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봅시다]높아지는 1인 시위 장벽

15일 낮 12시 경남여성단체연합(이하 경남여연) 사무국장이 피켓을 들었다. "창원시의회는 즉각 성추행의원 징계처리하고 공개 사과, 인권 교육 실시하라." 하지만 10여 분 뒤 창원시 공무원이 이를 저지했다. 그는 시의 청사보안규정에 따라 청사 안에서 1인 시위를 할 수 없으니 청사 밖으로 나가라고 했다. 경남여연 사무국장이 서 있던 곳은 창원시의회 출입구 근처로 시민의 출입이 허용된 곳이었다.

◇1인 시위는 = 자신의 의견을 제3자에게 알리고자 또는 영향을 미치고자 피켓 등을 이용해 혼자 하는 시위를 말한다.

1인 시위는 지난 2000년 참여연대가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의 변칙 상속에 항의해 국세청 앞에서 79일간 1인 시위를 하면서 확산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에 따르면 시위란 다수(2인 이상)가 공동의 목적을 가지고 행한 행위다. 이 경우 △경계지점으로부터 100m 이내에서 하면 안 되고 △목적과 시간, 장소 등을 48시간 전에 관할 경찰서장에게 신고를 해야 한다.

하지만 1인 시위는 다수가 아니니 집시법에 해당하지 않는다. 집회의 자유가 아니라 헌법 21조 표현의 자유로 보장받는다. 1인 시위는 △시간과 장소 제한 없이 언제 어디서든 가능 △개인의 주체적인 참여를 중시 △교통 체증 등 타인에게 주는 피해가 줄어듦 등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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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지역 학부모들이 지난 4월 9일 창원시 의창구 소계사거리에서 박근혜 대통령 방문시간에 맞춰 무상급식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김구연 기자

◇1인 시위, 법률 적용 여부 갈등 여전 = 문제는 변형된 1인 시위가 등장하면서다. 여러 사람이 순서를 정해서 번갈아가면서 하는 '릴레이 1인 시위', 여러 명이 일정 간격을 두고 띠를 만들어 하는 '인간띠잇기', 소속이 다른 단체 회원들이 1명씩 같은 장소에서 시위를 벌이는 '혼합 1인 시위' 등이 그것인데, 해석에 따라 1인 시위냐 집시법 위반이냐 찬반 논란이 여전하다.

지난 2011년 대법원은 1심과 2심을 뒤집고 고용보장을 촉구하며 1인 시위를 하던 삼성SDI의 협력업체 직원 5명에 대해 불법 시위로 봤다. 이들은 한 명이 피켓을 들고 나머지는 옆에 서는 방식으로 8일간 17차례 옥외시위를 공동주최한 혐의를 받았다.

경남에선 지난 4월 박근혜 대통령 창원 방문 때 학부모들의 무상급식 요구 피켓 시위를 두고 '시위 적법성' 여부가 불거졌다. 검찰은 친환경무상급식지키기 경남운동본부 공동대표 외 1인에 대해 1인 시위를 가장한 미신고 옥외집회를 한 것으로 보고 증거물을 확보하기 위해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다.

1인 시위를 엄격하게 해석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 즉 1인 시위를 위축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더구나 1인 시위는 억울함을 표현할 방법이 적은 일반 시민이나 해명기회가 적은 사람들이 주로 한다. 1인 시위에 대한 엄격한 잣대는 진입 장벽을 높이는 현상을 가져올 수 있다.

◇유연한 인식 필요 = 지난 15일 경남여연의 1인 시위를 두고 경찰 2명에게 의중을 물었다. 입장이 갈렸다. 한 경찰은 "문제가 없다"면서 "특히 점심때고 사람들이 오갈 수 있는 주차장 근처이니 업무방해도 해당하지 않는다. 공무원이 언급한 청사보안규정은 행정편의주의적인 시각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은 입장이 달랐다. 이 경찰은 "시청 울타리 밖에서 1인 시위를 해야 하며 할 경우 청사를 관리하는 사람의 허락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금속노조 법률원 경남사무소 김태욱 변호사는 "법률 상으로는 주차장도 유휴지도 건물주의 시설관리권에 들어가지만 사기업도 아니고 시설관리권을 이유로 1인 시위를 하는 사람을 밖으로 나가라고 하는 건 권리남용이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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