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차 밑 울고 있던 어느 새끼 길고양이…냉기 가득한 집안 온기 안긴 가족으로

어머니와 둘이 사는 하세린(여·35·창원시) 씨에게 고양이 금동이가 찾아온 건 지난해 9월이었다.

"왜 그런 거 있잖아요. 결혼 안 한 딸자식이랑 엄마랑 티격태격하는 거. 그때도 엄마랑 사이가 엄청나게 안 좋아진 거예요. 엄마가 저를 완전히 쫓아낼 분위기라 저도 진짜 집에서 나올 작정을 했죠. 직장이 창원시 마산합포구 산호동 근처라서 그 주변에 집을 알아보던 중이었어요. 산호동 신세계백화점 뒤쪽에 술집 골목 있는데 있잖아요. 거기를 지나가는데 어디서 자꾸 새끼 고양이들 우는 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그때 비가 오고 있었는데, 조그만 고양이 4마리가 소형차 밑에 있었어요. 어쨌든 저는 그 아이들이 안 돼 보여서 꺼내야겠다고 생각했죠. 누가 괜히 해코지를 하거나 다니다가 차에 치일 것 같아서 불안한 거예요."

세린 씨는 새끼들을 일단 회사로 데려왔다. 다행히 회사 사람들이 싫어하지는 않았다.

"이 아이들을 어떻게 하나, 고민을 엄청나게 했어요. 내가 2마리까지 어떻게 키우겠는데 그 이상은 안 되겠더라고요. 그래서 주변 분들 도움을 받아 길고양이 카페에 새끼 고양이를 분양한다는 글을 올렸어요. 2마리를 같이 데려가겠다는 사람이 있어서 보내주고, 한 마리는 아는 분이 데려가고 남은 한 마리가 우리 금동이예요. 처음 예방접종하러 병원에 갔더니 거기서 추정해준 생일이 8월 중순이었어요. 그러면 이제 1년 2개월, 사람 나이로 치면 17살, 한창때예요."

하세린 씨 손을 베고 자는 금동이. /하세린

하지만 당시 세린 씨가 엄마랑 한창 사이가 안 좋을 때라 금동이를 집에 들이는 걸 허락할지 자신이 없었다고 한다.

"금동이를 회사에만 두려니 마음이 너무 아프더라고요. 그래서 주말에는 집에 데려갔다가 주중에는 회사에 두고 그랬죠. 엄마가 보니까 안돼 보였나 봐요. 추운데 데리고 가지 마라 그러는 거예요. 그때 아 됐구나 싶더라고요. 그때부터 집에 데리고 있었죠. 엄마도 직장에 다니는데 내가 늦고 엄마가 먼저 집에 도착하면 금동이가 강아지처럼 나와요. 열쇠 소리가 나면 현관 앞에 나와서 기다리고 있다가 야옹 하고 인사를 해요. 엄마나 내가 서로 맞아주는 것보다 더 반갑게 맞아주니까 그게 참 좋더라고요. 그렇게 엄마도 슬슬 정이 들어갔죠."

놀라운 것은 금동이가 집에 오고 나서 세린 씨와 엄마 사이에 생긴 변화다.

"금동이 때문에 엄마랑 사이가 정말 좋아졌어요. 금동이가 집에 오기 전에는 엄마랑 나랑 사이가 진짜 안 좋아진 상황이었죠. 진짜 집에서 나와서 살 뻔했거든요. 금동이가 오고나서부터는 신기할 만큼 싸움이 사라졌어요. 물론 내가 엄마 걱정 속에 없는 거는 아니겠죠. 그래도 엄마가 드러내놓고 내 이야기를 할 때도 이제는 많이 누그러졌어요."

앞발을 공손히 모은 금동이. /하세린

이제 세린 씨와 엄마는 금동이를 가족이라 여기고 산다.

"금동이가 엄마하고 잘 때는 꼭 엄마랑 베개를 같이 베거나 엄마 팔을 베고 자요. 그런데 나랑 자면 꼭 무릎 아래쪽에서만 자더라고요. 그런 걸로 시기랄까 질투 같은 게 느껴지는 거예요. 금동이를 질투하는 건지 엄마를 질투하는 건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기분이 좀 묘해요. 그만큼 엄마랑 금동이가 사이가 좋다는 거겠죠. 그래서 더 가족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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