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문에서 꺼낸 이야기]

2015년 4월 22일 새벽 창원시 한 아파트. 20대 남성 ㄱ 씨는 평소 인터넷 게임 아이디를 여자 이름으로 사용했다. 연인 관계인 20대 여성 ㄴ 씨는 이를 두고 다른 여자친구가 있는 것으로 의심했다. 말다툼이 벌어졌고 언성은 점차 높아졌다. ㄱ 씨는 화를 참지 못해 ㄴ 씨 얼굴에 침을 뱉었다. ㄴ 씨로부터 인격 모독적인 말까지 듣자 감정을 조절하지 못했다. ㄱ 씨는 아파트 승강기와 복도에서 ㄴ 씨를 여러 차례에 걸쳐 때리고 목 졸랐다. 결국 ㄴ 씨는 질식해 숨졌다.

재판 과정에서 ㄱ 씨는 사실관계 대부분을 인정하고 반성했다. 하지만 '살해하려는 고의는 없었다'는 요지의 주장을 했다.

이에 대해 지난 14일 열린 선고공판에서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 형사합의부(재판장 송혜정 부장판사)는 이렇게 판단했다.

'살인죄에서 살인의 범의는 반드시 살해 목적이나 계획적인 의도가 있어야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자기 행위로 타인 사망이라는 결과를 발생시킬만한 가능성 또는 위험이 있음을 인식하거나 예견하면 족한 것이며….'

'피고인은 건장한 체격의 성인 남성이지만 피해자는 키 161cm에 불과하여 체격 차이가 크고, 피고인 같은 체격의 남성이 피해자 같은 여성의 목을 힘껏 조를 경우 사망할 수 있다는 것은 쉽게 예견할 수 있는 점….'

이에 재판부는 "피해자에게 사망이라는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 또는 위험이 있음을 최소한 미필적으로라도 인식하거나 예견해 살인의 범의가 있었던 것으로 충분히 인정되므로, 피고인과 변호인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했다.

재판부는 ㄱ 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동시에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했다. '한국형 성인 재범 위험성 평가도구(KORAS-G)'에서 재범 가능성이 '높음' 수준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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