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집에서 텔레비전보다 더 심각한 중독매체는 바로 휴대폰이다. 신랑도 나도 순간순간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주방에서 요리를 하거나 설거지할 때도 조리대 위에 휴대폰을 올려두고, 거실에서 아이들과 함께 지낼 때도 소파 위에 휴대폰을 놓아둔다. 심지어 화장실에 볼일 보러 갈 때도 휴대폰을 들고 들어간다. 이 정도면 굳이 따로 검사하지 않아도 중독 수준이라 생각된다. 그렇다고 꼭 받아야 할 전화가 있다거나 급한 연락을 해야 한다거나 그런 일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손에 없으면 눈에 보이는 곳에 없으면 불안하다.

갑자기 내가 너무 휴대폰에 얽매여 사는 건 아닌가 싶었던 요즘, 지난 주말 마침 난 외출하면서 휴대폰을 두고 나왔다. 아침부터 밤까지 내 의지와 상관없이 휴대폰 없이 생활해야만 했다. 잠깐 불안하더니 오히려 휴대폰을 안보니 일일이 신경 쓰던 것들에서 자유로워졌고 마음도 눈도 몸도 좀 더 편안해졌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 휴대폰이 없으니 난 지금이 몇 시인지 시간조차 알 수 없었고, 담고 싶은 순간을 찍어줄 카메라가 없었고, 기본 검색조차 할 수 없어 불편한 상황이 계속 생겨났다.

난 SNS를 열심히 하지 않기 때문에, 나에게 꼭 필요한 앱 이외엔 잘 쓰지 않기 때문에 휴대폰 활용률이 높지 않다고 해서 난 스마트한 생활에서 벗어난 사람이 아니었다. 없어보니 더 절실하게 느낀 건 휴대폰은 그냥 내 삶 일부가 되어 있었다.

그날은 불편투성이였다. 예전에 휴대폰을 많이 사용하면 단순하게 중독이라고 해서 멀리하기를 강조했었는데 지금 내 생활을 비춰봤을 때 단순히 중독이라고만 보기에는 휴대폰이 내 일상 너무 깊숙한 곳까지 들어와 버렸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과 연락하는 문자, 통화, SNS는 기본! 휴대폰이 내 일상 편의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 어린이집 등 하원 시간에 맞춰 휴대폰 알람이 울리고, 집에서 가까운 정류장 버스도착 시간도 알려주고, 운동을 하면 소모된 칼로리와 운동한 거리도 계산해주고, 지금 먹을 음식도 앱으로 배달시킬 수 있다. 음악도 이젠 휴대폰으로 듣고, 동영상이나 강의도 휴대폰으로 본다. 카드나 지갑 없이 휴대폰만 있으면 결제도 가능한 세상이니 이젠 휴대폰 없이는 생활이 불편한 게 어쩌면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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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난 휴대폰 없이는 생활이 안될 것 같다. 휴대폰이 없다는 건 단순히 연락의 단절보다 내 개인 일상을 담던 나의 모든 공간이 사라지는 것 같기 때문이다. 너무 휴대폰에 얽매이면 안되겠지만 적당히 휴대폰을 활용하며 사는 삶은 필요하다 본다. 넘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은 휴대폰을 향한 사랑! 그 중간을 지키려는 노력이 지금 나에겐 필요한 시점이다. / 김성애 구성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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