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부한 이야기, 그래도 '알파치노'

1971년, 존 레넌은 갓 데뷔한 스티브 틸스턴의 인터뷰 기사를 읽고 친필 편지를 쓴다. 그러나 편지는 중간에 사라졌고 무려 34년이 지나서야 틸스턴의 손에 들어간다.

<대니 콜린스>는 영국의 뮤지션 스티브 틸스턴의 사연을 모티브로 했다.

어린 나이에 부와 명성을 거머쥔 대니 콜린스(알 파치노). 한때는 담배조차 삼가며 오로지 음악에 몰두했던 그지만 대중의 폭발적인 사랑을 받기 시작하면서 술과 마약, 여자를 탐닉하는 생활에 익숙해진다.

65세가 되던 생일 날, 34년 전 존 레넌이 자신에게 보낸 편지를 받게 된 대니 콜린스.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을 살겠다고 선언한다.

잊고 살았던 대니 콜린스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한 편지. 수십 년의 세월을 거슬러 받게 된 편지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었을까?

극적인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예고는 영화에 대한 강렬한 호기심을 자극한다.

하지만 34년 만에 편지가 돌아왔다는 내용만 팩트일 뿐 작가의 상상에 의해 전개되는 영화는 아쉽게도 지극히 상투적이다.

연일 콘서트는 매진이지만 그저 앵무새처럼 과거 히트곡을 반복하는 슈퍼스타. 허무함과 자괴감을 쾌락과 마약으로 메웠던 그가 삶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은 클리셰(진부한 표현)로 가득하다.

그럼에도 영화를 볼 이유를 찾아야 한다면 단연 알파치노 때문이다. 시나리오 작업에서부터 오직 알파치노만을 염두에 두었다는 감독의 말처럼 알파치노의 연기는 명불허전이다.

부르고 싶은 노래와 불러야 하는 노래 사이에서 허공을 맴돌던 공허한 눈빛의 슈퍼스타에서 시골 호텔에서 만난 또래 여성에게 호기롭게 농담을 해내는 능청스러운 모습까지 원맨쇼에 가까운 그의 연기는 빈틈이 없다.

그럼에도 영화는 다시 아쉽다. 피폐했던 대니 콜린스의 마음을 흔들었던 존 레넌의 편지를 통해 진짜 그의 노래를 들려주는 대신 병원에서 수수께끼처럼 끝나는 마무리는 생뚱맞기 그지없다.

영화의 강렬한 모티브가 됐던 대니 콜린스라는 뮤지션의 이야기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여운마저 차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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