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간다] (18) 의령 관정·호암 생가

며칠 전 의령으로 향했다. 정암 솥바위 전설을 확인하고 싶었다. 남강 가운데 솥 모양의 바위 8㎞ 안에는 부귀가 끊이지 않는다는 전설이다. 조선시대 한 도인은 바위의 다리가 뻗은 세 방향 20리 내에 큰 부자 세 명이 태어날 것이라고 예언했다. 사람들은 삼성·LG·효성 창업주가 그들이라고 말한다. 그뿐만 아니라 삼영화학그룹 이종환 명예회장도 의령에서 태어났다. 정암 솥바위 위력이 대단하다. 남해고속도로에서 군북 IC를 지나 의령으로 들어서니 저 멀리 정암루가 보인다. 그 옆에 솥바위가 서 있다.

◇관정 이종환 생가

용덕면 정동리로 발길을 돌렸다. 관정 이종환 명예회장 생가를 찾았다. 지난 5월부터 일반인들에게 무료로 개방됐다.

의령군 용덕면 정동리에 있는 관정 이종환 삼영화학그룹 명예회장 생가.
의령군 용덕면 정동리에 있는 관정 이종환 삼영화학그룹 명예회장 생가.

'기부왕'으로 알려진 이종환은 사재 8000여 억 원을 들여 관정장학재단을 설립했다. 아시아 최대 장학재단으로 관정 장학생 수가 7000명 정도란다. 지난 2월에는 서울대 제2중앙도서관을 건립해 기증했다.

서울대는 감사의 마음으로 송덕비를 생가에 세웠다. 생가는 그가 가옥과 연못, 정원을 갖춰 조성했다.

먼저 6100㎡(1840평) 규모에 놀란다. 안채와 사랑채 등 가옥만 6채다. 전통 사대부 가옥 모습이다. 아직 손때가 덜 묻어서인지 전통미보다는 현대적인 감각이 돋보인다.

깨끗하게 정리된 집 곳곳에는 국화향이 그윽했고 마당 한편에 이종환의 흉상이 자리 잡고 있다. 생가를 관리하는 아저씨는 흉상 제막식이 전날 있었고 이 회장이 하룻밤 머물다 몇 시간 전 서울로 갔다고 했다.

정원과 연못은 많은 사람이 감탄하는 곳이다. 깊은 산속 으슥한 골짜기처럼 조성했다는 공원은 관정헌 주위에 연못이 둘러 있다. 잉어떼가 유유히 헤엄친다.

소나무가 많은 정원은 조경도 좋다. 드라마 세트장으로 활용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잘 갖춰졌다. 의령의 새로운 관광지로 이름날만했다.

관정 생가는 이달 말까지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둘러볼 수 있다. 월요일은 문을 열지 않는다.

의령군 용덕면 정동리에 있는 관정 이종환 삼영화학그룹 명예회장 생가.

◇호암 이병철 생가

용덕면에서 차로 20분 정도 달리니 정곡면 장내마을에 도착했다. 삼성그룹 창업주 호암 이병철 생가가 있는 곳이다.

이미 관광지로 유명한 호암 생가는 1851년 호암 조부가 손수 지은 전통 한옥을 단장해 2007년부터 일반인에게 개방했다. 1907㎡(576평)에 남서향으로 안채와 사랑채, 대문채가 있다.

집 뒤편 울창한 대나무 숲이 예사롭지 않다. 풍수지리에 따르면 이 집은 곡식을 쌓아놓은 것 같은 노적봉 형상을 하고 주변 산의 기가 산자락 끝에 있는 생가터에 맺혀있단다. 대문채 앞에 비치된 호암 생가 설명서에는 남강 물이 생가를 돌아보며 천천히 흘러 명당 중의 명당이라고 소개되어 있다. 집은 아담한 토담과 바위 벽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의령군 정곡면 장내마을에 있는 삼성그룹 창업주 호암 이병철 생가.

집안 세간을 그대로 드러낸 호암 생가는 옛날 생활 모습을 보여준다. 광에는 쌀가마도 그득히 채워넣었다.

호암 생가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개방되고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부잣길 걸으며 부자 기 받기

장내마을을 둘러보니 도로명이 '호암길'이다. '부자길'이라는 팻말도 보인다. 생가로 가는 길 작은 슈퍼마켓 이름도 '부자상회'다.

그걸 보니 문득 얼마 전 코레일(한국철도공사)에서 보내온 이메일이 떠올랐다. 풍수지리학 박사와 함께 '진주·의령 부자 기 받기 팸투어'를 연다고 알리며 취재가 필요하면 연락을 달라는 내용이었다. 부자 기 받기라는 말에 잠시 솔깃했지만 일정이 여의치 않아 팸투어에 참여하지 못했다.

'부자 기 받기'는 코레일과 의령군과 경남개발공사가 협력해 개발했다. LG그룹 창업주 구인회 생가(진주 지수면), 효성그룹 창업주 조홍제 생가(함안군 군북면)도 코스로 연결되어 있다. 조만간 정식 관광 상품으로 나올 예정이다.

의령군 정곡면 장내마을에 있는 삼성그룹 창업주 호암 이병철 생가.

재물과 건강, 장수처럼 소원 성취를 바라는 서민의 마음을 자극하는 부자 기 받기. 당장 손에 쥐어지는 것은 없다 해도 그들을 만나면 좋다.

새겨들을 한마디가 있었다.

호암은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과연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지를 잘 알고 있을 때 가장 행복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했다.

관정은 비석에다 "무한추구하라. 도전 없는 성공은 없다"라고 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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