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이 진정 행복한 곳이 아닐까…장애 동생의 재활원 운동회, 승패 떠나 즐겁게 웃었던 하루

장호일. 제 동생의 이름입니다. 어릴 적 높은 평상에서 떨어져 머리를 다친 후 호일이는 또래와는 조금 다른 환경에서 학습하고 생활해야 했습니다. 그곳의 명칭은 '홍익재활원'입니다. 호일이처럼 안타까운 사연이 있는 이들이 가족처럼 어우러져 지내는 곳입니다.

얼마 전 홍익재활원 가을운동회가 있는 날. 올해 1월 태어난 호일이의 조카, 내 딸 보현이를 데리고 호일이를 만나러 갔습니다. 커다란 스피커에서 신나는 음악 소리도 쩌렁쩌렁 운동장을 메우고, 색색의 풍선 아치, 청팀·홍팀 맞추어 입은 파랑 빨강 단체복으로 평소와는 다른 흥겨운 분위기가 펼쳐져 있었습니다. 밝게 웃는 그곳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들떠 보였습니다. 운동회이기도 하지만 오랜만에 가족들을 만나는 날이기도 해서 더 즐거워 보였을까요? 운동회를 하는 이들은 아이들이 아니라 대부분 성인입니다. 성인이지만 생각이 어린 분들도 계시고, 생각은 어리지 않지만 신체가 마음같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분들도 계십니다. 관중석에는 동네 어르신들도 많이 오셔서 자리를 가득 채워 주시고 내내 큰 박수를 보내주셨습니다.

여러 단체의 물질적 후원뿐만 아니라 많은 봉사자 분들이 오셔서 함께 도와주셨기에 운동회는 원활히 진행됐습니다. 매년 반복되던 운동회 중 이례적으로 아니, 어쩌면 처음으로 호일이가 속한 청팀이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950 대 850으로 홍팀은 준우승을 했습니다. 승과 패가 갈리는 운동회가 아니라 청팀은 우승, 홍팀은 준우승이었고 두 팀 모두 커다란 트로피를 받았습니다.

점수는 있는데, 진 팀은 없는 운동회. 모두가 웃으며 숙소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뜨거워졌습니다. 승과 패는 없고 우승과 준우승이 함께 웃으며 지내는 이곳이 진정 행복한 곳이 아닐까. 빛나는 가을 햇살이 새로이 느껴지며 행복이 제 안에 가득 차올랐습니다.

신체 장애로 함박웃음을 지어도 얼굴이 어색한 삼촌들과 하반신을 휠체어에 의지해야만 하는 이모들, 바로 재활원에 있는 호일이의 또 다른 가족들이 작은 보현이의 발을 만지작거리며 예뻐해주었습니다. 모두와 헤어지고 그곳 작은 놀이터 유아용 그네에 내 딸 보현이를 앉히며 이야기했습니다. "보현아, 행복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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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아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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