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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롱 언니' 아니라 '화가 김혜련'이라 불러주세요

[이서후의 사심가득인터뷰] (9) 화가 김혜련

이서후 기자 who@idomin.com 2015년 10월 26일 월요일

사람들은 김혜련(44·김해시) 작가를 보통 '쌀롱 언니'라 부른다. 그는 김해시 내동에 있는 문화카페 '재미난 쌀롱' 운영자다. 화가로서 그를 만나는 일은, 그래서 조금 낯설다. 10월 어느 날 그가 일하는 쌀롱을 찾았다. 그는 뜻밖에 화가로서 자신을 만나러 와줘서 아주 고맙다고 했다. 그에게 혹시 화가로 불리면 낯서냐고 물었다.

"아니에요. 그림 그리는 일이 내 일이에요. 그 본업이 돈이 안 될 뿐이지. 하하하. 돈이 되도록 해야 하나 하는 생각에서는 아직 좀 애매해요. 솔직히 내 그림이 돈이 안 된다고 생각은 안 해요. 그림이 조금 선명하고 특이해서 가정집 같은 평범한 장소에는 안 어울릴 뿐이지요. 부산에 있는 한 화랑에서 1년에 한 번은 전시를 해요. 전시는 그냥 하고 싶은 일과 관련해 자신에게 주는 숙제 같은 거예요. 전시 준비할 때는 오로지 작업에 집중하죠. 솔직히 나는 그림을 그릴 때가 제일 좋아요. 그런데 그걸로만 먹고살 재능이 없어요. 팔리는 그림을 못 그리니까."

김해에 있는 문화카페 '재미난 쌀롱' 운영자이기도 한 화가 김혜련. /강대중

- 작품이 주로 인물화잖아요. 모델이 있나요?

"누군가를 생각하며 그릴 때도 있어요. 그런데 대부분은 내 팔이 시키는 대로 해요. 손 힘이 가는 대로 나오는 형태를 이어가는 식이에요. 어떻게 그려야지 이런 게 없어요. 그래서 내 그림은 제목이 없어요."

- 그럼 밑그림이 없겠네요?

"전혀 없어요. 밑그림 작업을 해 본 적이 없어요. 제 작업 속도가 빠른 편인데, 그건 내가 즉흥적으로 작업을 해서 그래요. 예를 들어 사람들하고 술을 마시다 열 받잖아요. 그럼 바로 캔버스 앞으로 가서 30분 만에 그림을 그려내요. 계산을 하고 그림을 그리면 망쳐요. 계획하지 않아야 해! 그렇게 그린 그림들이 희한하게 반응도 좋아요. 스스로 만족감도 크고요."

김해에 있는 문화카페 '재미난 쌀롱' 운영자이기도 한 화가 김혜련. /강대중

- 혹시 미대 나왔어요?

"아뇨. 전산관련 학과 나왔어요. 컴퓨터 전공. 컴퓨터 관련 책도 쓴 사람이에요! 교학사에서 냈는데, 정말 안 팔렸어요. 하하하. 20대 중 후반에는 진짜 컴퓨터에 완전히 빠져 살았어요. 지금은 컴퓨터를 아예 안 하지만."

찾아보니 2009년 발행한 <작은 회사 사장님이 꼭 알아야 할 엑셀 함수 plus 실무기술>이란 책이 있다.

- 그럼 그림은 언제부터 그렸어요?

"저는 학교 다닐 적에 미술 학원도 다닌 적이 없고 미술상 한 번 받은 적이 없어요. 그런 제가 28살 때 처음 그림을 그렸어요. 부산에 일요화가회라는 모임이 있었는데 그림을 그리고 싶어 무작정 인터넷으로 검색하니 나오더라고요. 좋은 경치 보면서 그림 그리는 모임이었어요. 거기서 어깨너머로 그림을 배웠어요. 그래서 나는 스승이 없어요.

물론 심리적인 스승은 있어요. 일요화가회 할 때 맨 처음 나한테 그림에 대한 생각을 불어 넣은 분이 계시고요. 그리고 윤석남 선생님. 그렇게 유명한 분이 내가 이전에 하던 부뚜막 고양이란 카페에서 전시를 해 주셨어요. 내부가 좀 어수선해서, 이런 데 작품을 두게 해서 미안하다니까, 나는 내 작품이 어디서든 누구한테 보인다는 그 자체로 행복하다 하시는 거예요. 그런 부분을 많이 배운 것 같아요. 그다음에 피아니스트 연세영 씨. 이 세 사람이 나한테 정신적으로 영향을 준 분들이에요."

김혜련 작가의 작품들.

올해 76세인 미술가 윤석남은 현재 우리나라 여성주의 미술의 대모로 불린다. 그는 마흔이 넘어 미술을 시작했다. 연세영은 피아노 치는 화가로 유명하다.

- 차라리 미술 전공자로서 무언가를 해내야 한다는 조바심 같은 거는 없겠네요.

"네. 그런 거는 없어요. 그런 부담감이 없어서 내 그림이 자유로울 수 있었어요. 내 터치에 대해서 누가 태클을 걸어도, 뭐 그런가 보다 하고 말아요. 지금 내가 소속되어 있는 협회나 작가 모임도 없어요. 들어오라는데 안 들어가요. 이유가 있어요. 그런 데서 활동을 하니 갈등이 생기더라고. 전공자와 비전공자 사이의 갈등. 전공자에게 내가 비전공자로서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도 있는데, 그러면 싸움이 되더라고요. 괜한 갈등을 만들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안 해요. 속 편해요.

가끔 사람들이 내 그림 사가면서 진짜 화가냐고 물어요. 내가 미협에 등록이 안 되어 있더라면서. 그럼 나는, 협회 가입 조건은 되지만 굳이 할 이유가 없어 일부러 안 한다고 설명을 하긴 하죠. 솔직히 그런 소리 들으면 불편하긴 해요."

김혜련 작가의 작품들.

- 지금 재미난 쌀롱에 걸린 그림들 보면 인물화지만 풍경 같기도 하네요.

"그래도 옛날 그림하고 비교하면 많이 밝아진 거예요. 웃고 있잖아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웃는 그림은 나한테 있을 수도 없었어! 내가 그림 그리는 방식이 감정의 표현이나 해소 같은 거잖아요. 그 감정은 주로 힘들고 지치고 화내고 하는 것들이었어요. 행복하면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작품에 삶의 희로애락이 골고루 들어가야 한다는 마음이 생겼어요.

안 그래도 부산에 친한 갤러리 관장님이 얼마 전에 그림 방향에 조금만 손을 보자고 하더라고요. 그거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생각해요. 그래서 지금은 조금 다르게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요. 꼭 돈이 되고 그런 게 아니라 나 스스로 이해할만한 변화였으면 좋겠어요. 이것 역시 내가 만족할 만한 방향을 찾아가는 과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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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후 기자

    • 이서후 기자
  • 문화체육부에서 문학/영화/연극/뮤지컬 등을 맡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