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인과 톡톡] 이병열 남명 회장…무주택 서민용 '더 라우'건설 정부에 제도적 지원책 마련 주문

'사람과 자연, 좋은 공기와 물을 생각하는 기업'. 건설회사 남명이 내건 기치 중 하나다. 이 같은 기업 이념은 이 회사에서 짓는 임대아파트 브랜드인 '더 라우(the HLAW)'에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묵음이 되는 H는 Human(사람), L은 Land(땅), A는 Air(공기), W는 Water(물)를 각각 뜻한다. 좋은 환경과 사람이 어우러지는 임대아파트를 짓겠다는 의미다. "좋은 토목공사와 좋은 건축이 우리 삶의 불행과 혼란을 멈추게 한다"고 말하는 남명 이병열(59) 대표이사 회장을 만났다.

◇"거주 개념의 주거 정책 필요해" = 남명은 지난해 10~11월 김해시 무계동에 임대아파트 '남명 더 라우'를 분양했다. 25층 12개 동 규모로 전용면적 71㎡(213가구), 59㎡(611가구) 등 모두 824가구다. 특히 무주택 서민을 위한 민간 임대아파트로는 김해 장유지역에서 12년 만에 공급된 것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지난 2004년 주택건설 면허를 취득한 남명은 우수한 품질로 '더 라우'를 지역사회에 꾸준히 보급하는 것이 목표다. 이 회장의 목소리가 커졌다. "주거 정책만큼은 우리나라가 뭔가 잘못돼 아쉽습니다. 선진국을 보면 주택은 소유가 아니라 거주 개념이 강합니다. 이제 우리도 소유보다는 거주로 가야 합니다. 프리미엄이 올라 아파트가 재산 증식의 수단이 되는 그런 시대는 지나가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임대아파트 비중이 선진국과 비교하면 아직 절반도 안 됩니다. 아무리 요즘 은행 대출 금리가 낮다고 하지만, 젊은층이나 신혼부부가 직장생활을 하면서 부모 도움 없이 집값을 부담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습니까. 임대아파트는 지속적으로 공급돼야 하고, 정부도 서민 주거 안정을 도모할 수 있도록 지원을 많이 해줘야 합니다."

이 회장은 사람들의 형편에 맞춰 다양한 임대주택이 공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임대아파트로 수익을 많이 거둔 기업이 사회에 환원할 수 있도록 정부가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업이 임대아파트로 번 돈을 다시 임대아파트 공급에 쓸 수 있게끔 제도를 만들어주면 됩니다."

이병열 남명 회장이 자신의 집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일호 기자 iris15@

◇전문건설업에 대한 애착 = 남명은 3개 회사로 나뉜다. 건설업은 크게 토목·건축·토목건축·산업환경설비·조경 등을 포함한 '종합건설업'과 실내건축·토공사업·미장 등을 포함한 '전문건설업'으로 구분된다. 남명건설주식회사는 종합건설 회사이며, 남명산업개발주식회사는 전문건설 회사다. 여기에 더해 남명아이씨씨주식회사가 있다.

직원은 약 70명. 현장 일용직 노동자까지 합치면 500명 가까이 된다. 사실 남명은 업종을 확장하기 이전에 전문건설 주력 회사였다. "임대아파트를 공급하고 일반 건축과 토목사업 수주도 하지만, 전문건설에 대한 애정이 있습니다. 전문건설업이야말로 건설업 밑바탕이고, 저도 전문건설업으로 시작했기 때문이죠. 건설업에 종사하는 동안에는 전문건설업을 버리지 않고 애착을 두고 일할 것입니다."

특히 남명산업개발은 경남지역 실내건축 분야에서 수년 동안 시공능력 평가액 1위 자리에 있다. 더구나 실내건축은 트렌드 변화가 끊이지 않는 영역이기도 하다. 업계에서는 경남을 넘어 영남, 한강 이남에서도 상위권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회사 로고 앞에 선 이 회장.

◇국가유공자 노후주택 보수만 14년 = 이 회장은 30대에 고향인 하동에서 창업했다. 사업을 이어온 지 올해로 28년째다. 1997년부터 창원에 본사를 두고 일했고, 2004년 김해 장유로 본사를 옮겼다. 김해는 그가 '제2의 고향'으로 여기는 곳이다. 현재 김해시청 표지석은 남명이 올 5월 기증한 것이다. 폭 5.5m, 높이 2.5m로 38t 규모라고 한다. 말 형상의 자연석인데, 이 회장은 고향인 하동에서 발견한 이 바위를 김해시에 기증했다.

올 6월 '2015년 국가유공자 노후주택 보수 및 임차 자금 지원 기념식'에서 이 회장은 산업포장을 받았다. 14년째 국가유공자 노후주택 보수 사업에 동참해왔기 때문이다. 앞서 2012년에는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표창을 받기도 했다. 그가 받은 여러 상 가운데 2011년 '경상남도 자랑스러운 건설인상'도 있다. 경남도가 지역 건설업과 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한 건설업체와 건설인에게 주는 상이었다. "선진국에서 유공자라고 하면 자손 대대로 대접을 받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오히려 대우는 못 받으면서 삶은 쓸쓸하고 생활이 피폐해지는 것을 봤죠.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계속 사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 회장은 '상선약수(上善若水)'라는 말을 삶의 철학이자 경영 철학으로 삼고 있다. 노자 사상에서 나온 이 말은 '지극히 착한 것은 물과 같다'는 뜻인데, 이 회장은 물의 속성을 닮아 기업을 운영하고 삶을 꾸려나가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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