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문화에 무지했던 마산·창원시장들…방치된 헌병분견대를 역사기록관으로

벌써 두어 달 전 이야기다. 마산역사문화유산보전회가 '마산헌병분견대(등록문화재 제198호)의 의의 및 활용방안'에 대한 토론회를 열었다. 발표자인 허정도 박사(도시학)는 "현재의 건물 면적이 좁으므로 인근 부지를 추가 확보하여 지금보다 공간을 넓힌 후, 제2의 건물을 신축하여 '마산 근대역사관'이나 '기록관' 혹은 '인권과 민주주의 기념관' 등 역사문화 전시공간으로 사용"하자고 제안했다.

나도 적극 동의했다. 하지만 언감생심(焉敢生心), 부지를 추가 확보하자는 말은 일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비록 작은 공간이나마 지금 건물에서 우선 역사기록관을 시작부터 하는 게 중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그리고 이름에서부터 뮤지엄(museum·박물관)인지 아카이브(archives·기록관)인지 개념이 모호한 '역사관'이나 '기념관'보다는 아카이브로서 의미가 명확한 '역사기록관'으로 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뮤지엄으로 시작하면 아카이브의 기능을 더하기 어렵지만, 아카이브로 시작하면 뮤지엄의 기능을 겸하는 건 언제든 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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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산헌병분견대./경남도민일보DB

인근 부산시 중구에만 해도 일제강점기 동양척식회사 건물을 활용한 부산근대역사관, 독립지사 백산 안희제 선생의 백산상회를 활용한 백산기념관, 그리고 부산민주공원에 있는 민주항쟁기념관, 40계단문화관, 보수동 책방골목문화관이 있다. 또 바로 옆 서구에는 옛 경남도지사 관사를 활용한 임시수도기념관이 있고 옛 경남도청 건물에 동아대학교 박물관과 임시정부청사 기록실은 물론 부산 독립운동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부산광복기념관도 있다.

그러나 경남의 대표적인 근대도시였던 마산에는 무엇이 있는가. 3·15국립묘지 안에 있는 기념관 말고는 근현대 역사를 알 수 있는 시설물이 없다. 그나마 하나 있는 3·15기념관에는 개항 이후 일제의 수탈도시로서 마산은 어떠했는지, 당시 우리 지역의 독립운동사라든지, 해방 이후 현대사는 물론 3·15와 부마민주항쟁, 6월 민주항쟁, 노동운동에 이르기까지 민주성지와 노동운동의 메카로서 마산의 역사는 없다.

비록 60평(200㎡) 정도밖에 안 되는 건물이지만 근대도시 마산의 역사기록관으로 쓰기엔 이곳만큼 적절한 곳이 없다. 게다가 지금은 구청 이름으로만 있는 '마산'의 역사를 영원히 남길 수 있는 의미 깊은 일이기도 하다. 공무원들은 비워있는 건물을 활용하자고 하면 인력과 예산 문제로 먼저 난색을 표한다. 걱정하지 마시라. 인력 채용 필요 없다. 거창한 전시시설도 미리 갖출 필요 없다. 최소의 예산으로 민간에 위탁을 주면 된다. 내 돈을 보태서라도 하겠다는 의지와 열정을 가진 사람과 단체들이 있다. 그렇게 하여 우선 여기저기 개인이나 단체가 보관하고 있는 기록물을 수집하는 일부터 하도록 하자. 지금은 그런 공간이 없기 때문에 기증하고 싶은 자료가 있어도 그냥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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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마산시장이나 창원시장은 역사와 문화에 무지한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그 가치나 중요성도 알지 못했다. 시민이 자기 고장의 역사를 공유하는 것은 도시공동체 구축의 시발점이요, 시민의 자긍심과 애향심의 원천이 된다. 안상수 창원시장은 이전 시장들과 다를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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