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변 낙엽수가 옷을 벗고 나목으로 서있습니다. 금빛을 내뿜다 때가 되어 떨어져 방랑길에 나선 노란 은행잎은 외톨이로 행인의 발길이나 냅다 채는 차바퀴에 이리저리 밀려납니다.

이파리를 털어버려 헐벗은 나무는 몰아치는 찬바람에 외마디 소리를 내며 섰어도 가지마다 다투듯 기상을 허공에 나툽니다. 사람들은 씨든채 나뒹구는 잎을 보고 겨울맞이를 할 것입니다.

청춘의 연인은 상송을 흥얼거리고 맘이 따뜻한 아이는 굶주린 걸인을 측은히 여길 것도 같습니다. 몸이 불편한 늙어신 부모님을 생각하며 어찌할 바 없는 아픔으로 젖은 눈망울에 다시 낙엽을 보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이런 가을걷이가 서라벌 계림숲 처연한 하늘밑에서 <제망매가>를 낳았고 “화려한 도시를 그리며 찾아왔네 그곳은 춥고도 험한 곳”으로 시작된 조용필의 <꿈>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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