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풀이·솜씨자랑 등 통해 순우리말 멋 느끼고 재밌게 익혀

※토박이말(순우리말) 풀이

·잗다랗다 [형용사] 자질구레하고 하찮다.

·비다듬다 [동사] 자꾸 매만져 곱게 다듬다.

'물건 따위를 잘 정리하거나 간수함. 일을 마무리 함.'을 나타내는 낱말은 무엇인지 토박이말(순우리말)을 써 주세요.

정답은 '갈무리'.

정답을 맞혔다면 다음 문제를 풀어볼까요?

"엄한 아버지께서 하시는 말씀이라 철수는 복종하며 듣고 있었다."에서 '복종(服從)'을 갈음할 수 있는 토박이말을 써 주세요.

정답은 '직수굿하니'(직수굿하다).

문제가 어렵다고요? 안타깝지만 틀린 사람이 많을 듯하군요.

569돌 한글날을 하루 앞둔 지난 8일 진주초등학교 강당에서 '토박이말 솜씨 겨루기대회'가 열렸습니다. 지난해 전국에서 처음으로 열린 토박이말 겨루기대회가 올해 두 돌을 맞았습니다. 진주교육지원청이 마련하고, 토박이말교육학회 '토박이말바라기'가 도움을 준 토박이말 겨루기대회 현장을 찾았습니다.

토박이말 겨루기 대회?

학생들이 바르고 쉽고 고운 토박이말을 배우고 익힌 솜씨를 뽐내는 자리입니다. 토박이말을 사랑하며 즐겨 쓰는 품을 길러주고자 만들었습니다. 토박이말 겨루기 대회는 다섯 가지로 나누어 열렸습니다. 앎 솜씨 겨루기(토박이말 징 울리기), 토박이말을 잘 살려 쓴 가락글(동시)과 줄글(산문) 솜씨 겨루기, 그림 솜씨 겨루기, 움직그림(동영상) 솜씨 겨루기입니다.

참가 대상은 진주지역 초등학생과 중학생들입니다. 문제를 맞히는 토박이말 징 울리기는 초등학생만 참가할 수 있습니다. 겨루기 내용은 학교마다 미리 나눠준 '토박이말 익힘감'에서 뽑습니다. 400개가 되는 토박이말을 배우고 익히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참가 학생들은 꽤 솜씨가 뛰어났습니다. 그 밖에 더 알고 싶은 것은 배달말지기 누리집(http://www.baedalmal.kr)을 참고했답니다.

지난 8일 진주초등학교 강당에서 열린 2돌 토박이말 앎 솜씨 겨루기에 참가한 배움이들. /정봉화 기자

최후의 1인, 징 울렸을까

이날 토박이말 앎 솜씨 '징소리 울려라' 겨루기에는 진주지역 초등학생 101명이 참가했습니다. 학교 대표로 출전한 토박이말 실력자들입니다. 모두 40문제를 맞히면 징을 울리게 됩니다. 그런데 25번 문제까지 푸는데 배움이들이 우르르 떨어지고 4명이 남았습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문제가 어려웠나 봅니다.

28번 문제는 '친구 사이에 한쪽이 욕심을 부리면 우정에 금이 가고 맙니다'라는 보기글에서 욕심을 뜻하는 토박이말을 찾는 것인데요. 두 학생은 '게염'이라고 적고, 한 학생은 '미안해'라고 적었군요. 게염은 부러워하며 시샘하여 탐내는 마음을 뜻합니다. '게염이 나서 나만 못살게 굴어'라고 쓰는데, 욕심과는 뜻이 조금 다르죠?

그렇다면 정답은? '몽니'입니다. 몽니는 지나치게 갖고자 하거나 누리고자 하는 못된 마음을 부리는 됨됨이, 심술궂게 욕심부리는 성질을 뜻합니다. 몽니를 부리는 사람을 몽니쟁이라고도 합니다. 몽니를 쓴 반성초등학교 5학년 박서현 양이 '최후의 1인'이 되었습니다. 갈수록 문제가 어려워지는가 했더니 34번 문제에서 박 양이 멈칫거립니다. 친구들에게 한 글자씩 '도움'(찬스)을 요청했지만,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 모양입니다.

우리가 쓰는 말에는 토박이말로 바꿔 쓸 수 있는 말들이 많이 있습니다. '서론-본론-결론'과 바꿔 쓸 수 있는 토박이말이 무엇인지 찾는 문제였는데요. 정답은 '들머리-글마루-마무리'입니다.

이날 토박이말 징소리는 울리지 못했지만, 끝까지 침착하게 문제를 푼 박 양에게 친구들이 큰 손뼉으로 응원했습니다. 박 양은 이제 '들머리-글마루-마무리'를 잊어버리지 않겠지요? 으뜸보람상을 받은 박 양은 "글마루만 기억나고 다른 말은 몰랐어요. 토박이말 배우는 게 어려웠어요"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는데요. 곁에서 임미주 선생님이 "아이들이 토박이말을 경험하는 자체가 좋은 기억이 되는 것 같아요. 잘 몰랐던 말을 알게 되니까 그 단어가 생각나고,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라고 한마디 거들어주셨습니다.

이번 겨루기 대회를 준비한 진주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토박이말 교육이 은어와 비속어·줄임말에 친숙한 요즘 아이들에게 인성과 언어순화에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