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을 살리는 힘 '브랜드'] (4) 창녕 우포늪

창녕 우포늪을 대표하는 브랜드는 무엇일까. 주변 마을 주민들과 우포늪을 아끼는 이들은 '우포늪' 자체가 브랜드라고 말한다. 특히 우포늪 일대 몇몇 마을에서는 최근 우포늪과 연계한 생태관광을 시도하고 체험마을로 나아가고자 힘쓰고 있다. 우포늪을 중심으로 주민들이 각 마을의 특징을 살리고 정체성을 찾는 분위기다.

◇문화에 빠져든 주민들 = 우포늪생태관 들머리에서 만날 수 있는 창녕군 유어면 세진마을. 이곳 주민 83명을 대표하는 성기순(59) 이장은 4년 차로 보기 드문 여성 이장이다. 성 이장은 행복마을, 창조적마을 등 정부와 지자체가 지원하는 수많은 마을 살리기 사업에 참여해왔다. 마을 곳곳에 사업의 흔적이 보인다. 마을회관 앞에는 체험·교육장이 지어져 단장을 앞두고 있다.

세진마을 입구를 지나면 벽을 따라 사진이 전시돼 있다. "무엇이든지 다른 마을과 똑같이 하는 게 싫었다. 마을마다 전부 벽화를 그리면서 비슷한 형태로 흘러가는데, 우리 마을은 주민이기도 한 사진작가가 참여해 벽에 사진을 전시해봤다."

사실 세진마을은 마늘, 양파 등 농사로 주민들이 대체로 부유한 편이다. 체험 등 마을 사업으로 큰 수익을 기대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다양한 문화 사업을 벌이면 무엇보다 주민들이 즐길 수 있고, 도시민과도 어우러질 수 있다. 처음에는 "뭣 하려 하노?"라는 반응이 많았다. 그런데 다양한 문화 사업에 주민들도 빠져들기 시작했다. 바쁜 농사일을 제쳐놓고 모여서 연습하는 게 어려웠지만, 마을 연극을 만들어 경상대까지 가서 발표도 해봤다. 70세 안팎 어르신들에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8월 말 세진마을회와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이 주관한 문화우물사업으로 '따오기 품은 세진마을 문화예술잔치 - 마을! 나의 일상 나의 인생'이 열렸다.

창녕 세진마을 성기순(오른쪽) 이장과 성해민 사무장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마을 담벼락에 우포늪 사진이 보인다.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차분한 행사였다. 어르신들은 유어면에 귀촌한 우창수 씨의 '우포늪 아기도깨비', 조영남의 '모란동백' 등 6곡을 외워 함께 불렀다. 이 합창 무대에는 손자와 손녀도 함께했다. 어르신들은 "더 잘할 수 있었는데, 틀려서 아쉽다"면서 기뻐했다. 이날 잔치 때는 주민들이 직접 쓴 시와 직접 찍은 사진이 전시됐다. 이는 작품집으로도 나왔다. 대부분 세진마을살이와 우포늪 풍경을 담고 있다. 세진마을에서 40년을 산 시거리댁 김계선(61) 어르신이 쓴 '물구디'라는 제목의 시다.

시거리 물구디에서 자라

세진 물구디로 딸 시집 보내는

속상한 친정엄마

그래도 잘난 남편 만나 재미났지

쌀밥 먹는 시집살이 재미났지

우리 어른 잘해줘 재미났지

그래서 고생해도 재미났어.

◇우포늪을 알아가는 주민들 = 우포늪 주민해설사 양성교육도 이뤄지고 있다. 70~80대 어르신 가운데에는 시집와 50~60년을 세진마을에서 살면서도 우포늪을 제대로 한 번 둘러보지 못했다는 이도 있었다. 우포늪이 우포, 목포, 사지포, 쪽지벌 등 4개 늪으로 이뤄진 것을 처음 알게 된 어르신들도 있다.

세진마을 등 우포늪 주변 4개 마을에서 만든 사단법인 창녕우포늪생태관광협회가 도시민 대상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마을에선 숙식을 제공하고 주민과 대화, 공연 등을 마련하고 있다. 다양한 체험행사가 잇따랐다.

"유어(遊魚)면이 고기가 노는 데다. 도시민이 왔을 때 내놓는 음식도 붕어조림과 같은 전통음식, 슬로푸드다. 붕어는 비늘을 안 치고 내장만 꺼내 요리하는 게 특징이다. 다른 지역에선 민물고기를 안 쓴다지만, 우리 마을에선 제사상에도 올리고 있다. 돼지를 잡아 당산제 올리는 것을 해본 적도 있다. 마을에 온 아이들에게 식해 담그는 방법 등을 가르쳐주기도 한다." 최근 걸어서 1시간 남짓 걸리는 마을 산책길도 생겨 주민해설사가 이를 안내하기도 한다.

성 이장에게는 올해 든든한 짝이 생겼다. 성해민 세진마을 사무장이다. 성 사무장은 자신이 태어난 이곳에 6년 전 귀촌했다. 세진마을은 젊은 부부 5집(10명)이 운영위원회를 꾸려 큰 마을 행사를 주관하고 있다. 문화예술 관련 전문가들의 귀농, 귀촌도 잇따르고 있다. 성 이장은 "그래도 주민 참여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몇 사람만 움직이니까 결국에는 결과가 안 좋더라. 주민들이 즐기면서 도시민도 와서 함께 즐길 수 있는 것을 하고 싶다. 이번에도 사무장이 콘셉트를 잡고 역시 즐기면서 할 수 있는 합창과 시 낭송 등을 했다. '이게 뭣이 되겠나?' 의문도 들었지만,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모여서 연습하는 모습을 봤기에 앞으로 마을 행사는 걱정이 없다.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뿐이다."

세진마을은 '따오기'가 새로운 정체성으로 자리매김한 마을이다. 세진리에 따오기복원센터가 있기 때문이다. '따오기 품은 세진마을'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다. 주민들은 창녕군 공무원들과 함께 논밭 1만 3223㎡(4000평)에서 벼, 들깨, 메밀 등 무농약 농사를 짓고 있다. 성 이장은 휴양마을을 지향한다는 꿈도 밝혔다. "따오기영농조합을 만들었는데, 앞으로 휴양마을로 가고 싶다. 농사는 친환경으로 짓고, 농촌 주민과 도시민이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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