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친구와 고성 배둔이라는 곳에 들렀다. 밤 12시가 다 되어서야 볼일을 마치고 귀가하기 위해서 차에 올라타고 시동을 걸었다. 그런데 어떻게 된 건지 시동이 걸리지 않는 것이다. 자세히 보니 기름이 없었다. 친구와 나는 매서운 겨울바람을 맞으며 1시간을 헤맸지만 결국 기름을 구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통영으로 가는 어떤 분의 도움을 받았다. 그 분께서는 자신이 온 길을 되돌아 휴게소까지 우리를 데려다 주었다. 하지만, 그곳 주유소도 이미 문을 닫은 상태였다. 우리를 배둔으로 다시 데려다 주신 그분은 우리의 전화번호를 적으신 후, 통영으로 가셨다. 15분쯤 지난 후 아까 그 분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고성에서 기름을 사서 다시 우리쪽으로 오고 있다고….

너무 고마웠다. 기름을 넣고 다시 시동을 켰지만 시동은 걸리지 않았다. 배터리마저 방전된 것이다. 별 수 없이 근처 여관을 찾았다. 카드로 방값을 계산할 생각이었지만, 카드가 되지 않는 곳이었다. 하지만, 주인아저씨는 아무 보증도 없이 우리를 재워주셨다.

다음 날 파출소에 가서 도움을 청했는데, 그 분들 역시 우리가 그 곳을 떠날 수 있도록 모든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폭설로 인하여 고장 차량이 증가해서 정비소와 카센터 모두 출장을 할 수 없는 처지였는데, 직접 순찰차로 정비소로 가서 정비공을 데리고 오셨다)

살기 힘들어 이민가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요즘, 모든 사람들이 이 분들 같다면 결코 우리나라가 살기 싫은 나라는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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