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비춤]지방분권, 사라진 3년…수도권 규제 완화 이미 현실화, 지역발전예산 대구·경북 편중

2013년 1월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 인수위가 활동할 당시였다. MB정부에서나마 지방분권과 균형발전 논의에 참여했던 이들조차 인수위에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고 "지방분권이 국정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우려된다"는 전망이 비등했다.

그리고 전망은 현실이 됐다. 지역에 대폭적인 권한과 자원이 이양되는 '분권'은 언감생심일 뿐이고, 수도권 일극 체제 탈피를 위한 지역균형발전 정책마저 부재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역'과 '분권'이 국정의 주요 화두로 떠오른 적이 없으니, 이에 대한 비판-반비판을 통한 정책 수립 과정 역시 보이지 않았다. 대통령 직속기관인 지역발전위원회와 지방자치발전위원회가 활동을 하고 있고 유의미한 성과를 내지 않은 바는 아니다. 하지만 중앙부처를 압도하지 못한 채 지엽적인 예산(정책) 배분에만 몰두해왔다는 진단 또한 나오고 있다.

정부의 분권 의지가 퇴색됐다고 해서 당장 그 영향이 직접적으로 지역 주민에게 미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우여곡절을 겪은 노무현 정부의 혁신도시 정책이 지금에 와서야 효과를 나타내듯, 현 시점 분권 역행 정책이 10년 후 비수도권 지역 경제를 어떤 나락으로 밀어넣을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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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연합뉴스

비수도권 정치인이 우려하는 건 정부가 수도권 규제 완화를 염두에 둔 듯한 정책을 일관되게 펼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5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새누리당 이종배 의원은 지난 7월 말 총리 주재로 열린 규제개혁점검회의에서 발표된 '공장 신·증설 및 산업단지 활성화 개선 대책'이 수도권 규제 완화를 겨냥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에 황교안 총리는 "당시 검토했던 규제 개혁 방안은 전국 어디에나 적용되는 규제 개혁 방안이고 다만 어디에 더 이익이 되겠는가 하는 그런 부분은 걱정들 하시겠지만, 잘 검토해서 균형발전을 진행하겠다"고 답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규제 완화가 사실상 수도권 규제 완화가 아니냐는 정부를 향한 질타에 정부는 항상 "국토 균형발전을 추진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만 할 뿐 의구심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4월 새누리당 김태환 의원은 대정부 질문을 통해 수도권 규제의 양 축인 수도권정비계획법과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 설립에 관한 법률이 이미 누더기가 됐다고 지적하는 한편, '자연보전권역 내 공장 신·증설을 위한 입지 규제 완화'와 '경제자유구역 내 국내기업 공장총량제 적용 배제' 등은 "지방경제야 죽든 말든 수도권만 살리겠다는 정책"이라고 질타했다.

놀라운 사실은 당시 이완구 총리조차 이 같은 지적에 동의를 했다는 것이다. 다만, 이 전 총리는 "그런 측면을 고려해서 지방과 수도권의 상생 방안을 계속 검토하겠다"고 부연 설명을 하는 데 그쳤다.

여기에 더해 이달 초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규제 프리존' 도입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또 하나의 수도권 규제 완화 정책이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가시화되고 있다.

지역발전위원회는 "어느 지역에 살든 국민행복을 드리겠다"는 기치로 활동하는 대통령 직속 법적 기관이고, 지방자치발전위원회 역시 지방에 중앙부처의 권한을 이양하는 방안 등을 찾고자 조직된 대통령 직속기관이다. 지역 분권을 위한 법적 기반 조직은 잘 갖추어진 듯하지만 전방위적인 분권의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가령 지역발전위원회는 지역행복생활권 선도사업, 취약지역 생활여건 개조사업(새뜰마을사업) 등에 집중하고 있으나, 몇몇 마을에만 혜택이 돌아가는 전시성 사업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말 지방자치발전위원회가 국가사무의 지방이양 방안 등을 주요 골자로 한 '지방자치종합발전계획안'을 의욕적으로 발표했지만 후속 진행은 더디다. 지역 분권 단체는 종합 계획안에 담긴 정책이 분권에 역행한다고 반발하고 있고, 중앙부처는 지방 사무 이양 등의 내용을 담은 종합계획안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추세다. 분권 집단과 분권 역행 집단으로부터 동시에 외면받는 모양새다.

이 같은 현상에 더해, 특정 지역에만 지역발전 예산이 편중되면서 균형발전조차 내팽개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윤덕 의원은 지난 15일 대정부 질문에서 최경환 부총리 재임 기간 SOC(사회간접자본) 증액 사업비가 2조 8600억 원이었는데, 이 중 대구·경북 지역에 37.5%에 이르는 1조 668억 원이 투입됐다고 밝혔다. 대구·경북에 투입된 '증액 사업비'는 대전·충남·충북·광주·전남·전북의 예산을 모두 합친 6800억 원보다 무려 3700억 원이 많다는 것이다. 또한 김 의원은 "국가가 편성하는 지역특별회계 2698억 원 중에서 74.2%인 2000억 원이 경북에 배정됐다"며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 마련된 특별회계가 특정지역에 편중됐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수도권 규제 완화 정책이 이미 현실화됐다는 우려가 높고, '지역'과 '분권'이 국정의 주요 과제로 다루어지지 않는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여기에 더해 특정 지역에 예산이 몰리면서 균형발전조차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지적마저 제기되고 있다.

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주제로 짚어본, 취임 3주년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박근혜 정부의 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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