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대한민국다향축전에서 만난 요리들…전통 차 재료로 35개 팀 열띤 경연고교·대학 요리전공 학생 실력 뽐내

지난 10일 오전 창원시 마산합포구 만날공원은 전국 각지에서 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제16회 대한민국다향축전을 찾은 이들이다. 주무대에는 어린 아이부터 어른까지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이들이 바쁘게 오갔다. 전국어린이차예절경연대회, 전국들차경연대회 참가자들이 무대와 무대 맞은편 자리를 한가득 채웠다.

저마다 전통 차를 다기에 채우고 마시는 모습이 낯설지 않아 보였다. 유치원생, 초등학생도 한복을 여며가며 느린 동작으로 차분하게 차를 나누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다른 한쪽에서 음식 냄새가 솔솔 난다. 주무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전국차음식요리경연대회가 한창이었다. 흰 모자를 쓰고 요리 복장을 한 경연 참가자들이 긴장한 채 재료를 다듬으면서 요리가 시작됐다.

전국들차경연대회 참가자들이 관람객에게 차를 대접하고 있다.

참가자는 대부분 고등학생, 대학생 요리과 학생이었다. 지난해에는 일반인 참가자도 조금 있었지만, 올해는 일반인 참여가 적었다.

레시피로 1차 관문을 통과한 35개 팀이 이곳에서 경연을 펼쳤다.

차를 이용한 다양한 요리를 접할 수 있다는 기대로 요리 과정을 지켜봤다. 요리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 2시간 이어졌다. 조한용 부산여대 호텔외식조리과 교수, 김미례 행복요리연구소장, 원상 영축총림 통도사 자연음식연구소장, 정계임 대한민국 식품명인 4명이 심사위원으로 요리과정을 살폈다.

35개 팀 요리를 살펴보니 대부분 차 재료로 녹차를 이용했다. 녹차 잎을 그대로 사용하거나 분말을 이용해 음식에 뿌리거나 해서 그윽한 향을 내게 하는 요리가 많았다. 간혹 국화차를 이용하는 팀도 있었다.

눈에 띄는 요리가 많았다. 디저트 요리 등에 주로 쓰이는 얇은 면인 '카다이프'를 튀겨서 음식에 사용하기도 하고, 녹차·치자·당근·비트 등 색이 고운 재료를 이용해 색을 돋보이게 하는 요리도 몇 있었다.

값비싼 푸아그라(거위 간)가 재료로 등장하기도 했다. 호박을 자르면 국수 면처럼 속이 든 국수호박도 눈길을 끌었다. 한 심사위원은 "국수호박은 요즘 참 귀한 재료"라고 설명했다.

2시간 동안 요리를 하고 플레이팅을 마친 후 심사위원이 위생, 창의성, 작품성, 전문성 등을 토대로 점수를 하나하나 매겼다. 심사위원들이 음식을 맛봤다. "소스가 메인 요리와 따로 논다", "보기보다 맛있네", "덜 익었네", "간은 봤어요?" 등 매서운 평가가 참가자들을 긴장시켰다.

이날 대상(국회의장상)은 동원과학기술대학교 여준규·이장미 학생이, 특상(농림축산식품부장관상)은 초당대학교 전현우·이은지 학생이 수상했다. 이들은 차가 들어간 음식을 독창적으로 잘 완성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상작은 '청양 유자 소스와 돼지고기 말이', '녹차와 백년초를 이용한 채소과', '녹차요거트와 랍스타 완자요리'였다.

'청양 유자 소스와 돼지고기 말이'는 국화차 잎을 넣어서 삼겹살을 삶아내 은은한 차향을 느낄 수 있게 했다.

'녹차와 백년초를 이용한 채소과'는 녹차가루와 백년초가루를 반죽에 묻혀서 색이 고운 과자를 만들어냈다.

'녹차요거트와 랍스타 완자요리'는 쫄깃한 로브스터를 조그맣게 말아서 녹차가 든 요구르트에 상큼하게 찍어 먹을 수 있게 했다.

특상을 받은 작품은 '녹차 영양 볶음밥을 곁들인 곡차 아귀 훈제와 마산한우', '차 강정을 곁들인 녹차 양갱과 오미자 마시멜로우', '녹차 피클과 차 치즈볼을 곁들인 녹차 콩물국수호박'이다.

'녹차 영양 볶음밥을 곁들인 곡차 아귀 훈제와 마산한우'는 녹차 잎에 데친 아귀와 녹차오일로 재워둔 한우를 구워서 녹차 물로 밥을 지은 볶음밥과 함께 냈다. 아귀의 비릿함을 녹차 향이 잡아줬다.

'차 강정을 곁들인 녹차 양갱과 오미자 마시멜로우'는 녹차가루를 이용해 녹차양갱을 만들고, 국화꽃잎을 넣어 꽃잎 양갱을 만들었다. 녹차 양갱의 텁텁한 맛을 오미자 마시멜로와 함께 먹어 부드럽게 맛볼 수 있게 했다.

'녹차 피클과 차 치즈볼을 곁들인 녹차 콩물국수호박'은 전채 요리로, 녹차를 우려낸 물에 불린 콩을 넣고 갈아 녹차 콩국물을 만들고, 섬유호박을 녹차 물에 쪄서 면을 만들었다. 녹차를 이용해 피클도 만들어냈다.

특상을 받은 이은지 초당대학교 학생이 차 강정을 곁들인 녹차 양갱을 만드는 모습.

고성배 차문화연합회장 "다향축전, 전국대회로 자리매김"

- 차 경연대회를 매년 개최하고 있더라.

"올해 벌써 16회째다. 올해는 경연대회와 함께 한중학술심포지엄을 열어 더 풍성하게 준비했다."

- 다향축전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하동 야생차 축제에 6∼7년 정도 참여했다. 차 문화는 성장한다고 하지만, 우리 차 소비는 크게 진전이 안 되는 상태다. 차 음식 활성화를 하면 차 소비가 늘어날 것으로 생각했다. 차를 재배하는 농민에게도 도움이 되리라 봤다."

- 주요 행사인 차음식요리경연대회가 다른 해와 달라진 점이 있나?

"올해 200명 정도가 참가 신청을 해서 레시피를 보고 경연대회 참가자를 가렸다. 해마다 대구, 부산 등 전국 각지에서 참여자가 늘고 있다. 개최지인 창원 지역 중심이 아니라 명실 공히 전국대회로 자리를 잡았다."

고성배 차문화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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