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 "비리 은폐" 교육청 "정치적 꼼수"갈등 극한…의회 조정 역할 중요

제로섬 게임을 보는 것 같다. 내가 죽나, 네가 죽나 해볼 테면 해보자는 태세다.

학교급식 감사를 둘러싼 경남도청과 도교육청의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교육청 반발에 수능 이후로 감사를 미루며 한발 물러서는 듯했던 도청 측은 "급식 비리 은폐" "감사 불응 시 고발" 운운하며 다시 기름을 부었고, 교육청은 이에 "책임 회피용 정치적 꼼수" "기본 예의도 없이 막말을 하고 있다"고 맞받았다.

교육청은 "홍준표 지사와 급식에 대해 어떤 논의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박종훈 교육감은 지난 5일 기자회견을 열어 "불통의 벽을 쌓은 홍 지사에게 끊임없이 대화를 시도한 것은 학생과 학부모에게 절망감을 드릴 수 없다는 교육자적 양심에서 비롯된 것이었으나 더 이상 기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런데도 갈등 해법을 제시하거나 정치력을 발휘해 조정에 나서는 움직임은 찾아보기 어렵다. 가장 핵심적 역할을 해야 할 도의회에선 다시 또 반대편 비판만 쏟아졌을 뿐이다. 지난 6일 도의회 본회의 5분 발언에서 여영국(노동당·창원5) 의원은 "홍 지사는 자신의 정치적·도덕적 허물부터 사정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성애(새누리당·비례) 의원은 "박 교육감은 말장난과 정치적 쇼를 그만하라. 비리 은폐가 아니라면 감사를 받아야 할 것"이라고 맹공을 가했다.

물론 쉽지 않은 국면이다. 한쪽이 너무 일방적이다. 도의회 행정사무조사를 무시하고 느닷없이 감사에 착수한 것도, 교육청을 끊임없이 궁지로 모는 것도 도청이다. 박 교육감의 강경 대응이 그렇다고 적절했는지도 의문이다. 정치권 한 인사는 "어찌 됐든 문제를 풀려면 대화를 해야 하는데 아예 여지를 닫아버렸다"며 "이는 향후 또 다른 족쇄가 될 수 있다. 지지층 결집 등 뭔가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오해도 살 만하다"고 말했다.

총선이 코앞이고 두 사람에 대한 주민소환운동까지 펼쳐지는 와중이다. 홍 지사 소환운동엔 새정치민주연합을 비롯한 야 4당도 참여했다. 박 교육감의 행보는, 배경과 명분이 무엇이든 야권의 그것과 동일한 것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홍 지사와 박 교육감이 총선 전초전·대리전이라도 치르는 것 같다"는 야유마저 흘러나오는 이유다.

조재욱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양 측의 대립은 소통의 민주주의, 무상급식 정상화를 바라는 시민에게 허탈감과 분노만 안겨줄 것"이라며 "도의회가 제구실을 못한다면 시민사회, 학부모 등이 참여하는 제3의 기구를 만들어 논의하고 합의를 이끌어내는 게 어떨까 싶다. 서로에 대한 소환운동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혀 대화의 물꼬를 틀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도의회의 역할도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여든 야든 갈등을 더욱 증폭시키는 언술이나 행위는 바람직하지 않다. 행정사무조사 이후 미진한 부분이 있을 때 도청 감사 실시를 촉구한다든가, 교육청이 감사를 받는 대신 도의 급식 분담 비율을 높이도록 설득한다든가, 급식 시스템 부실·비리 확인 시 교육청의 근본적 대책을 약속받는다든가 하는 '정치의 발현'이 시민이 도의회에 기대하는 지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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