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가 한가지 빠져 있는 취미 생활이 있는데 '짊어지고 나른다'라는 뜻으로 1박 이상의 야영 생활에 필요한 장비를 갖추고 산과 들을 마음 내키는 대로 자유롭게 떠돌아다니는 여행, 백패킹(Backpacking)이다.

평소에 자연을 즐기는 나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의 광활한 대자연 속에서 백패킹을 꿈꿔왔다. 그런 나에게 기회가 왔다. 캠핑을 즐겨하는 친구와 마음과 시간이 맞아 스페인으로 함께 떠나게 된 것이다.

텐트, 취사도구, 침낭과 매트 등 기본적인 장비만 챙겨 떠났다. 가스는 수화물로 금지된 항목이라 현지에서 조달하기로 했다.

스페인에 도착한 첫날은 숙소에서 자고 다음날 스포츠용품점에서 가스도 사고 요리 해먹을 음식들도 사놓았다. 그리고 스페인 북서쪽에 위치한 작은 바닷가 마을에 버스를 타고 도착하니 이미 오후 5시였다. 캠핑장을 찾아 마을을 돌아다녔지만 찾을 수 없었다. 이내 마을 전체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꼭대기에 올라 광활하게 펼쳐진 바다를 향해 있는 허허벌판과 커다란 바위들이 놓여 있는 백패킹으로 야영할 수 있는 알맞은 곳을 찾았다.

해가 푸른 바다를 붉게 물들이고 있는 가운데 어떤 남자가 그 광활한 풍경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야영을 즐기기에 너무나 완벽한 곳이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그를 방해하고 싶지도, 그의 명당자리를 뺏고 싶지도 않았지만 따뜻한 커피 한잔을 대접하는 걸로 대신하기로 했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아무리 해도 가스와 스토브가 연결되지 않는 것이었다. 이내 연결부위가 맞지 않아 가스를 쓸 수 없음을 깨달았다. 그에게 미안한 마음과 동시에 우리의 캠핑요리는 물 건너간 터였다. 그와 작별 인사를 나누고 텐트를 치고 허기진 배를 채우기로 했다. 

당근이며 양파, 토마토, 심지어는 난생처음으로 버섯까지 생으로 뜯어 먹고 있자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하지만 광활한 바다를 물들이는 석양을 바라보며 먹는 저녁식사는 그 어떠한 멋진 레스토랑에서 먹는 것보다 훨씬 근사했다. 해가 지고 주변은 어두워졌지만 우리는 그렇게 바위에 앉아 바다를 느끼고 자연을 느꼈다. 그런데 갑자기 우리 등 뒤에서 누군가 빛을 비추고 있었다. 게다가 그 빛이 점점 강해지고 있었다. 누군가 우리의 밤을 방해하는 것인가 했더니 다름 아닌 보름달님이었다. 보름달이 조금씩 우리 머리 위로 떠오르며 그 빛이 더욱 강해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칠흑같던 어둠을 밝혀주는 달님 덕분에 우리는 텐트 안으로 들어가서 편안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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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남은 백패킹 일정을 기대하며 그렇게 자연속에서 잠이 들었다. 

/김신형(김해시 장유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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