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따라 내 맘대로 여행] (67) 경북 김천 직지사

예부터 학이 많이 찾아와 ‘황학산’으로 불리었다는 황악산. 황악산 정상인 비로봉을 중심으로 백운봉·신선봉·운수봉이 솟아 있는데 그 가운데 신라땅에 불교가 공인되기도 전에 터를 잡은 직지사(경북 김천시 대항면 운수리 216)가 있다.

계절을 타고 모습을 달리하며 사계절 절경을 이룬다는 이곳을 절정에 이른 가을에 찾았다.

직지사는 신라 19대 눌지왕 2년 신라에 불법을 전하러 온 고구려 승려 아도화상이 창건했다고 전해지는데 지금의 경북 구미에 신라 최초의 사찰 도리사를 짓고 나서 손을 들어 서쪽의 산 하나를 ‘곧게’ 가리키며 “저 산 아래도 좋은 절터가 있다”고 했다 한다. 그 산이 황악산이고, 훗날 그 아래 터를 닦은 절이 직지사인데, 아도 스님의 이 말에서 왔다는 이야기다.

또 다른 이야기가 있다. 고려 태조 때 절을 크게 중창한 능여대사가 큰 불사를 만들면서 자를 사용하지 않고 손으로만 가늠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란 설도 있다.

선종의 가르침인 ‘직지인심 견성성불’(直指人心 見性成佛, 가르침에 기대지 않고 좌선에 의해 사람의 마음을 직관함으로써 부처의 깨달음에 도달함을 이르는 말)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는데, 불교의 본질을 극명하게 나타내는 사찰임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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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김천 황악산에 자리 잡은 직지사에 가을이 왔다. 천불상을 모셔 천불전 이라고도 불리는 비로전./최규정 기자

한국불교 1600년 역사와 그 세월을 함께한 직지사의 가을을 보러 온 사람들로 산사는 들떠 있다.

산문을 통과하면 입장권(어른 2500원, 어린이 1000원)을 사야 한다. 흩어진 마음을 하나로 모은다는 일주문을 통과해 만세루를 지나면 천년고찰의 흔적을 그대로 간직한 대웅전과 문경 도천사지 동서 삼층석탑이 우리를 맞이한다.

대웅전은 석가모니를 모신 건물로 직지사 대웅전 안에는 석가모니불을 중심으로 좌우에 약사불과 아미타불이 모셔져 있다. 조선 전기에는 대웅대광명전이란 건물이 있었는데 임진왜란 때 불타버려 선조 35년에 대웅전을 새로 지었다. 이후 인조 27년에 중영이 있었고 영조 11년에 다시 중창했는데 건물은 정면 5칸, 측면 3칸이며 지붕 형식은 겹처마 팔작지붕으로 돼 있다.

지옥의 중생을 구제하는 지장보살상을 중심으로 좌우에 저승세계를 주재하는 시왕상을 모신 명부전과 임진왜란 때 불타지 않은 비로전으로 길은 이어진다. 비로전은 천불상을 모시고 있어 천불전으로 더 많이 불리는 곳이다. 이곳에 서면 각기 모습을 달리한 천 개의 불상이 가득 앉아 있는 것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 불상 속에 고추를 내놓은 탄생불이 가운데 서 있는데 법당에 들어설 때 이 불상을 가장 먼저 보게 되면 아들을 낳는다는 말이 전해진다. 전해오는 이야기에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탄생불을 찾는 사람들의 모습은 제각각이다.

직지사에서 빼놓지 말아야 할 곳은 직지성보박물관. 직지사를 중심으로 경북 북부지역인 김천, 상주, 구미, 문경, 예천 등지 여러 절에서 전해오는 불교 문화재를 보관, 전시, 연구하는 불교전문 박물관이다. 도리사 금동육각사리함(국보 제208호), 김룡사 사인비구주조 동종(보물 제11-2호) 등 지정 문화재를 포함한 7000여 점의 유물을 소장하고 있다.

고즈넉한 산사라기보다는 볼거리가 많아 사람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지만 성큼성큼 지나는 가을을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다.

<인근 볼거리>

△직지문화공원 = 직지사 입구에 다다르기 전 자리한 직지문화공원은 살뜰하게 꾸며진 휴식공간이다. 대형 장승이 선 입구로 들어가면 너른 잔디밭과 음향 분수공원, 인공폭포, 정자 등이 쉼터를 제공한다. 뛰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가을 햇살이 어우러져 그저 여유롭다. 인근에는 김천세계도자기박물관, 백수문학관, 무궁화 공원 등이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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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문화공원,/최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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