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등축제 창작등 경연대회 왜 강제로 참여해야 하나요? 시민·관광객 모두 즐거워야 지역축제가 의미 있잖아요

매년 10월이 되면 진주에는 진주시민들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사람들, 심지어 외국인까지 와서 즐기는 축제가 열린다. 그것은 바로 개천예술제와 남강유등축제다. 모두가 즐거울 줄만 알았던 이 축제에서 웃고만 있을 수 없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바로 진주시내 고등학생들이다! 학생들은 이맘때면 항상 '남강유등축제 창작등 경연대회' 준비로 바쁘다.

이 대회는 대한민국 대표축제인 진주남강유등축제를 널리 알리고 전국 고교생·대학생을 대상으로 대회를 통해 창의적인 표현의 장을 제공해 준다는 취지로 전국적인 참여를 유도하며 매년 진행되고 있다. 진주 시내에서는 진주중앙고등학교, 진주여자고등학교, 진주고등학교, 경남자동차고등학교, 진주동명고등학교 등 대부분 고등학교 학생들이 강제적으로 참여해야만 한다. 바로 미술 수행평가로 연결되기 때문인데 그래서 대충 할 수도 없는 일이 되었다.

청소년들에게 창의적인 표현의 장을 제공해 준다는 창작등 경연대회. 과연 학생들에게도 같은 의미일까?

진주고등학교 최모 군의 얘기는 좀 달랐다. "정말 화가 난다. 평소 무엇을 만드는 것에 관심도 없었고 등은 만들어 본 적이 더더욱 없는데 이렇게 강제적으로 시키니까 어이가 없다"며 울상을 지었다.

학생들이 미술수행평가로 만든 창작등. /필통

진주여고 박모 양은 "거의 한 달 동안 주말을 이용해서 조금씩 만들었다. 어른들에게는 쉬워 보일지 모르지만 등 만드는 것이 여간 손이 많이 가는 일이 아니다"며 억울해 했다.

진주중앙고 윤모 양 역시 "가장 불만인 것은 직접 가서 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9월 23일이면 정말 시험이 얼마 남지 않은 때인데 학생을 배려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진주 동명고 김모 군은 "참여를 유도하는 방법으로 생각해낸 것이 겨우 강제적 참여인가? 무작정 시킬 것이 아니라 조금 더 의미 있는 상을 만든다든지, 색다른 방법을 만들어 자율적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축제는 모두가 즐길 때 그 의미가 있다. 그런데 화려한 축제의 보이지 않는 뒤편에서 전전긍긍하고 있는 학생들이 있다는 것은 씁쓸한 현실이다. 지역의 축제는 우리 청소년들도 함께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고등학생들에게 축제가 숙제처럼 받아들여지는 현실은 축제 유료화만큼이나 학생들을 화나게 하고 있다.

/여가현(진주중앙고 1)

지역민 참여 기획 '갱상도블로그'와 '청소년신문 필통'은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아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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