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우해이어보] (3) 입이 좁고 지느러미 날카롭다는 감송…검은 돔 뜻하는 '감성돔'한자어 추정

◇<우해이어보> 두 번째 등장하는 고기 '감송' = 오늘 우산 앞바다 여행에서 만날 물고기는 감성돔이다. <우해이어보>에는 두 번째로 나오는 고기인데 이 책에서는 '감송'이라 했고, 근연종(가까운 종류)으로 '토감'과 '점미부' 또는 '점미감'을 소개하고 있다. 선행 연구자들은 이 감송을 모두가 감성돔이라고 보았다. 일본에서는 감성돔을 '흑조'라 적고 이를 '구로다이'라 발음한다. 겉 색깔이 거무스름하기에 검을 흑에 도미 조로 적은 것이다. 한때 우리나라에서도 이를 흑돔이라 하기도 해서 감성돔과 흑돔이 이종인지 동종인지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1980년대에 나온 상노대도 조개더미 발굴보고서인 <상노대도의 선사시대 살림>에는 이 고기를 구로다이라 표기하고 <김해수가리패총> 보고서에는 감성돔이라 적은 것이 이런 사정을 잘 반영하고 있다.

검은 돔이란 뜻을 가진 일본 이름이 그러하다면 우리 이름인 감성돔의 감성이 무슨 뜻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4일 3·15아트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우해이어보 학술 심포지엄'에서 고기 이름을 연구 발표한 이정용 박사와 의견을 나누었더니 감송이란 말도 역시 검다는 의미의 감성을 음차(한자의 소리를 빌려 적는 표기법)한 것일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제주도 말에서 감성과 검정이 같은 의미로 통하고 있으니 그리 볼 수 있다는 말이다. <원색 한국어류도감>에도 북한 지역에서 감성돔을 먹돔이라 한다고 적은 것을 보면 감송이란 이름이 고기의 색이 검은 데서 비롯한 것임을 더욱 분명하게 해주는 듯하다.

감성돔(맨 왼쪽)

근연종인 토감은 담정(우해이어보를 지은 김려의 호) 지적처럼 "감성돔보다 조금 더 크고 맛은 담백하며 흙냄새가 난다"고 한 것으로 보아 예서 그 이름이 비롯했음을 알 수 있다. 점미감은 "감성돔보다 작으나 맛은 가장 좋아서 회로 먹어도 좋고 구워 먹어도 좋다"고 했으니 이것은 감성돔보다 작은 줄돔을 이르는 것은 아닐는지. 또한 한자 이름이 찰질 점에 쌀미라고 했으니 식감이 쌀밥처럼 차지다는 것인지, 아무튼 앞으로 더 따져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감성돔 식해 복원해 지역 대표 식품으로 = 담정은 감성돔의 생김새와 습성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감송은 금빛 붕어와 비슷하지만 약간 작다. 비늘이 온통 은색이라 찬란한 은과 같으며, 눈은 엷은 분홍색이다. 입은 좁고 작아서 미끼를 물면 뱉어낼 수 없기 때문에, 낚시하는 사람들은 백 번 중에 한 번도 놓치는 실수가 없다. 지느러미는 칼처럼 억세고 날카로워 낚시로 잡을 때에 잘못해서 손으로 건드리면 반드시 손을 다치게 된다." 실제 감성돔의 생김새를 잘 관찰하고 기술한 내용이다. 그러나 그가 함께했던 고기잡이에서 본 감성돔의 크기가 붕어보다 작다고 했으니 잘 자란 감성돔보다는 작은 것들만 본 듯하다.

이 책에는 또 당시 사람들이 감성돔으로 식해를 만들던 조리법을 잘 정리해 두었다. "가을이 지나갈 무렵에 감성돔을 잡으면, 비늘을 긁어내고 지느러미를 떼어낸다. 머리와 꼬리를 자르고 내장은 버리고서, 깨끗이 씻어 배를 양편으로 가른다. 보통 배를 가른 감성돔 200조각에다, 희게 찧은 멥쌀 한 되로 밥을 해서 식기를 기다린 뒤에 소금 두 국자를 넣고 누룩과 엿기름을 곱게 갈아 한 국자씩 고르게 섞어 놓는다. 그리고 작은 항아리를 이용해 안에는 먼저 밥을 깔고 다음에 감성돔 조각을 겹겹이 채워 넣고 대나무 잎으로 두껍게 덮고 단단히 봉해둔다. 이것을 깨끗한 곳에 놓아두고 잘 익기를 기다렸다가 꺼내 먹는다. 달고 맛이 있어 생선 식해 중에서 으뜸이다." 묘사가 생생해 지금도 충분히 재현할 수 있을 정도다.

<고대 한국식생활사연구>는 "식해는 동남아시아 원산으로서 중국에는 2세기경의 <설문해자>에 벌써 나타나는데, 이것을 젓 '자'로 표기하고 있다. 또 <석명>(후한 시대 책으로 한자의 어원을 설명한 것)에서는 '자'는 '저'의 하나로 소금과 밥으로 물고기를 섞어 숙성시킨 것"이라고 식해의 유래와 이름을 설명하고 있다.

어릴적 외가에서는 설날이나 외할아버지 생신이나 명절에 외할머니께서 반쯤 말린 갈치와 오징어를 넣어 식해를 만들어 손님들을 대접하셨다. 또한 창원에서는 반쯤 말린 명태로 식해를 만들어 먹었다고도 한다. 그렇다면 감성돔을 사용한 식해도 식감 유지와 부패 등을 막기 위해 조금 말린 것을 사용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앞으로 감성돔 식해를 복원해 우리 지역의 대표 식품으로 키워나가기를 기대한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전면 율티리 해안 고저암(고재바위) 전경. 옛사람들은 썰물로 드러난 너럭바위에서 감성돔을 낚았을 것으로 보인다. /최헌섭

◇마산 진전면 율티 해안서 낚던 모습 생생히 표현 = 감성돔의 생태 습성을 살피기 위해 <원색 한국어류도감>을 펴니 얕은 바다에 사는 내만성 물고기로 우리나라 전 연안에 분포하며 하구에도 올라온다고 설명하고 있다. <우해이어보> 중 감성돔 이야기가 실린 우산잡곡에는 '고저암' 어귀에 물결이 일렁일 때 대나무 낚시를 던져 감성돔을 잡는 장면을 노래했다. 우산잡곡에 실린 고저암은 마산합포구 진전면 율티리 해안으로 돌출한 바위로 지도에는 '고재바위'라 표기했다. 이곳 암석해안은 그 기질이 퇴적암으로 구성돼 있어 해안에 드러난 바위의 표면에는 물결 자국과 용각류 공룡의 발자국 화석이 드러나 있다. 고저암 앞에는 개구리바위라 불리는 암석이 탁자처럼 놓여 있어 우산잡곡에서 노래한 것처럼 밀물 때 이 바위에 앉아 낚시로 감성돔을 낚았을 터이다. 이곳 고저암 해안 바위에서 대나무 낚시로 잡았다는 감성돔은 해양자원을 적극적으로 포식한 신석기시대 이른 시기부터 주요한 식재료로 즐겨 먹었던 어종이다. 실증 자료로는 통영 상노대도, 김해 수가리 등의 조개더미에서도 그 뼈가 출토된 바 있다. 연구자들 이야기로는 신석기시대 이래 철기시대에 이르는 거의 모든 조개더미에서 감성돔의 뼈가 출토되고 있다고 하니 우리 선조들이 얼마나 즐겨 먹었던 고기인지 실감이 난다.

/최헌섭 두류문화연구원장 hume101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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