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봅시다]경남도 기금 폐지 방침
환경보전·양성평등기금 등 19개 중 13개 연내 없애기로…경남도 "일반 예산 편성" 관련단체 "행정편의주의"

경남도가 19개 기금 중 13개 기금을 폐지하려 한다.

정부가 지방자치단체 기금관리기본법 개정에 따라 2016년 말까지 지자체 기금을 통폐합도록 했지만, 경남도는 "연 이자율이 1%대다. 은행만 좋은 일 시키는 것"이라며 한 발 더 나아가 연내 폐지 방침을 밝혔다.

관련단체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환경보전기금과 양성평등기금 등 어렵게 만들어진 기금일뿐더러, 매해 책정되는 일반회계 예산으로 돌릴 경우 예산 지원 안정성을 가질 수 없다는 입장이다. 800억 원대의 중소기업육성기금도 폐지된다.

도는 최근 해당 조례 개정안 입법예고를 통해 82억 원가량의 환경보전기금, 56억 원가량의 양성평등기금 폐지를 예고했다. 이를 계기로 도 예산담당관실에 문의한 결과, 도는 전체 19개 기금 중 13개 기금을 폐지할 방침이다.

관련 법률에 근거해 운용이 의무화된 법정기금 중에서도 재해구호기금은 오히려 경남도가 행정자치부에 요청해 폐지된다. 법정기금 중 중소기업육성자금과 청소년육성기금, 자활기금 등은 경남도 재량으로 폐지된다. 법정기금 중 존치되는 기금은 재난관리기금과 식품진흥기금 등이다.

경남도 자체 기금은 도립 남해·거창대학 장학기금과 융자성 기금인 농어촌진흥기금·투자유치진흥기금을 제외한 9개 기금이 폐지된다.

앞서 언급한 환경보전기금·양성평등기금 외에 남북교류협력기금과 농업전문인력육성기금, 근로자자녀 장학기금, 출산아동양육기금, 체육진흥기금, 기초생활보장수급자자녀장학기금, 노인복지기금 등도 폐지된다.

남북교류협력기금은 국가 사무임을 이유로, 농업전문인력육성기금은 단체별 운용기금임을 이유로 폐지할 방침이다.

그 외 기금은 도가 모두 일반회계로 운용할 계획이다. 일반 예산으로 돌린다는 것이다.

경남도 예산담당관실 박충규 예산 1담당은 "법이 개정되고 일몰제가 적용되면서 어차피 내년까지는 모든 기금을 통폐합해야 한다. 경남도는 재정건전화를 위해 한 해 먼저 폐지하려 한다. 법정기금인 재해구호기금은 도가 정부에 폐지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도 전체 기금이 460억 원 정도 된다. 그런데 여기서 집행되는 액수는 2억∼3억 원이다. 이자는 연 1%대에 불과하다. 돈을 사장시키는 거다. 은행만 좋은 일 시키는 거다. 예를 들어 중소기업육성자금 적립액은 800억 원이 넘는다. 그런데 매년 집행액은 200억 원이 넘는다. 그대로 두면 4년 만에 기금 자체가 없어진다. 환경보전기금은 82억 원이다. 연이자는 1억 5000만 원도 안 된다. 기금 집행액은 2억 원이 넘는다. 그래서 기금을 없애고 일반회계로 예산을 잡자는 거다."

관련단체의 반발 이유는 이렇다.

마창진환경운동연합 임희자 정책실장은 환경보전기금 폐지에 대해 "얼마나 힘들게 마련한 기금인가? 경남도 환경보전 의지의 상징이다. 그걸 없애고 일반 예산이 되면 사람 다르고, 시기가 다른데 어떻게 일정한 수준의 예산 보장을 받겠는가"라고 항의했다.

양성평등기금에 대해 경남여성단체연합 김경영 공동대표는 "실효성보다 상징적 의미가 크다. 현재 경남 성 평등 지수가 하위권에서 맴도는데 기금마저 폐지하는 것은 이미 확보된 기반조차 포기하는 것이다. 행정 편의주의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박 예산1담당은 "뭐가 상징인가? 상징으로 무슨 혜택을 받는가? 구체성이 없지 않나? 미사여구에 가까운 그 상징성 때문에 수백억 원 넘는 돈이 은행에 사장돼 있어야 한다. 중요한 건 실제 예산을 확보하는 것 아닌가? 도는 일반회계로 지금 집행되는 사업비를 예산으로 편성하겠다고 분명히 밝혔다"며 재반박했다.

"기금을 폐지해 경남도 빚을 갚는 데 쓰는가"라는 질문에 박 계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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