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의료원 주민투표 청구 각하…유·무효 심의·결정권 자치단체서 쥐고 있어 객관·공정성 논란 분분

12일 경남도의 진주의료원 재개원 주민투표 청구 각하 결정을 계기로 주민투표의 대상이 되는 지방자치단체가 사실상 주민투표를 차단하는 실태의 문제점이 다시 제기됐다.

주민투표 청구인 대표자증명서 불교부에 이어 경남도의 진주의료원 주민투표 차단은 이번이 두 번째다.

도가 내세우는 사유가 분명히 있다. 도가 결정한 것이 아니라 도 주민투표청구심의회가 결정했고, 전체 14만 4000여 명의 서명 중 6만 7000건 이상이 주민등록상 주소지 불일치 등 무효처리 요건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모든 논란과 쟁점이 주민투표법과 경남 주민투표 조례 등에 근거하지 못한 채, 도지사가 위촉하는 주민투표청구심의회가 심의·결정하게 돼 있다는 점이다.

12일 경남도 신대호(가운데) 행정국장 등 관계자가 진주의료원 재개원 주민투표 청구 각하 결정을 전하고 있다. /이일균 기자

주민투표·주민소환 전문가인 하승수(녹색당 공동대표) 변호사는 "주민투표법 제정 당시 심의 기능을 지자체에 준 게 잘못이다. 그런 사례가 없다가 서울시 무상급식, 경남도 진주의료원 폐원 등 주민투표 사례가 생기면서 폐단이 드러나고 있다. 주민소환처럼 선관위와 같은 제3의 독립기구가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심의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진주의료원 재개원 주민투표 청구 각하 과정의 첫 번째 쟁점은 무효 처리된 서명 중 3만 2000여 건으로 다수를 차지하는 '주민등록상 주소와 서명지상 주소의 불일치' 문제다.

도는 이에 대해 "주민투표법상 서명은 주민투표 청구권자의 서명이어야 한다. 이는 반드시 주민등록상 주소와 일치해야 한다"고 근거를 밝혔다.

반면 주민투표운동본부 측은 "주민투표법이나 경남 주민투표 조례상에 반드시 주민등록상 주소를 기재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고 반박했다.

관련해 주민투표법 제5조에는 '그 지방자치단체의 관할 구역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사람'으로 주민투표권자(주민투표청구권자)를 정했다.

경남도 주민투표 조례 제7조에는 '청구인 서명부에 서명하고자 하는 주민은 청구인서명부에 성명·주민등록번호나 국내거소신고번호 또는 외국인등록번호·주소나 거소 또는 체류지 및 서명일자를 기재하고 서명 또는 도장을 찍어야 한다'고 정했다.

서명지에 주민등록상 주소를 써야 할지, 현 거주지 주소를 써야 할지 해석이 다르고 이견이 있을 수밖에 없다.

다음은 무효처리된 서명지를 수정·보완하는 보정기간 및 방식 문제다.

운동본부 측은 10일간 주어진 보정기간이 짧고, 무효처리된 서명을 본인에게 다시 받으라는 보정방식은 도의 일방적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도는 "보정기간은 조례에 10일로 규정돼 있고, 보정방식은 심의회가 결정하게 돼 있을 뿐만 아니라 행정자치부 유권해석에 따라 결정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전국 시·도별로 정한 보정기간은 인근 부산·대구시 등 대부분이 15일이었다. 대전은 21일로 정했다.

보정방식에 대해서는 주민투표법뿐만 아니라 경남을 포함한 전국 어느 시·도에도 구체적 규정이 없었다.

이처럼 모든 논란·쟁점을 낳은 근본 문제는 사실상 지자체에 위임된 주민투표 유·무효 심의·결정 권한이다.

보정기간, 주민투표 대상에 일부 차이가 있지만, 모든 시·도 자치단체장이 위촉하는 심의위원(자치단체 간부 포함)들이 해석과 이견의 여지가 충분한 주민투표 유·무효 여부를 심의·결정할 수 있게 한 조례를 두고 있다.

주민투표법상에 투표사무 관리만 각 단위 지자체별 선거관리위원회가 맡게 했을 뿐, 서명부 접수와 서명지 유·무효 심의 등 주민투표 발의단계 관리업무를 각 지자체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하 변호사는 "이는 가장 민감한 문제인 청구인 서명 유·무효 심의를 주민투표 대상인 지자체에 맡기는 것과 같다. 그 뒤에 생긴 주민소환법은 심의 기능과 권한을 선관위에 위임했다. 지금까지는 주민투표 사례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경남에서 진주의료원 재개원 주민투표가 두 차례나 막힌 것은 그런 한계에서 기인한 문제"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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