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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인 재능, 농촌경제에 활력 돼야"

[청춘은 바로 지금부터] (2) 산청군 단성면 방목리 김상태·윤평옥 부부

하청일 기자 haha@idomin.com 2015년 10월 19일 월요일

청바지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전화를 했더니 신문에 오르내리는 것이 부담스럽다며 거부했다. 지난 2012년 산청군 단성면 방목리 문경마을 위쪽 전원주택단지에 집을 지어 귀촌한 김상태(56)·윤평옥(57) 부부 이야기다. 한사코 사양하는 부부 속사정이 더 궁금했다. 끈질기게 설득해 찾아간 부부의 전원주택은 동쪽으로 경호강이 내려다보이는 탁 트인 전경에, 누구나 한 번쯤 살아봤으면 하는 그런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귀농귀촌연합회, 압력단체 아닌 순수 봉사단체 =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선 인터뷰를 거절한 속사정부터 들었다. 산청군귀농귀촌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다는 김 씨는 연합회 활동이 목적을 가진 정치적인 행위로 오해받을 수 있다며 조심스럽단다.

"우리 연합회는 봉사활동을 하는 단체입니다. 회원만 680명 정도 됩니다. 귀농귀촌하는 사람들이 이곳 주민들과 소통하며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멘토 역할을 하는 것, 또 그분들이 멘토가 돼 또 다른 귀농귀촌인에게 조언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김 씨는 귀농귀촌인들 모임이 압력단체로 존재하는 경우를 더러 봤다고 했다. 그래서 연합회를 운영하면서 관의 지원금을 받는 일은 하지 않기로 했단다. 예산을 받기 시작하면 욕심이 생겨 이듬해엔 더 많은 예산을 받고자 압력을 넣을 것이고, 그러면 내부적으로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압력단체가 아니라는, 연합회 정체성 정립이 필요했단다. 이런 논란들을 정리하는 데 1년 6개월이 걸렸다고 했다.

그래도 일부에서는 여전히 정치적인 뜻을 품고 봉사활동을 한다고 생각해 인터뷰가 조심스럽다고 말한다.

◇'소통공간' 카페 겸한 오프라인 판매장 호평 = 그래도 의문이 다 풀리지 않는다. 단순히 관의 지원금을 받지 않는다고, 귀농귀촌인들에게 정보를 제공한다고 색안경을 끼고 볼까? 연합회의 다른 일들도 궁금했다.

"지리산에서 생산되는 우수 농산물이 참 많습니다. 귀농귀촌인들은 도시에 살면서 연결된 인적네트워크가 강합니다. 도시 아파트 부녀회장이나 관리소장도 만나기 쉽습니다. 작년에 LG전자와 연결해 산청 농산물을 홍보하고 판매해 봤는데 아주 반응이 좋더라고요."

현장 방문이나 SNS를 통해 농민들에게 도움되는 일을 하다 보니 자연히 서로 소통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한다. 많은 회원이 SNS로 지역 농산물 판매를 시도하고 있으며, 연합회 사무국장은 올해 아예 사업자등록증을 내고 단성면에 카페를 겸한 오프라인 판매장까지 갖췄다. 카페는 귀농귀촌 상담은 물론이고 소통 공간으로 활용하며, 산청에서 생산되지만 소비자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우수 농산물을 발굴해 판매한다고 했다.

"농민들이 직접 상품을 판매하려면 여간 공을 들여야 하는 게 아닌데 일손이 부족한 농촌 현실에서는 어렵죠. 농산물을 수확한 상태로 가져와 이곳에서 선별·포장해 판매했더니 뜻밖에 반응이 좋습니다. 귀농귀촌인이 가진 다양한 재능이 산청의 수요와 결합해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 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모델이라고 생각합니다."

김 씨의 이야기를 듣고보니 지역에서는 귀농인들의 이런 활동이 화젯거리가 돼 정치적인 해석을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2년 산청군 단성면 방목리 문경마을 위쪽 전원주택단지에 집을 지어 귀촌한 김상태(오른쪽)·윤평옥 부부.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출근길 낙엽 본 순간 '나는 무엇 때문에 사는가' = 김 씨는 창원 한 대기업에 근무하다 2008년 퇴사했다. 국제물류 분야에서 24년간 일했는데 쳇바퀴 도는 듯한 직장생활이 지겨웠다고 했다.

"하루는 비 오는 날 출근길 신호를 기다리는데 낙엽이 차창에 떨어지더라고요. 순간 계절의 변화를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는 내가 제대로 가는 게 맞는지, 뭣 때문에 사는지 의문이 들더군요. 그 길로 차를 돌렸는데 함양 마천이 나왔습니다. 그것을 계기로 한 5년 주말마다 마천으로 놀러다니며 전원생활을 떠올리게 됐죠."

계획이 구체화하면서 지금은 수몰된 진주시 대평면 고향마을과 가까운 산청의 단성면을 귀촌할 장소로 꼽았다. 김 씨는 2004년부터 8년간 귀촌을 준비했다. 농막을 짓고 8년 동안 주말이면 이곳을 찾았다.

"집사람은 오길 꺼렸죠. 그런데 어느 순간 아내가 이곳을 더 좋아하더라고요. 그때 '이젠 이사를 와도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은 도시생활을 정리하면서 남은 약간의 여윳돈과 1000평 감 밭에서 나오는 수익 등으로 생활비를 줄여 살고 있습니다."

◇"1년간 농촌에서 놀아보라고 권해" = 김 씨는 연합회를 찾는 사람들과 상담하면서 느낀 점을 들려줬다. 전원생활에 대한 막연한 동경으로 귀촌했다가는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강조했다.

"공기 좋고 물 좋다고 삶이 행복한 것이 아닙니다. 기본적인 생활이 해결돼야 살 수 있죠. 상담하는 사람들에게 처음부터 땅을 크게 가져가지 말라고 충고합니다. 자칫 전원생활 하려 왔다가 정원에 노예가 될 수 있기 때문이죠. 잡초가 장난 아닙니다. 그래서 될 수 있으면 잔디도 심지 말라고 합니다."

김 씨는 적응을 못 하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까운 생각이 많이 든다고 했다. 귀농 전 산청군귀농귀촌상담센터나 연합회와 충분히 소통했더라면 어설프게 접근해 실패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란다.

"어느 지역이든 그 지역의 전통과 문화, 정서가 있습니다. 귀농귀촌인들이 원주민과 생각의 차이가 있다고 정서를 부정하거나 얕잡아보면 적응하기 어렵습니다. 존중해야만 소통할 수 있죠. 더구나 철저한 준비 없이 감성적으로 귀농귀촌을 하면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지간하면 1년 동안 여기에서 놀아보라고 권합니다. 지역에 맞는 작물이 있기에 사계절 변화를 보고 어떤 작목이 맞는지 살펴보라는 것이죠."

처음 왜 남들에게 알려지길 꺼릴까 하고 시작했던 인터뷰가 다소 무거운 이야기로 끝이 났다. 하지만 김 씨의 "감성적으로 귀농귀촌을 생각했다가는 낭패를 본다"라는 말은 돌아오는 내내 여운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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