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이장님] 진주시 하대1동 20통 강현숙 통장

강현숙(여·44·진주시 하대1동 20통) 통장을 진주남강유등축제장 인근에서 만났다.

예비군 복장의 강 통장은 "유등축제장에서 자원 봉사를 했다"라며 "예비군 얘기는 쓰지 마세요. 한 달밖에 안됐어요. 아직 아무것도 몰라요"라며 웃어 보였다. 그는 한 달여 전 진주시여성예비군에 입대(?)했다.

강 통장은 1년 6개월 정도 통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하대1동 20통은 진주 동부지역으로 선학초등학교 앞 상가와 아파트, 일반주택, 원룸 등이 혼재한 곳이다.

통장을 맡고 싶어서 자원했다는 강 통장은 "봉사 활동을 한다고 돌아다녔지만 정작 우리 동네는 전혀 모른다는 생각에 자원하게 됐다"라며 "통장이 돼서 집집이 방문하다 보니 우리 동네에 차상위 계층이 생각보다 많다는데 놀랐다. 그들을 위해 뭔가 도움이 되려고 노력하곤 있지만 아직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어 아쉽다"라고 말했다.

강현숙 통장은 특유의 씩씩함으로 1년 6개월가량 통장직을 이어오고 있다. /강현숙

통장직 수행이 처음부터 쉽지는 않았다. "세상이 워낙 삭막해서인지 문을 잘 열어주지 않았다. 몇 번 찾아가 겨우 안면을 트고 나면 그때부터 친하게 지내는데 그 기간이 제법 길어 힘들었다"는 강 통장은 특유의 씩씩함으로 20통의 크고 작은 일을 처리하고 있다.

강 통장은 봉사활동에 누구보다 앞장서고 있다. 큰 딸아이가 고3을 비롯해 자녀가 셋인데도 몇 개 단체에 가입해 봉사활동에 여념이 없다.

'자녀들에게 한창 손이 갈 때인데…'라는 우문에 "어릴 때부터 자립심을 키웠어요. 애들이 알아서 잘해요. 기특해요"라며 현답을 했다.

함께 평생교육원에 다닌 동료끼리 '멋쟁이 봉사단'을 만들어 월 1회 진주복지원을 정기적으로 찾는다.

강 통장은 "비록 몸은 불편하지만 해맑은 모습에 저 자신이 좋은 기운을 받아온다. 봉사를 마치면 정말 기분이 좋은데 그 맛으로 한다"고 밝혔다.

레크리에이션과 웃음치료사 1급 자격증이 있지만 아직 보수를 받고 활동을 한 적은 없다.

강 통장은 5년째 자율방범대 활동도 하고 있다. 직책을 맡은 것은 아니지만 누구보다 열심이다.

자율방범대는 야간 순찰과 급식봉사, 유등축제 자원봉사 등 자원봉사가 주요 활동이다.

"유등축제 때마다 몇 년째 진주성 옆 서장대 인근에서 교통자원봉사를 하는데 평생 들을 욕은 다 들었다. 특히 지난해에는 교통상황이 최악이어서 불평불만도 최고였다. 수신호를 따르지 않는 운전자도 많았다. '니가 뭔데'라는 반응에 할 말을 잃었다. 그래도 제복을 입었기 때문에 참았지만 정말 힘들었다. 그래도 웃으면서 '수고해요'라는 한 마디면 온몸에 다시 힘이 났다"고 강 통장은 말했다.

이어 "한 번은 방송대 중간고사를 앞두고 밤늦게까지 비를 맞고 교통봉사를 하는 바람에 몸살이 나서 뒷날 시험을 망친 적도 있다"면서도 "그래도 동료와 함께했다는 즐거움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봉사를 하면서 행사를 무사히 마치게 했다는 자부심으로 힘든 것을 견딘다"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강 통장은 "봉사도 지식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다. 앞으로 본격적으로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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