 칸막이가 있거나 구색 맞추기용에 불과한 곳도 있다. '남성 출입 금지'라는 표지가 붙은 곳도 있고 아닌 곳도 있다.

마산지역에 거주하는 김효숙(32) 씨는 완모(완전 모유 수유·아기에게 모유만 먹이는 것) 중이어서 밖에 나가면 수유실부터 찾는다.

김 씨는 "당연히 수유실에 남자 출입이 금지된 것 아니냐"면서 "수유실에 남자가 불쑥 나타나 당황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수유실 안에 커튼이나 문이 가려져 있는 공간이면 모르겠는데 아닌 경우에는 수유할 때 가슴이 다 보인다"고 말했다.

김해에 거주하는 박다미(31) 씨는 "외국은 패런츠룸(Parent's room·부모의 방)이라고 해서 그 안에 수유하는 공간이 따로 마련돼 있는데 커튼으로 구역이 나누어져 있다. 밖에는 '아빠 환영'이라는 표지까지 붙여 남자들이 기저귀도 갈고 한다"면서 "하지만 한국은 백화점·대형마트에 수유실이 잘 돼 있지만 병원이나 식당은 방만 덩그러니 있어 민망하긴 하다"고 말했다.

평소 육아를 도맡아 하는 박철수(34) 씨는 "수유실이 꼭 여자만 들어가야 하는 곳은 아닌 것 같다. 수유라는 게 모유만 해당하는 건 아니지 않느냐"면서 "아이를 혼자 키우는 '싱글대디'나 분유 수유하는 아기를 아빠가 데리고 나온 일도 있다. 수유실 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수유실에 남성 출입을 금지하고 영유아용 기저귀 교환대도 대부분 여자화장실에만 설치돼 성 역할 고정관념을 심어준다는 것.

아이를 챙기거나 수유를 하는 게 '엄마 몫'이라는 것을 당연시하는 현상이다. 특히 서울 등은 성별영향분석평가를 통해 남자화장실에 기저귀 교환대를 설치해 아이는 여성만이 돌본다는 성별 고정관념을 깨고 있지만, 경남은 아직 남녀화장실의 변기 수 맞추기에 급급하다.

신미란 창원여성살림공동체 사무국장은 "수유실은 여성의 몸이 노출되는 상황이 많다 보니 남성 출입을 자제하는데, 커튼이나 가림막 등을 설치해 구조를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 사무국장은 "화장실 등을 개보수할 때 기저귀 교환대와 영유아 변기를 여성화장실에만 설치하지 말고 남성화장실에도 만들라고 지방자치단체에 요구하지만 시행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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